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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내 일에 대한 나의 자세

by 짱2 2020. 12. 3.

그제, 학원 동료가(물론 나보다 어리다) 나에게 조심스럽게 조언을 했다. 얼마 전, 원장님과의 인사가 불편하다는 나의 이야기에 이은 조언이었다. 나는 누구보다도 인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학원에서는 가끔씩 그 인사가 불편하다. 원장님과 총무일을 보는 쌤은 아이들이 많은 시간엔 인사할 여력이 없는 거 같다. 인사를 해도 멀뚱하다. 아이들에게 집중이 되어 그런 것임을 알면서도, 인사를 건넨 후의 떨떠름한 반응에, 그 이후로는 바쁜 시간엔, 또는 두 사람이 일에 몰두해 있는 듯 보일 때는 인사를 되도록 하지 않았다. 돌아올 반응을 알기에. 하지만 인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그것이 참으로 불편했다. 

 

이런 이야기를 동료쌤에게 했는데, 앞으로 출근해서 한두 시간 안에는 원장쌤에게 인사를 할 수 있도록 계속 밖에 신경을 쓰며, 잠시라도 인사할 수 있는 타이밍이 되면 무조건 밖으로 나와 인사를 하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이 말은 나에게 여러 가지 의미로 다가왔다. 원장쌤도 나의 인사가 불편했던 것이고, 그것을 동료쌤에게 얘기했는지도 모른다. 사실 그것을 얘기하고 안 하고는 중요치 않다. 동료쌤이 보기에, 나의 행동은 적절해 보이지 않은 것이고, 사실 그것이 옳다. 왜냐하면 상대방의 나의 인사를 받아주던, 받아주지 않던, 그건 그쪽의 사정인 것이고, 나는 어떤 상황에서라도 계속 인사를 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그것이 나의 의무이고, 도리이고, 누가 보아도 적절한 행동인 것이다. 매번 그쪽에서 인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 먼저 인사해주기만 바라고 있다가, 그쪽에서 인사를 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인사를 하지 않으면, 또 무슨 일이 있나? 나 때문에 화가 난 건가? 하며 마음을 졸이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행동이다. 하물며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이 불편한 성격이면서 말이다. 

 

작년 여름, 항암이 끝나자마자, 원장쌤이 다시 출근해달라고 해 주었을 때, 난 뛸 듯이 기뻤다.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얻었다는 것,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기뻤고, 그 마음으로 일을 했고, 그 덕분에 나의 병이 더욱 빨리 나을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 아이들이 많아진 것인지, 학원 티칭 스타일의 변화가 있는 것인지, 쉴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 느낌이고, 내 몸이 불편한데, 쉬지 않고 아이들이 계속 들어오면 총무쌤이 아이들을 들여보낼 때마다 좋지 않은 마음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어쩌면 나의 이런 맘이 전달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싫은 내색이 나왔던 거 같다. 일을 다시 시작했던 그 초심은 어디로 사라지고, 나의 불편함만 커져있었다.

 

그래서 동료쌤의 그 말은 내게 단순히 인사의 문제로 다가오지 않았다. 초심을 잃은 나에게 울리는 경종이었다. 어디가 안이고, 겉인지, 무엇이 된장이고, 똥인지, 정확하게 인식하고, 바르게 행동할 수 있는. 잃어버린 판단력을 되찾아 오게 하는 울림이었다. 아이들이 많던지, 적던지, 내가 몸이 불편하던지, 컨디션이 좋던지, 원장쌤이 인사를 받아주던지, 받아주지 않던지, 먼저 인사를 하던지... 등등... 이런 모든 것이 학원에서의 내 행동을 좌지우지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학원은 직장이다. 상사에게 먼저 인사를 하고, 동료에게도 먼저 인사를 건네고, 그들이 그것을 받아주던, 그렇지 않던, 나는 흔들림 없이 계속 인사를 해야 하고, 아이들 가르치는 나의 본업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환자라고, 봐달라는 식의 행동은 어림없는 짓거리다. 

 

그제, 그 이야기를 듣고, 하룻밤 내내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동료쌤이 내게 말을 하고 후회하고 있지 않을까? 원장쌤이 그녀에게 얘기한 걸까? 총무쌤도 내 표정을 읽어낸 걸까? 등등.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메모 정리를 활용하며 내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그랬더니 참으로 다행스럽게 위와 같은 생각들이 줄줄이 일어났고, 초심을 잃지 말고, 더욱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리고 그런 쉽지 않은 말을 건네준 쌤이 고마웠고, 함께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아픈 나에게 물심양면으로 큰 힘을 주었던 원장쌤에 대한 고마움이, 처음 나를 학원으로 이끌어주고, 묵묵하게 조용히 있어주는 총무쌤에 대한 감사함이 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일렁거렸다. 

 

어제, 출근하며 커피와 빵을 사서 나눠드렸고, 이쌤에게는 깊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조금 더 큰 쿠키세트를 선물했다. 행복해하며 더 큰 기쁨을 전달해주는 선생님들... 참 고마운 분들과 일을 하고 있구나. 

 

나에겐 참으로 곱고 착한 나의 남편과 아들, 나밖에 모르는 딸바라기 엄마, 좋은 친구들, 그리고 훌륭한 동료들이 있다. 감사할 일이다. 그들에게서 늘 배우고, 깨닫고, 그로 인해 성장해나간다. 이번 일로도 마음 다치기는커녕, 오히려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나의 큰 마음에도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