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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나에게 일기쓰기, 다이어리 쓰기는...

by 짱2 2021. 1. 13.

50년이 넘는 내 삶을 돌아보면, 참 신기한 것이 있다. 누가 가르쳐준 기억도 없는데, 일기를 꾸준히 써왔던 것, 누가 시킨 적도 없는데, 특별히 할 일도, 한 일도 없어 쓸 것도 없던 초보주부시절에도 다이어리를 꾸준히 써왔던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일기의 경우를 가만히 생각해보면, 초등학교때 선생님이 일기를 쓰라고 하셨고,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도 쓰라고 하셨지만, 여느 아이들이 그렇듯이 검사 맡기 위해 떠밀려 썼었는데, 중학교 2학년 무렵, 사춘기가 되면서 스스로 일기를 쓰게 되었다. 어두운 밤, '송승환'의 '밤을 잊은 그대에게'라는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문학소녀의 꿈을 꾸며, 책상 앞에 앉아 자기만의 분위기에 흠뻑 취해 연습장과도 같은 일기장에 내 마음을 가득 담았었다. 종이를 보면 내 안에서 울려오는 그 무엇을 적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청소년기 내내 일기를 썼고, 성인이 되어서도 꾸준히 일기를 썼고, 결혼을 해서도 쭉 일기를 썼다. 하루에 두개를 쓴 적도 있고, 한 달 내내 쓰지 못한 적도 있었지만, 일기 쓰기는 늘 나의 휴식과도 같은 의식이었다. 그러다 2019년 11월 28일부터 노트가 아닌 이곳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누군가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내 마음 전부를 실어내지 못하는 시간을 거쳐,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나의 일상을 담는다. 물론 조금은 의식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ㅎㅎ

 

초, 중학생 시절의 선생님들의 일기 쓰라는 닥달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수도 있었을까? 일기 쓰는 것에 대해? 그렇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일기를 알게 해 준 시작점과 그 과정을 통해 일기를 쓰게 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어린 시절의 다양한 교육과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다. 

 

그런데, 일기는 그렇다쳐도 다이어리는 그 시작점이 언제인지, 무엇이었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다이어리로 추정해보건대, 결혼을 하고 덕계리에 살던 그 시점부터이다. 93년 1월경. 내가 다시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을 하고, 국문학과에 도전을 했던 그 시기부터 다이어리도 시작된 것 같다. 

 

이렇게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며, 나의 쓰고자 하는 열망, 나의 배우고자 하는 열망의 근원지를 찾다보니, 타고난 천성이 그러했고, 넉넉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살림살이와 많이 배우지 못했던 부모님이 이끌어주심이 전혀 없어, 그걸 채우지 못했던 서글픈 젊은 날을 거쳐, 내 안의 그 무엇이 나를 이끌었음을 깨닫게 된다. 

 

어린 시절에도 그러하고, 사실 지금도 그러한데, 내가 가장 질투를 많이 느끼는 것은 누군가 돈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나보다 이쁜것, 그리고 누군가 공부하고, 노력하고, 성취했다는 것이다. 이쁨과 공부에 대한 나의 열망이 질투로까지 이어져왔다. 이쁨은 타고난 것이라서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나의 이쁨에 대한 나름의 자부심과 나이 먹어가며 나만의 개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면서 지금은 어느 정도 무던해진 이쁨 질투. 하지만 공부에 대한 열망은 지금도 끝이 없다. 건강과 돈만 허락이 된다면 박사학위까지 도전하고 싶은 심정이니까. 아니 유학도 가고 싶다. 

 

하물며 지금도 이럴진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친구들 이야기에 내 자신이 작아지는 느낌과 함께 내 안에서 피어오르던 그 질투심과 공부에 대한 열망. 아이를 낳고 백일이 될 무렵부터 가까운 센터에 나가 공예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나의 배움에 대한 욕망 채우기는 시작되었다. 더불어 다이어리 쓰는 것도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30년을 써오고 있고, 일기는 40년을 써오고 있다. 

 

제대로 된 다이어리 작성법을 몰랐고,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로 이어지는 평범한 주부의 삶은 다이어리에 적을 꺼리조차 없었기에, 친구 다녀간 것, 술 몇 병 마신 것까지 썼었다. 빈 공간일 때도 얼마나 많았던지. 그러다 암환자가 되고, 집에서 환자놀이(?)하면서 접하게 된 동영상에서 다이어리 작성하는 것, 데일리 루틴, 미라클 모닝 등을 알게 되었다. 30년의 끄적임이 빛을 보기 시작했고, 50년의 삶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막연한 신기루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지고, 내 삶을 내가 만들어가고 있음이 느껴졌다. 아침에 눈을 뜰 때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은 새벽 서너 시에 일어나도 활기차고, 오늘은 또 무엇을 쓰며 하루를 시작할지, 어떤 하루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가슴이 설렐 정도다. 매일매일이 즐겁고 행복하고 벅차다. 암환자의 삶은 내일을 확신할 수 없지만, 90세, 100세까지 건강하게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까지 생긴다. 왜냐하면 건강한 삶을 위해 매일매일 다이어리를 쓰며 나를 만들어가니까. 일기를 쓰며 나를 다짐하고, 감사일기와 자기 확언을 쓰며 나를 키워가니까. 

 

공부하고, 쓰는 행위는 내가 무엇을 위해 사는지,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성찰하고, 깨닫고, 행동하도록 해주었고, 50년이 넘는 내 삶을 아름답고 풍성하게 만들어왔다. 그러하니 계속 쓰고 공부하는 나의 아름다운 습관이 앞으로 남은 수십년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는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설레고, 다가올 미래가 찬란해서 눈이 부실 지경이다. 오늘도 살아있음에, 오늘을 살아감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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