뭐가 바빴던 걸까?
거의 2주일 만에 일기를 쓴다.
매일 손글씨로 감사한 일 다섯 가지와 자기 확언 10개를 쓰고 있다.
그리고 간단한 일기 형식의 메모를 쓴다.
이것만으로도 노트 두 페이지에 이른다.
내 안의 것을 꺼내어 기록하는 것이 부족하고, 뭔가 더 써야 할 거 같을 때 일기를 쓰게 되는데, 아마도 매일의 루틴으로 하고 있는 감사일기와 자기 확언, 그리고 간단한 일기가 나의 마음을 채워줬던 거 같고, 공부와 독서에 쫓기는 듯한 분주함으로 이곳에 일기를 쓸 시간과 엄두를 내지 못한 듯하다.
토요일 새벽인 오늘, 4시에 일어나 이부자리를 바꾸고, 평소대로 감사일기와 자기 확언을 쓰고 난 후, 왠지 여유로워진 마음에 일기를 쓰고픈 마음이 동한듯하다.
요즘은 내가 하고 있는 공부, 동아리 활동 등에 대한 의문, 회의감이 들곤 했다.
늘지 않는 영어실력, 시간낭비일 뿐이라는 허망함등이 내 안을 가득 채워 독서조차 많이 하지 못하고 어이없이 시간을 보내고 말았다.
생각에 치우쳐 정작 중요한 행동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다 문득, '특별히 대단한 무엇이 떠오르지 않는 한, 하던 대로 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많은 생각들이 지금 해야 할 것들조차 무기력이라는 이름으로 한쪽으로 내몰고, 그 안에 똬리를 틀고 앉아버리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만 허투루 보내고 말았다.
어쩌면 머리가 하는 일보다, 내 몸이 알아서 하고 있는 움직임의 힘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면, 내가 매일 하는 커피관장과 아침체조가 그렇다.
문득 커피관장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고, 때론 커핏물을 끓이고, 세번에 걸쳐 관장을 하고, 모든 도구들을 매번 씻어대야하는 번거로움에 다 집어치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만, 내 몸은 이미 이것에 익숙해져, 귀찮다는 생각에 앞서 커핏물을 가스레인지 위에 앉히고 있다.
그러다 보면 하기 싫었던 마음도 없어지고, 조금 우울했던 마음, 피곤했던 몸까지 다 풀어진다.
아침체조도 하기 싫어, 때론 내려놓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습관적으로 더 재미있는 동영상을 틀어놓고, 그것을 보며 덜 지루하게 운동하는 방법을 찾고 있는 발견 한다.
몸이 먼저 가서 행동으로 옮겨내고 있으니, 많아지려던 생각의 꼬리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 꼬리를 감추어버리고 '행동파'로 돌변해 버린다.
공부도 그랬어야 했다.
예전의 나는 그랬었다.
습관처럼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했고, 그러다 보면 공부의 즐거움이 나를 온통 휘감아 행복감에 젖을 정도였다.
하지만 가끔씩 찾아오는 어지러움증에 혹시 공부를 하는 것이 무리가 되는 건 아닌가 하는 마음으로 자꾸 핑계를 찾았던 건 아닌지..
그런 생각의 꼬리가 결국은 공부습관을 내려놓게 만들었고, 지금의 나는 무얼 공부해야 할지조차 잊어버리고 말았다.
내 몸을 엄습하는 어지러움과 기운 빠짐은(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다. 11월 정기검사 때 의사쌤들에게 상담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잠이나 식사의 문제일 것이다.
일찍 잠자리에 들고 숙면을 취하고, 더 건강하고, 좋은 식단으로 음식을 섭취하면 될 것을, 공부시간을 뺄 생각을 했다니..
공부할 때는 공부에 집중하고, 독서할 때는 독서에만 집중하자.
산만한 성격 탓에, 책을 읽다가도 다른 생각이 들어 그것에 마음을 뺏겼다가 다시 공부하려 하니... 그만큼 시간이 흘러버리고 만다.
하루에 내가 만들어 낸 1시간 30분의 시간 동안만 집중해서 공부하자.
만약 졸리다면, 30분 정도 낮잠을 자고, 1시간만이라도 집중하면 될 것을...
생각의 꼬리에 다시 꼬리를 물고 가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자.
확실한 해결책이 없다면, 그럴 시간에 무식하게 그냥 하던 대로 하자.
더 나은 방향은 사색의 시간을 통해 짧게 그리고 굵게 찾아보자.
내게 필요한 '쉼'은 평소 잠자는 시간에 푹 쉬는 것을 목표로 하고, 남편과 주말마다 떠나는 여행에선 진정한 힐링을 찾는 시간으로 만들어가자.
무언가를 많이 해야 하는 여행이 아니라, 바쁜 나에게서 벗어나 사색하고, 릴랙스 해지는 시간으로 만들어가자.
일상의 행복한 나를 위해 떠나는 진정한 '쉼'의 시간을 갖도록 해보자.
부모님과 함께 하려는 마음도 내려놓고, 정말 내가 편한 것을 추구하자.
오늘도 나는 남편과 차박 여행을 떠난다.
오로지 잠 잘 장비만 갖춘 차박 여행.
이고 지고 가는 여행은 힘만 든다.
식사는 현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예쁜 카페에서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린다.
오늘의 떠남도 진정한 '쉼'이 되도록, 나를 사색하는 시간이 되도록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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