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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정기검사 결과, 그리고 더 건강해질 느낌

by 짱2 2020. 11. 22.

삼겹살이 몸엔 좋지 않은데... 갑자기 너무나 먹고 싶어서 낮에 남편에게 사 오라고 했다. 3분의 1은 와인에, 3분의 1은 마늘에, 3분의 1은 된장에 재어 두었다. 반나절을 재어 두었으니 지금쯤은 맛있게 숙성이 되어있겠지? 우리 집 맛있는 김치와 어우러질 생각에, 내가 양념한 새콤달콤한 상치 겉절이에 먹을 생각에 벌써부터 침이 고인다. 물론 몇 점 먹지도 못하고 배가 불러지겠지만, 남편과 함께 먹는 기분 좋은 식사시간이 무척 기다려진다.

 

오늘은 하루종일 남편과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아침엔 엄마표 음식들로 따뜻한 한식을, 점심엔 김치 만둣국을 만들어 먹었다. 맛있는 만둣국을 먹으며 행복하다는 얘기를 나누었다. 비록 많이 먹지는 못해도, 이 세상의 맛난 음식을 맛볼 수 있음에 얼마나 감사한지. 반이나 잘라낸 내 위장이 잘 소화해주고 있음에 얼마나 감사한지. 수술을 앞두고 이틀이나 굶었던 시간, 수술 후 오랫동안 제대로 된 밥을 먹지 못했던 시간, 지금도 검사를 앞두고 하루 종일 굶어야 하는 날들을 생각하면, 먹을 수 있는 행복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 앞으로도 이렇게 오래도록 잘 먹을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지난 화요일에 검사 결과를 들으러 병원에 다녀왔다. 검사 결과가 모두 좋다고 한다. 결과를 들으러 병원에 갈때마다 늘 마음을 조이게 된다. '안 좋은 결과가 나오진 않겠지? 만약 그렇다면, 나는 또 어떤 수술을 하게 되고, 어떤 항암을 또 시작해야 하는 거지? 그 힘든 시간을 몰라서 견뎠지, 알고는 더 이상 못 견딜 거 같은데, 그렇다면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질문과 두려움. 그러다 그런 부정적인 생각으로 안 좋은 기운을 끌어당길 것만 같아 머리를 심하게 흔들며 떨구어내고, 바로 긍정적인 생각만 떠올린다. '분명 좋아졌다는 결과를 들을 거야. 지금 아픈 곳도 없고, 몸은 점점 더 좋아지는 느낌이잖아. 피부도 좋아지고.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식사도 나름대로 신경 써가며 좋은 음식 위주로 먹으려 애쓰고, 운동도 하고, 열심히 살고 있잖아'. 

 

그렇게 기다렸던 결과를 기분좋게 듣고 나오면서 남편과 삼청동으로 향했다. 먹으면 좋지 않은 밀가루와 당분이 듬뿍 든 음식들만으로 점심과 간식을 먹었다. 삼청동 수제비, 떡튀김, 아이스크림, 꿀호떡, 츄러스... 미쳤었나? 왜 그렇게 안 좋은 음식만 사 먹었지? 막상 먹고 나니 그렇게 맛있지도 않았는데... 물론 즉석에서 먹지 않고 학원으로 가져와 먹었으니, 그 본연의 맛은 사라지고, 기름짐만 남았다. 차라리 잘된 것 같다. 그런 음식들이 결국엔 기름과 당분 덩어리임을. 몸에 당연히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식고 난 후에 느껴지는 그 맛없음. 그 경험이 앞으로 이런 음식을 사 먹지 말자고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라면의 경우도 그러했다. 퇴근길... 너무나 배가 고팠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계란을 하나 넣은 라면을 끓여, 맛난 김치를 곁들여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딱 그렇게 라면을 끓였다. 그런데 막상 먹으니, 면에서 느껴지는 인스턴트의 냄새, 국물의 인위적인 맛이 몇 젓가락 먹지 않고, 다 버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바로 설사를 불러왔다. 다시는 먹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고선, 얼마후에 똑같은 땡김의 유혹, 그리고 실망을 느꼈다. 그렇게 두 번의 경험 후에 라면은 끊었다. 남편이 라면을 좋아해서 몇 번 먹었지만, 두어 젓가락을 먹은 후 바로 끝. 

 

건강할 때 함부로 먹었던 음식에 대한 좋은 추억들 때문에 지금도 먹고 싶은 것들이 있다. 그러나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은 이상하리만치 내 몸이 거부를 한다. 나의 위장과 대장이 싫다고 내게 신호를 보낸다. 인체의 신비다. 그리고 감사할 따름이다. 더 이상 내 몸에 화를 내지 않도록 조심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병원에서의 기쁜 소식을 들으며, 내 몸에 안좋은 음식을 바로 확인해주고, 신호를 보내주는 것을 느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앞으로 건강해질 것이다. 왜냐하면 난 지금 정말 잘 살고 있으니까'. 지금까지 2년 동안 잘 해왔고, 그 2년 동안 많은 시행착오 끝에 배운 것들이 있고, 그렇기에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았다. 몸에 좋다고 하면 무조건 구입해놓고 먹지 않고 있는 것들을 통해 앞으로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판단해야 하는지도 깨달았다. 그리고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것을 깨닫는데 큰돈을 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내가 즐겨보는 '지혜와 성실' 덕분이지 않을까? 그 유튜버가 판매하는 제품을 많이 샀고, 그중에 먹지 않는 제품도 있지만, 그것이 아니었다면 난 엄청난 값을 지불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난 지금도 지혜와 성실을 믿고, 의지하고, 따른다)

 

지금까지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통해 배운대로, 나는 더욱 내 몸을 챙겨가며 더욱더 열심히 살아갈 것이고, 그렇게 살아간다면 건강해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 병원을 나서며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 병원에서 좋다고 하니까 앞으로 더 좋아질 거 같아. 이 말은 내가 앞으로 더 잘해 낼 자신이 있다는 말일터이다. 진심이다. 그리고 확신이 든다. 난 더 건강해질 것이다. 몸무게도 늘어날 것이고, 먹는 양도 늘어날 것이고, 덤핑 증상도 점차 사라져 갈 것이다. 건강하게 멋진 삶을 90세까지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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