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고, 한파가 오고, 눈이 내리면서, 남편과 나의 여행은 사그라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추운 건 딱 질색인 내가 굳이 밖으로 나가 추위에 떨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하고, 눈이 오고 추워지니 길이 미끄러워 괜히 나섰다가 사고가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집을 나서려던 마음이 추스르게 된다. 또한 겨울엔 역시 볼거리가 없다. 초록초록 올라오는 새순, 오색 찬란한 꽃들, 수려운 단풍이 없는 길을 자동차로 이동하는 재미도 없고, 특별히 가고 싶은 목적지도 없다. 추운 겨울 동안에 돈을 모았다가 꽃피는 봄이 오면 그때 떠나자고 마음먹게 된다.
게다가 겨울이 되어 눈이 오면 남편의 일 특성상 출근을 해야한다. 그 금액이 적지 않으니 이런 횡재를 놓치면 안 되지. 차곡차곡 모아두었다가 나중에 제주도라도 다녀올 생각을 해본다.
이번 주에도 뭘 할까... 고민을 하며, 가볍게 강원도로 다녀올까 했었다. 봉포 해수욕장 근처의 바다가 보이는 숙소에서 쉬면서, 저녁에 회나 먹고, 하루 종일 뒹굴며 바다나 실컷 보다 올까 생각을 했었는데, 남편이 출근을 하게 되어 이런저런 계획을 모두 접었다.
오늘 아침, 남편이 출근하고, 여행도 가지 않으니, 친구를 만날까, 대모님을 만날까 하며 고민을 하다가 누군가를 만나러 나가려면 씻어야하는 번거로움이 나의 귀차니즘을 이기지 못하고 마음을 접었다. 그러면서 차라리 이 시간을 온전한 휴식으로, 온전히 나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토요일도 일요일도 없이 평일과 똑같이, 아니 어쩌면 출근을 하는 평일보다 더 혹독한 나의 주말이 나를 힘들게 하진 않았을지 생각해봤다. 평소에 하지 못했던 구석구석의 집안일을 하고, 빨래를 하고, 반찬을 준비하고, 남편과 함께 먹을 간식을 준비하고, 일주일 동안 먹을 건강식 만들며 시간을 보내고 나면 평소보다 강도가 더 높은 일 때문에 지쳐 쓰러질 지경이 되곤 했다. 바람직하지 않은 휴일임에 틀림없다. 진정한 휴식의 시간을 가진 후, 마음의 평화를 얻고, 몸도 편안해져서 새로 시작하는 한 주를 즐겁게 시작할 수 있을 텐데.
오늘은 혼자만의 시간을 즐겨보려 한다. 졸리면 낮잠도 푹 자고, 자기를 돌아보는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일기도 쓰면서... 물론 지금도 빨래가 돌아가고, 현미 팥시루떡을 만들겠다고 담가놓은 것도 있고, 베란다 청소도 해야 한다. 내일을 위한 반찬도 준비해야 한다. 그래도 남편도 출근을 하고 없고, 아무런 약속도 없으니, 시간을 훨씬 많이 확보하고 있음은 확실하다.
편안한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즐겨보자. 이미 설거지와 청소도 끝냈고, 행주도 삶았다. 빨래는 세탁기가 돌려줄 것이고, 지금은 오전이다. 굉장히 여유로운 맘이다.
'나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0세 살 내몸맘 만들기 - 닥터U - (0) | 2021.01.20 |
---|---|
휴일 허투루 보내기 (0) | 2021.01.17 |
나에게 일기쓰기, 다이어리 쓰기는... (0) | 2021.01.13 |
이제 부모님과의 여행은... (0) | 2021.01.12 |
3일의 연휴를 보내고 나서... (0) | 2021.0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