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맘에 들었다. 물론 지금의 나는 내가 싫은 날보다 좋은 날이 훨씬 더 많다. 아니, 어쩌면 내가 마냥 좋다. 암 수술하기 전의 나와 암 수술한 후의 나는 많이 변했으니까. 근본적인 나의 성격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습관이 바뀌었고, 습관이 바뀌니 태도가 바뀌고, 삶에 대한 마음가짐이 변했다.
일주일의 하루, 이틀을 제외하고, 온통 술로 살아온 날들... 밖에서의 생활은 완전했지만, 집안으로 들어오면 술 없이 잠드는 날은 거의 없고, 아침이면 숙취와 피곤함과 자괴감으로 자살충동까지 느끼며 살아야 했던 날들... 변하고 싶었지만, 이미 내 발에 꼭 맞는 신발이 되어 도무지 벗어던질 수가 없었다. 차라리 그런 삶을 즐겼다면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며 살아갔을 테지만, 나의 이성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있었으니, 현실과 나의 이상 속에서 나는 끊임없이 방황했었다.
뭔가 몸에 병이 나지 않으면 못 끊을 줄 알았다. 나의 이런 생각이 나에게 그런 병을 안겨준 걸까? 위암, 대장암이 내 몸에서 발견이 되고, 2019년 1월, 서울대 병원으로 수술을 하러 들어가던 날부터 나는 알코올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항암이 끝나고, 나름대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만약 술을 마시는 것이 가능했다면 난 술을 마셨을까? 잘 모르겠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맥주를 한 가득 사 가지고 들어오던 습관이 남아서, 남편이 늦는다고 연락이 온 날은 편의점으로 향해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고,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었다. 습관이란 것이 참 무서운 거구나 싶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그런 생각이 점점 약해지고, 2년이 되어가는 지금은 거의 잊힌듯싶다.
그뿐인가! 밤 11시 전에는 잠들고, 새벽 4시면 기상을 해서, 좋은 기운을 부르는 말들을 되뇌이며 침대를 정리하고, 입과 눈을 닦아내고, 물 한잔을 따뜻하게 데워 마시며, 감사일기와 자기 확언을 쓰고, 영어공부와 역사공부를 한다. 커피관장, 반신욕, 체조를 규칙적으로 하고,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들어 먹으려 노력한다.
정말 어마어마한 변화가 아닐수없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매일의 습관에 관한 부분이 참 마음에 와 닿았다.
생각이 행위보다 과도하게 많아지면, 보이는 결과가 없으니 당연히 불안해지거나 우울해진다. 그러므로 지금 내 수준대로 지금 내 역량대로 '다만 한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행위에 전념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새로운 습관이 형성되고, 그렇게 새로운 행동 패턴이 반복되면서 뇌신경 배선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금방 희미해지고 사라지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직접 몸으로 반복하는 행위가 뇌를 바꾸는 것이다.
매일매일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규칙적으로 반복해서 한다는 것이 아니다. 뇌에 새로운 신경망을 연결하고 몸에 새로운 길을 낸다는 것을 뜻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생각할 정도로 숨 쉬듯 당연하게 한다는 것이다. 늘 염두에 두고 있으며 하루라도 하지 않으면 어딘가가 불편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고 해서 늘 쉽게 자동적으로 하게 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떤 날은 하기 싫기도 하고 잘되지 않을 때도 있으며 진척이 없어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것이다. 좋든 싫든, 잘되든 안 되는 온 마음으로 전념해서 매일매일 한다는 뜻이다.
당신은 무엇을 매일 하는가? 매일 하는 것이 당신을 만들어 간다. 매일매일 하는 행위가, 당신의 말이 되고 생각이 되고 감정이 될 것이다. 습관이 될 것이고 운명이 될 것이고 정체성이 될 것이다. 당신은 곧, 당신이 매일매일 하는 것이다.
암 수술하기 전의 삶은 행위보다 생각이 많은 삶이었다. 행위가 없으니 생각은 생각으로 머물 뿐,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악습의 반복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술'이라는 커다란 거인을 걷어내고 나니, 아주 작은 것부터 하나씩 행위로 나타나고, 반복이 되었다. 하고 싶지 않은 날도 마음으로는 하기 싫다고 하면서도 내 몸은 이미 요가 매트를 깔고 있고, 커피관장을 하기 위해 커피물을 끓이고 있었다. 매 몸의 변화에 스스로도 크게 놀랐고, 하기 싫던 것도 막상 시작만 하면 끝까지 하게 되었다.
이젠 나의 좌우명이 된 '매일하는것이 나를 만든다. 매일 하는 것이 나를 결정한다'라는 말처럼 매일을 충실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며 살아간다. 이것이 나의 운명이 될 것이고, 나의 정체성이 될 것이기에. 늘 꿈꾸며 사는 나의 꿈을 이뤄줄 든든한 동아줄임을 알기에.
매일매일 하다 보면 그윽한 향기가 생겨나고 정성이 깃든다. 내가 있는 자리, 하고 있는 일 가운데에서 자연스럽게 발견되는 것이 삶의 목적이자 의미이지, 생각이나 관찰을 통해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한 사람을 만날 때는, 그가 살아온 하루하루를 만나는 것이니까.
누군가 나를 만났을때, 내가 애써 나를 보여주려 하지 않아도 나에게서 풍기는 향기만으로도 잘 살아가는 사람임을 알아볼 수 있도록, 내가 잘 살아온 하루하루가 투명하게 보일 수 있도록 나는 오늘도 향기로운 습관들로 채워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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