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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크리스마스캐럴은 나를 행복으로 이끌고...

by 짱2 2020. 12. 13.

예보되었던 대로 흰 눈이 펑펑 내리고, 온 세상은 하얗게 변했다. 남편은 예상했던 대로 출근을 해야 했고, 난 혼자 집에 남아, 늘 하던 대로 집안일을 하고, 책상 앞에 앉아 책을 읽다가, 재미있는 동영상에 잠시 빠져보고, 다시 책을 손에 들며, 유튜브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틀었다. 아~ 아름다운 음악... 귀에 익은 선율... 크리스마스는 왜 설렘으로 다가올까? 음악을 듣자마자 내 맘은 크리스마스의 그 셀렘으로 가득 찼다. 흰 눈, 선물상자, 크리스마스트리, 반짝이는 조명, 가족들이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풍경... 

 

음악은 나를 행복으로 이끌었다. 책을 내려놓고, 일기를 쓰겠다고 이곳으로 들어오게 만들었다. 음악은 참 힘이 크구나. 내 맘을 나도 어쩌지 못하고, 마음을 들썩이게 하고, 내 안의 행복한 마음을 잔뜩 끌어내었다. 행복한 마음 한 가득, 이 세상의 모든것이 내 것인 듯 느껴지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다. 

 

얼마 전, 죽기전에 하고 싶은 일, 황당하더라도 꼭 하고 싶은 일을 지인들과 이야기 나누어보자고 제안했었다. 며칠 동안, 아무리 생각을 짜내고 짜내어도 도무지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딱히 뭘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누군가는 세계여행, 크루즈 여행을 이야기하고, 해외봉사를 이야기하는데, 난 나의 꿈에 굳이 외국에 나가서 하고 싶은 것은 없다. 지금은 일을 하고 있고,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이 언제부터 자유로워질지 알 수 없으니, 당분간은 해외여행을 내 계획안에 넣을 수는 없으리라. 하지만 코로나가 잠식되고, 내가 일을 하지 않게 되거나, 일을 하더라도 몇 주의 시간을 낼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그리고 나의 체력이 된다면, 난 언제든 여행을 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게 꼭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크루즈 여행은 나에게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나는 자연이 보여주는 그 아름다움을 내 눈으로 보는 것이 즐겁지, 바다 위에 둥둥 떠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좁은 창문이 있는 방 안에서 잠을 자며, 배안에서의 파티에 만족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나의 죽기전 꿈이 무엇인지 고민을 하다가, 결국 찾아내지 못하며, 깨달은 것이 있었다. 난 죽기 전 꿈이 없다. 그 이유는 현재의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남편과 매일 정답게 이야기 나누고,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며, 맛있는 음식 먹으며, 여행도 다니고, 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아들에게 늘 내 마음을 표현하고, 사주고 싶은 것이 있으면 사주고, 사달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사달래고, 가끔 만나서 맛있는 음식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점점 성장해가는 모습, 이 사회에 잘 적응하며 잘 살아가는 모습을 흐뭇하게 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부모님과 자주 만나서 함께 맛있는 음식 먹고, 함께 여행 다니고, 매일 통화하고, 서로의 마음을 전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내 동생과는 자주 만나고 싶지만, 올케의 마음을 배려해서 가끔씩 얼굴 보고, 가끔은 전화해서 안부를 물으며 서로 잘 살고 있음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지인들과 전화로, 카톡으로 안부를 물으며, 또 가끔씩 만나 맛있는 음식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암환자임에도 쓰러지지 않고, 좋은 사람들과 일을 하고, 그 일로 인해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사고 싶은 것 사고, 먹고 싶은 것 먹고, 가고 싶은 곳 가고, 주식에 투자하며 내 미래를 준비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에게 사랑받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하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먹고, 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보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가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으면 망설임 없이 도전 할 용기가 있기 때문이다.

 

어제 보다 오늘 더 나아진 나를 위해, 오늘 더 열심히 살아가고, 남이 아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기에 더가지고 덜 가진 것에 대한 생각조차 하지 않고, 오로지 나에게만 시선 집중하고, 오로지 나의 신체변화, 감정 변화에 몰입해 나만을 아끼고 사랑하고, 내 몸에 좋은 것만 생각하고, 내 몸에 좋은 것만 먹고, 내 몸에 좋은 사람만 만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름답고 멋지게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데, 죽기전에 하고 싶은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 이렇게 흰 눈이 펑펑 내리는 날, 신나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들으며 한껏 부푼 마음으로 나를 돌아보니, 아~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며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내게 주어진 것이 얼마나 크고 고마운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는다. 사랑하는 가족, 사랑하는 지인들, 매일 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자연의 변화, 그리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나 자신. 감사합니다. 이렇게 살아서 많은 것을 누리고 있어서. 욕심이라면 적당한 시간까지 이 행복을 누리고 싶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