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의 '돈의 속성'은 많은 유튜버들이 다룰 만큼 인기도 좋고, 내용도 좋았다. 나 또한 읽으며 많은 부분 공감하고, 배울 것 투성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책에 대한 정리를 할 기회를 놓치고 이제야 다시 들여다보니, 내가 그렇게 크게 공감했던 부분이 어디였는지 잘 모르겠다. 역시 뭐든 그때그때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는 것이 없다.
그런데 바로 정리하지 않으면 남는것이 없다는 것은, 정리를 했더라도 내가 실행으로 옮기지 않으면 역시 남는 것이 없기는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책을 읽고, 한 가지라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이 책은 사지 않고 밀리의 서재에서 e-book으로 읽었다. 그런데 나는 책이 아닌 인터넷으로 보면 감흥이 적다. 현재도 몇개의 책을 읽었고, 읽는 중이고, 앞으로 읽기는 할 것이지만, 정말 좋은 책이라면 도서를 구입해서 읽을 생각을 할 정도로 e-book은 별로다. 아무튼 다시 '돈의 속성'을 읽어본다.
나는 늘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고자 하니, 돈의 속성 그 자체 보다는 삶의 변화를 추구하는 글에 마음이 더 끌린다. 그래서 작가가 말하는 능구(能久)와 공부(工夫) 부분이 많이 공감이 되었다.
나는 내가 무엇을 바꾸고 싶거나 깊은 염원이 있으면 100일을 계속하는 버릇이 있다. 내가 100일 동안 그 행동을 했다는 것은 바꿀 수 있다는 뜻이고 절박하게 노력했다는 뜻이다. 원하는 것을 100번씩 100일 동안 써보는 것은 그것을 나에게 증명해내는 시간이다.
『중용』에 나오는 능구(能久)라는 단어의 구(久)는 지속(duration)을 의미한다. 구체적 기간은 3개월을 뜻한다. 3개월만 무엇이든 꾸준히 하면 본질이 바뀐다는 공자의 가르침이다. 도올 선생을 통해 듣게 된 이 교훈으로 3개월 혹은 100일을 꾸준히 하는 개념이 아주 오래된 가르침임을 알게 됐다.
공부(工夫)는 중국어로 ‘꽁후우(gong-fu)’라고 발음하며 영어로는 ‘to study’로 번역되지만 사실은 몸의 단련을 일컫는 말이다. 나는 능구와 공부, 즉 지속적으로 3개월간 내 몸을 단련시키는 일을 해내는 사람은 무엇이든 바꿔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실천의 지속이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나를 바꾸고 개선을 하려면 3개월만 지속하기를 권한다. 반드시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싶다면 저녁 5시 이후엔 먹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3개월 동안 실행해보자. 담배를 끊고 싶으면 3개월을 참고 가슴을 키우고 싶으면 3개월만 팔 굽혀 펴기를 하자. 주식을 배우고 싶거든 3개월 동안 관련 유튜브 영상 수백 개를 모조리 뒤져보고 관련 서적을 독파해보자. 그것이 무엇이든 전문가 수준이 되고 싶다면 3개월만 죽어라 파보자. 3개월이면 몸도 마음도 생각도 바꾸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다. 삶을 개선하고 바꿔나가려면 이런 실체적 노력을 일정 기간 동안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 과정으로 습관이 생긴다. 건강 전도사로 불리는 아놀드 홍은 벌써 수년 동안 ‘100일의 약속’이라는 주제로 일반인의 건강 습관을 바꾸는 일을 하고 있다. 100일만 운동을 가르치고 독려하면 그들의 인생이 바뀐다는 믿음이다.
구체적으로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사람은 다음 달이나 내년에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버려야 한다. 돈을 벌고 투자하는 것도 노력하고 배우고 공부해야 한다. 진지하게 삶을 살아야 겨우 자리를 잡는 것이 인생이다. 우연히 시간 나는 대로 하다가 어쩌다보니 오는 행운은 행운이 아니라 불행이다. 자기가 만든 게 아닌 행운을 갖고 있으면 언젠간 누군가가 반드시 되찾으러 온다. 무엇이든 열심히 하고 지속적으로 해보자. 어려워도 100일만 해보자. 100일이 어려우니 3개월만 해보자. 능구와 공부, 왠지 당기지 않는가? 제발 당기기 바란다.
나는 운동하는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사람이다. 암환자라서 정말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 억지로 하고 있었는데, 지난 3월, 코로나로 한 달 동안 출근하지 않게 되어, 집에 있으면서 이소라 체조를 하게 되었다. 20년도 훌쩍 넘은 다이어트 체조이지만 내가 유일하게 해 봤던 운동이라 친근감이 있었고, 어느 정도 방법도 알고 있었기에 선택을 했다. 필살기는 하기 싫은 운동과 재미있는 유튜브 보는 것을 하나로 합쳤다. 하기 싫고 지루하던 운동이 동영상을 보면서 하니 할만해졌고, 그렇게 3개월, 100일을 넘어서고, 6개월째 하고 있다. 능구와 공부. 뭘 하든 꾸준히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작가는 돈을 모으는 4가지 습관에 관해 말한다.
1. 일어나자마자 기지개를 켜라.
2. 자고 일어난 이부자리를 잘 정리한다.
3. 아침 공복에 물 한 잔을 마셔라.
4.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라.
