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동안 이상하게 힘이 들었다. 아니 주초에는 여느주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 암환우 모임에 다녀와서부터 육체적으로 힘들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일하는 있는 내가 짜증 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힘든데, 난 아직 환자인데, 몸무게를 늘리고, 운동을 하면서 살아도 모자랄 사람인데, 이렇게 일 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동안 잘해오고 있던 모든 것들을 다 내려놓고 싶었다. 새벽이면 눈을 뜨자마자 하는 감사일기와 자기 확언조차도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이미 루틴이 되어버렸기에 새벽이면 어김없이 그 동작을 하고 있었지만, 머릿속으로는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곰곰이 돌이켜보니 암환우 모임에서 만난 한 사람때문이었던것 같다. 예전에 선수로 활동했다는 나보다 세 살이 어린 여자. 좋은 차를 끌고 나왔고, 좋은 체구에 굉장히 활달한 성격, 잘 자란 것 같고, 잘 사는 것 같았다. 나에게 호감을 보이며 앞으로 계속 나오라고 진심으로 말을 해주었다. 나도 그녀에게 관심이 생겼고, 그녀의 암에 대한 박식함에 앞으로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 그녀의 카톡 사진들을 일부러 찾아보았고, 그 사진 속에서 그녀의 활달함, 좋은 집안 분위기, 풍족해 보이는 삶의 여유가 느껴졌다. 물론 이건 내 눈에 보인 것일 뿐이다.
그 이후부터인것 같다. 난 시름시름 앓았던 것 같다. 친한 언니가 한 달 생활비로 600만 원을 받았는데, 얼마 전부터 그 두배인 1200만 원을 받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도 질투를 느끼지 않았던 나였는데, 처음 만난 그 여인에게서 난 왜 질투를 느꼈을까? 그녀가 나에게 한 달 월급이 얼마냐며, 자신도 돈이 여유가 있다면 일을 하지 않을 거라고 말을 했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그녀에게서 경제적인 여유로움을 보았고, 내가 정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굳이 일을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했다. 무리해서 차를 사지 않았더라면, 일을 그만둘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톡 사진에서 보여지는 그녀의 명품백, 여행 다니는 모습, 옷차림 등이 나의 소비욕구를 불러일으켰고, 나는 그녀만큼 쓸 수 없다는 현실의 비교가 나를 잠시 초라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지난 금요일은 최악의 상태가 되어, 일을 하는 내내 너무 힘이 들었고,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었고, 퇴근길에는 드디어 눈물까지 흘렸다. 내 상황이 비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제라는 '하루'를 또 선물로 받았고, 여느 토요일처럼 스터디 준비를 하고, 스터디에 참여하고, 저녁엔 대모님을 만나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룻동안 만난 사람들, 대모님과 나눈 이야기 속에서 나는 나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고, 짧은 질투의 막을 내렸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카톡 사진으로 본건 그녀의 허상일뿐이라는걸. 1200만 원을 받는 언니를 부러워하지 않은 건 언니의 현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녀가 가진 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기에,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기에 그런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현실을 모르고 눈에 보이는 것만 보았기에 그 부분에 대한 질투만 일었던 것이고, 그것들이 내 안에서 걸러지고 성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제와 어제가 바로 그런 시간이었다. 클라이막스를 지나 서서히 내려온 나의 강렬했던 질투심. 내 마음까지 다쳐가며 나를 한 대 치고 간, 그 질투의 힘. 그리고 더 큰 깨달음을 얻었다.
나란 사람은 왜 아직도 빨리 깨닫지 못하는걸까? 왜 꼭 이렇게 시간이 걸려서야 앎으로 통할까? 아직 많이 부족한 사람인가 보다. 성장통이 아직도 더 필요한 사람인가 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픔의 시간이 짧다는 것.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매일매일 더 나은 나로 성장해 간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또 감사한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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