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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이제 부모님과의 여행은...

by 짱2 2021. 1. 12.

남편과 여행을 가려고 계획을 하면, 늘 나에게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엄마. 나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일까?

 

엄마는 나에게 공기 같은 사람이다. 늘 옆에 있어서 소중함을 잊고 지내지만, 그 소중함을 알고는 있는... 나밖에 모르는 엄마가 고맙고, 또 가엾다. 하지만 살갑지 않은 딸이라 또 죄송한 맘이다. 재주도 많고, 요리도 잘하고, 착하고 고운 엄마이지만, 가난한 집에 태어나 많이 배우지 못했고, 보통의 엄마들처럼 남편과 자식만 바라보며 살아왔기에 나의 이야기를 잘 이해해주고, 공감해주고,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분은 아니다. 가끔은 대화를 하면서도 내 이야기가 튕겨 나가는 느낌이 들어, 이야기를 멈추게 된다. 

 

하루나 이틀에 걸쳐 걸려오는 엄마의 전화 속 대화는 늘 똑같다. 밥 먹었니? 추워서 어쩌니? 우리 딸 고생한다... 특별한 무언가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늘 같은 대화는 지겨워져, '그럴 거면 필요할 때만 전화하고, 전화 횟수를 줄이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부모님이 안 계신 이들이 듣는다면 복에 겨워 그런다고 하겠지. 나 또한 이다음에 엄마 돌아가시면 분명 많이 후회가 될 것 같아 그런 마음을 접으려고 하지만, 막상 또 전화가 걸려오고 같은 내용이 반복되면 무뚝뚝한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빨리 끊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이 되면 습관처럼 부모님을 모시고 어딘가로 함께 여행을 가거나 식사를 할 장소를 찾게 된다. (아빠는 엄마 때문에 그냥, 그리고 남편의 술친구가 되어주시니 모시고 간다) 집으로부터 멀리 벗어나실 일이 전혀 없으시니, 나라도 모시고 나가고 싶었다. 즐거워하실 모습에 가슴이 설레었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나의 이런 마음 자체가 오지랖처럼 느껴졌다. 체력이 약해져서 피곤해하고, 멀미까지 하는 엄마, 나하고의 여행보다는 동생네 식구하고의 여행을 더 하고 싶어 하지만, 그럴 기회는 거의 없어 아쉬워하는 아빠에 대한 야속함이 나의 마음에 깊이 들어왔다.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이런 여행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굳이 이런 여행을 다니지 말자는 것이다.

 

이런 결심을 굳히게 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나는 환자다.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예전의 몸무게로 돌아가려면 10킬로그램을 더 찌워야 할 정도로 마른 상태이고, 식사도 남들이 하는 양의 반밖에 먹지 못해 체력은 '하'이다. 그렇다 보니 남편과 둘이 하는 여행은 내 마음대로이고 편안해서 피곤함을 많이 느끼지 않는 반면에, 부모님을 모시고 다녀오는 여행은 다음날 하루를 꼬박 힘들어하는 상황이 된다. 아무래도 부모님이 불편하지는 않은지, 즐거워하시는지 계속 신경을 쓰게 되고, 나의 즐거움보다는 부모님을 즐겁게 하기 위한 목적이 되니, 정작 나의 여행 목적은 사라지고, 고생길과도 같은 여정을 보내게 된다.

 

또한 대화가 되지 않는 부분도 이 여행의 반감을 가져온다. 나는 내 마음을 풀고, 공감하는 시간을 갖는 여행이고 싶은데, 그런 부분이 전혀 해소되지 않는다. 오히려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해져 온다. 엄마는 대화가 되지 않고, 아빠는 따로 또 같이다. 

 

그런 여행을 다녀오면 아쉬움도 크고, 서운한 맘도 생기고, 남편과 둘이 하는 여행보다 경비도 두배로 들어, 비용 대비 가성비가 좋은 여행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이런저런 이유로 부모님과의 여행을 접기로 하며 죄송한 마음이 들지만, 내가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음을 고백한다. 나의 노후를 위해 돈을 아껴야 내가 살고, 나를 위한 여행을 하려는 목적을 놓치면 내가 건강해지는 것에 걸림돌이 될 부분은 내 마음이 아무리 불편해도 내려놓아야 내가 산다. 부모님 모시고 어딘가를 가려했던 것도 어쩌면 습관이 된 것 같다. 이제 그 부분을 내려놓으려 한다. 어차피 부모님도 힘들어하시니, 동생과 함께 모일 수 있는 날, 엄마 집에 함께 모여 맛난 음식 먹으며 대화 나누는 시간을 갖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동생도 서운해하지 않고. 

 

지금도 습관처럼 부모님 모시고 어딘가를 갈 생각을 하는 나를 발견한다. 하지만 곧 내려놓는다. 조금 있으면 다가올 음력설(구정)에 맛있는 것들 많이 사 가지고 가서, 동생네 식구까지 모두 즐기자고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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