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언니 A와 아는 동생 B가 있다. 둘 다, 내가 헤어디자이너 자격증에 관심이 있어, 여성발전센터에서 배울 때 만든 사람들이다. 그때, 자격증을 준비하던 사람들 중에 유일하게 헤어숍을 운영하는 사람은 내가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언니뿐. 다른 이들은 다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른다. B는 현재 간호조무사가 되었고, 나는 영어강사가 되었으니... 세상일은 참 모를 일이다. 물론 그때 내가 자격증을 준비한 것도 샵을 내려는 목적이 아니라, 친구의 조언으로 억지로 한번 시작했던 것이고, 기왕 시작했으니 끝을 본다고 자격증을 받은 후, 내 삶에서 잊혀졌다.
얼마 전부터 독서토론이 하고 싶었고, 지인들에게 나의 의지를 밝혔으나, 막상 독서토론을 하려는 이들이 없었다. 아쉬워하던 참에, A와 B가 응했고, 그렇게 우리의 독서토론이 시작되었다. B는 부담스러워했지만, 막상 A언니가 함께 한다고 하니 매우 좋아하는 눈치였다. 그 이유는 두 사람은 서로에게 큰 애정이 있다. A언니가 B를 유독 예뻐했고, 잠시지만 본인의 샵에서 B를 고용한 적도 있었고, 일을 더 가르치고 싶어 했었을 정도로 마음을 썼다. 문제는 바로 거기에서 시작한다.
난 두사람의 애정전선(?)을 잘 알고 있었다. 우리 세 사람의 만남에, 나는 분명 그 부분이 마음에 걸릴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첫날, 모임 장소로 가며, 두 사람이 어떻게 하던지 신경 쓰지 말자고 다짐까지 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생각을 이야기하고, 그들의 의견을 들으면 되는 것이지. 내가 무슨 초딩도 아니고, 무슨 상관이랴.
그런데 생각보다 A언니의 애정표현이 과했고, 나는 그것이 꽤 거슬렸다. 그녀는 B가 발표를 할때는 웃으면서 집중을 하며 들었으나, 내가 발표를 할 때는 딴짓을 했고, 표정도 달라졌다. 세 사람뿐인 토론의 장에서 한 사람의 딴짓은 집중력을 매우 흐트러뜨린다. 내가 그녀가 발표할 때 그렇게 행동하면 본인도 분명 신경 쓰일 것인데. 그러나 두 사람은 전혀 알지 못하는 눈치였다.
어제, 집으로 돌아와서 오늘 오전 내내, 계속 두사람의 행동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내가 예민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므로,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사실일 뿐이다. 내가 힘들다는 사실. 이 모임을 계속한다면, 난 분명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암환자인 내가, 즐겁자고 하는 독서토론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결론을 내려야만 했다. 두 달에 한 번이 아닌, 넉 달에 한 번으로 줄이자!
사람은 나이를 먹었거나, 그렇지않거나, 모두 사랑받고 싶어 하고,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것이 거부당할 때, 마치 자신이 거부당한 것처럼 상처를 입고 만다. 나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다. 두 사람에게 신경 쓰지 말자고 다짐을 하고서도 마음을 다치는 것을 보면, 이건 나의 예민함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어쩌면 그런 맘이 들도록 행동하는 A언니의 잘못은 아닐지... 나는 또 누군가에게 그런 의미에서 가해자는 아닌지... 뿐만 아니라 B의 잘못은 없는 걸까? 그녀는 그걸 전혀 모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나도 예전에 한 언니가 나를 더 예뻐했는데, 그것을 나도 느꼈었고, B는 서운해한 적도 있었었다. 사람은 자신이 거부당하는 것도 느끼지만, 사랑받는 것도 느낀다. B는 나에게 미안해서 전혀 모르는 것처럼 반응을 보이지만, 느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언니의 과한 애정을 살짝 돌리는 방법을 취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누리고 있었다.
결국, 나는 B에게 전화를 걸어 나의 느낌과 결론을 이야기했고, 넉달에 한번 하자고 마음을 전했다. 마음 다쳐가며 모임을 자주 하고 싶지 않고, 그렇게 하다가 A언니에 대한 나의 존경과 사랑까지 무너뜨리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녀가 서운해도 어쩔 수 없고, 이유를 모르는 A언니의 반응은 또 어떨지 모른다. 하지만 난 나를 사랑하고, 내가 아픈 것을 원치 않는다. 그리고 남의 사정을 고려하여 아무렇지 않은 듯 세상일을 모두 받아들이던 나의 모습에서 벗어나, 나를 표현하고,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거부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것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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