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책을 대출하려고 했는데, 문득 보게 된 '잘 쉬는 기술'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골랐다. 스마트 도서관에서 대출을 하였기에, 기계에서 나온 책을 내 손에 쥐는 순간부터 참으로 설레는 맘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우선 차례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프롤로그 - 제대로 쉬어야 한다
10위 - 나를 돌보는 명상
9위 - 텔레비전은 휴식 상자
8위 - 잡념의 놀라운 능력
7위 - 목욕이라는 따뜻한 쉼
6위 - 산책의 확실한 보상
5위 - 아무것도 안 하기
4위 - 음악을 듣는 기쁨
3위 - 혼자 있는 시간의 힘
2위 - 자연에서 얻는 회복력
1위 - 책을 읽는 시간
사람이 살아가면서 '쉼'이 없다면, 오래 살 수 없을 것이고, 그렇게 살 수도 없을 것이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일상의 삶에 쉼표를 찍어가며 살아가겠지. 누군가는 음주가무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익스트림 스포츠와 같은 강렬한 액션으로 자신의 쉼의 시간을 채울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10가지의 쉼의 수단은 어쩌면 나와 같은 정적인 사람들이 주로 취할 듯싶다. 그래서일까? 10가지의 휴식을 위한 방법들 중에서 내가 하는 것을 고르는 것보다는 하지 않는 것을 고르는 것이 더 간단할 만큼, 내가 주로 취하는 휴식의 수단들이다. 내가 하지 않는 활동은 단 하나, 텔레비전 보는 것이다. 그런데 참 놀라운 것은 텔레비전 보는 것이 나의 남편이 유일하게 즐기는 휴식 활동이라는 것이다.
어떤것 하나에 집중해서 그것만을 하며 쉬어가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나의 경우를 생각해보니, 단 하나에 집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9가지의 방법을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마음이 가는 대로, 편하게 취사선택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침대를 정리하며 자기 확언 동영상을 따라 하고, 기도와 감사일기, 자기 확언 쓰기, 그리고 일기까지... 나에 대한 명상으로 새벽시간을 보낸다. 새벽 루틴을 하며 클래식 음악을 듣고, 음악에 빠져들기도 하고, 모차르트나 리스트처럼 한 사람의 음악을 집중적으로 들으며, 행복감에 젖기도 한다. 물론 굉장한 음향 시스템을 갖추고 듣는 호사를 누리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또한 일주일에 한두 번은 반신욕으로 몸을 따뜻하게 데우며 좋아하는 동영상을 보다가 졸다가를 반복하기도 하고, 주말이면 남편과 산으로 들로 나가 자연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졌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출퇴근하며, 또는 오전 시간에 산책을 하고, 책 읽기는 나의 취미이다. 혼자 있는 것을 즐기고, 잡념에 빠져 시간을 보내곤 한다. 가끔은 아무것도 안 하기도 하지만, 이것이 내가 가장 잘 안 하는 것이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난 내가 일을 많이 한다고 생각했는데, 일상의 삶이 쉼이었나 싶을 정도다. 또한 돌아보니, 집을 청소하며 정리정돈된 상태를 보면서도 힐링이 되고, 음식을 만들면서도 남편과 맛나게 먹을 생각을 하면 행복해지고, 출근을 하면서 걸어가니 운동이 되어서 즐겁고, 화장하고, 멋 내고 나갈 곳이 있어서 또 기분 좋고,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내가 좋아하는 영어를 가르치니 공부도 되고 돈도 버는 일석이조라 땡잡은 느낌이고, 폭신한 침대 위에 하루 일과로 지친 내 몸을 뉘며 쉴 수 있음이 감사하고, 16분짜리 저녁 명상을 차마 다 듣지도 못하고 스르륵 잠들어버리는 내가 귀엽기도 하다.
참 이상하다. 그 순간순간엔 힘들 때도 있었는데, 또 시간에 쫓겨 쩔쩔매며 산 것 같은데, 모든 것이 다 힐링이고, 즐거움이고, 행복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크게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없어서, 몇 구절 적으며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지금 이 글을 쓰며 나에게 많은 인싸이트를 남기니, 전철역 스마트 도서관에서 이 책을 골라 설렘을 안고 집으로 가져온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닌 듯싶다.
새벽 4시에 일어나 그 귀한 시간을 잘 보내고 싶은데, 딴짓을 하거나 졸다가 정작 중요한 공부를 놓치고, 남편 출근시킨 후 나의 루틴을 시작하기 위해 8시까지 집안일을 마치려고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집안을 정리하면서 왜 이렇게 바빠야 하는지 의문이 들고, 공부도 못하고, 운동도 못하고, 두 시간을 내리 자버려서 오전 시간을 송두리째 날린 허탈함에 빠지고, 출근해서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정쌤에게 화가 나서 속으로 씩씩거리며 이제 그만둘 때가 온 거라고 잠시 투덜거렸는데, 지금 이 순간부터 나는 이런 감정마저도 소중해서 눈물이 날듯하다. 욕심이 많아서 늘 할 것이 많고, 그것들에 치이며 사는 것이 스스로에게 불만이었는데, 욕심이 많은 것도 이쁘고, 그래서 할 것이 많은 것도 행복이고, 치이는 느낌 때문에 좀 더 강도 높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음은 또 덤이 아니겠는가!
사랑스러운 나, 사랑스러운 내 삶, 참 잘 살고 있구나. 대견하다. 그렇게 살았기에 암도 극복했고, 지금도 극복하는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 건강하게 잘 살아낼 것이라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갑작스럽게 인사이트를 얻은 이 책에서 내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적어본다. 텔레비전 보는 것을 제외한 아홉 가지 중에서 내가 가장 덜 하고 있는 것, 그래서 어쩌면 제일 필요한 것일 수 있는 '아무것도 안 하기'. 가끔은 저절로 멍 때리고 있을 때가 있지만, 그러면 마치 잘못한 듯 바로 정신을 차리려고 애쓴다. 뭔가를 해야만 잘 살고 있는 느낌이 들고, 1분 1초가 아깝다. 내가 잘 보는 동영상의 유튜버인 유태우 박사님이 늘 '멍 때리기'를 강조하신다. 그만큼 뇌를 쉬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나의 하루 중, 아니면 일주일의 어느 날 어느 시간에,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시간을 갖고, 멍~하게 있어보자. 나에게 큰 휴식과 위안을 줄 수도 있을 테니.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기가 그토록 어려운 이유, 그리고 휴식 테스트에 참가한 사람들이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어떤 종류라도 활동을 하는 것이 더 휴식이 된다고 생각한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다. 최소한 텔레비전을 보거나 책을 읽으면 뭔가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해야 할 다른 일을 방치해도 죄책감이 덜 느껴지는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자. 해아 할 일들이 사라지기를 바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 모든 일을 다 마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일하다가 창밖에서 본 무엇인가에 마음이 끌린다면 저항하지 말자. 잠시 동안 그것을 응시한 다음 일로 돌아가면 된다. 일이 너무 많아 힘이 들면 차 한 잔을 자신에게 만들어주되 책상 앞으로 차를 가져가지 말고 어딘가 다른 곳에 앉거나 서서 마시는 동안 몇 분만이라도 일을 중단하자.
자신에게 휴식을 허하자. 쉴 만한 여유를 주자. 단 한순간, 다만 몇 분이라도 아무것도 하지 말자. 그것조차 어렵다면 딱히 뭔가를 하지 않도록 해보자. 아니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것에 가까운 상태로 있어보자. 분명 만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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