이렇게 아침에 네 가지만 꾸준히 잘하면 저절로 어깨와 허리가 펴지면서 사람이 커 보인다. 말과 행동이 일정해지고 식생활이 번잡해지지 않는다. 나이가 어려도 의젓하고 믿을 만하다. 심지어 후배라도 존중을 받고 아랫사람이라도 리더로 보인다. 이때가 되어 돈을 벌기 시작하면 돈이 사람을 더 돋보이게 만든다. 이미 자리를 가려앉고 허명을 가려낼 줄 알아 사치나 자랑에 돈을 쓰지 않는다. 당연히 좋은 인연은 남고 나쁜 인연은 끊어져버린다. 이 사소한 습관이 돈을 부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습관을 가진 사람에겐 한번 돈이 들어오면 절대 줄지 않는다.
크게 공감이 가지는 않지만, 작가의 경험으로 이런 사례를 많이 보았으리라. 내 경우엔 암환자가 되고, 회복이 되면서부터 모두 하고 있는 일들이다. 작가의 말이 사실이라면 난 돈을 부르는 행동을 최소 1년은 하고 있으니, 큰 돈은 벌지 못해도 돈이 들어오면 줄지는 않을 것인데... 과연 그럴까? 이런 일들이 돈을 부르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은 확실하다.
모든 계발서에서 하는 얘기들은 비슷한것들이 많다. 위의 네 가지 내용도 그러하다. 나는 다른 책들을 읽으며 내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해왔다. 그런 것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하고 있는 루틴이 되었고, 그로 인해 하루하루가 즐거운 삶의 연속이 되었다. 내일은 또 어떤 하루가 만들어질지, 나는 또 얼마나 변화할지 궁금한 나날들이다. 마지못해 살아가는 아니 살아지는 예전의 날들이 더 이상 아니다. 변화하는 삶, 어제 보다 나아진 나로 살아가는 삶이니 돈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얘기겠지.
나의 서재에는 수천 권의 책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이 나를 부자로 만들어주었을까? 아니다. 책은 당신을 부자로 만들지 못한다. 책을 해석하는 능력이 생기면서 스스로 질문을 가지게 될 때 비로소 당신은 부자의 길을 만난다.
흔히 책을 읽으면 저자에게 몰입되어 어디서 이런 대단한 생각이나 판단을 했을까 궁금해하며 지적 포로가 된다. 책에 나온 모든 글을, 사실을 넘어 진리로 받아들이고 자기의 생각을 버린다. 그러나 아무리 유명한 저자의 글이나 위대한 학자의 이론이라도 모두 옳을 수만은 없다. 성경도 오역과 빠진 부분이 있는데 저자에게 빠져 필사를 하고 저자보다 내용을 더 잘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부분이 옳다는 것만 보고 그 밖의 모든 부분이 옳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기에 생기는 일이다. 그러면 어느 부분이 옳고 어느 부분이 틀린 것일까?
그것을 알려주는 ‘책’이 따로 있다. 책을 읽고 감화를 받은 뒤 정신에 지적 무게가 얹어지면서 오히려 자신을 초라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다. 이런 경우라면 독서량이 많아질수록 어깨가 내려가고 무릎이 바닥에 닿는다. 거인들의 등을 타고 가는 것이 아니라 거인들의 엉덩이에 깔린 것이다. 이럴 때 어깨를 펴고 무릎을 세우면서 거인과 함께 걷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그 책은 바로 ‘산책’이다. 산책을 통해 살아 있는 책을 접하는 것이다. 의심하지 않고 질문하지 않는 책은 아무리 읽어도 죽은 책이다.
산책을 통해 책으로 얻은 주제와 관점을 생각하며 자기 스스로의 기준으로 작가의 권위에 무조건 굴복하지 않고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를 통해 내려간 어깨와 굽어진 무릎을 펴고 스스로 홀로 서는 연습을 해야 한다. 책을 읽을 때마다 무릎은 다시 굽혀질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연습을 계속하다 보면 다리에 근육이 생기고 어깨가 펴지면서 스스로 혼자 우뚝 서는 날이 있을 것이다. 산책과 자문을 통해 의심하고 질문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길을 걷거나 조용히 앉아 오늘 읽은 책의 내용을 숙고하는 시간을 가져보기 바란다. 그러면 아무리 위대한 선생이 쓴 책이라도 페이지를 늘리기 위해서 쓴 헛소리도 보이고 단순히 팔기 위한 목적에 따라 이론을 만들어낸 자기계발서도 보인다. 당신 마음의 무릎이 건강해졌기 때문이다. 산책은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하니 하루에 만 보 이상 걷기 바란다.
거인과 함께 걷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바로 '산책'이라는 말이 참 멋지다. 이 말은 이 글의 첫부분에 쓴 글과 일맥상통한다. 책을 읽고 바로 사색하고, 음미하고, 나만의 것으로 정리하지 않으면 남는 것이 없다. 더불어 좋은 것을 흡수해서 나의 삶에 적용하면 멋진 삶을 이끌어가게 될 것이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배우고 익히고 나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 속에서 나는 얼마나 큰 사람으로 발전하게 될 것인가.
'돈의 속성'에서 나는 말 그대로 돈의 속성을 배웠다기보다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성찰을 더 많이 했던것으로 기억된다.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서 결국 예쁜 쓰레기로 전락시키게 된다며, 부자들은 명품이나 예쁜 쓰레기를 사는 대신 경험과 추억을 사고, 가장 좋은 의자와 베개, 침대와 이불을 산다고 한다. 이 말에 공감이 되어 20년이 넘은 싸구려 침대를 버리고 비싼 침대를 장만했다. 잠시 사치가 아닐까 망설여졌지만, 매일 7시간은 침대 위에서 보낸다고 생각하며 과감하게 사버렸다.
읽는 내내 배우고 느낀것이 많았던 '돈의 속성', 그러나 시간이 지나 지금은 그 감동이 많이 흐려져 바로 기록하지 않으면 잊히지마는 진리를 깨우치게 해준 책. 그래도 위에 쓴 내용만이라도 내 마음에 남아있음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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