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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휴일 허투루 보내기

by 짱2 2021. 1. 17.

오늘 아침, 나는 무척 희망에 차 있었다. 춥고 눈 오는 겨울 동안 여행을 조금 절제하고 있고, 일요일이지만 출근 한 남편 덕분에, 온전히 내 것이 된 하루를 알차게 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어둠이 조금씩 짙어져 가는 지금, 나는 과연 충분히 '쉼'을 가졌는지, 나만의 시간을 누렸는지 돌아보니,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아침부터 정말 졸렸는데, 현미찹쌀팥시루떡을 만들려고 했기에, 졸려움을 참고, 잠은 오후로 미루었다. 오전은 빨래를 돌리고, 떡을 만드느라 어영부영 지나갔고, 오후엔 만든 떡을 자랑하느라 카톡이 분주했다. 자랑질이 끝난 후 몰려오는 잠을 어쩌지 못하고, 의자에 앉아 1시간을 잤다. 다 돌아간 빨래를 정리하고, 떡을 만드느라 어질러진 것들을 그제야 치우고, 책을 조금 읽다 보니 벌써 하루가 저물어간다. 

 

아침 9시부터 6시까지 9시간의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닌데, 왜 해 놓은것 없이 시간만 보낸 것 같은 느낌이 들까? 시간 관리 능력의 부족인지, 집중력의 부족인지, 남들도 다 그렇게 보내는 것인지... 여행을 떠나지 않고 집에서 보내는 휴일이면 매번 드는 생각이다. 반찬거리를 사러 나가지도 않았고, 산책을 하지도 않았고, 커피관장, 반신욕, 이소라 체조도 하지 않았다. 평일에는 뭐라도 했을 것들을 하나도 하지 않았는데, 시간은 흘러가 있다. 

 

이렇다 보니 이 시간쯤이면 조금 우울한 마음이 든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하루를 허투루 보낸 느낌 때문이다. 왠지 하루를 낭비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하루를 낭비한걸까? 얼마 전 클라우디아 해먼트의 '잘 쉬는 기술'을 읽으며 얻은 인사이트가 있었지 않은가! 멍때리기도 휴식이고, 이렇게 보내는 일상도 얼마나 아름다운 하루인지. 바쁘게 살아가는 매일의 삶 속에서 가끔은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하루를 보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꼭 뭔가를 해야만 그 날을 잘 보낸 것이고, 이룬 것이 없으면 잘못 보낸 것일까? 책 읽다가, 졸다가, 이것도 해봤다가, 저것도 해보고, 좀 어질러보기도 하는 것이 재미있지 않은가! 온종일 아무것도 아닌 하루 보내기를 목표로 정했다면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뭔가를 하면 그게 더 잘못한 일이 될 테니 말이다. 오늘 하루를 허투루 보냈다고 내 인생이 뭐가 달라지는가? 그리고 또 오늘 특별히 해야 할 그 무엇이 있기라도 했던가?

 

어쩌면 나에겐 이런 시간이 더 필요했을수도 있다. 뭔가에 쫓기듯 계획하고, 그것을 해내야 하고, 완벽하기 위해 보내는 매일의 일상에서 벗어난 휴일이 나에게 진정한 휴식을 주고, 다시 맞이 할 새로운 한 주를 더 신나게 시작할 힘을 주지 않을까?

 

오늘 낮잠도 잤으니, 11시에 잠 자려고한다. 아직도 다섯 시간의 시간이 남아 있으니, 저녁도 먹고, 책도 좀 더 읽고, 자기 분석을 위한 메모의 마법 노트도 정리하고, 어질러진 집도 정리해야지. 물론 또 이런 것들을 못하고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면 어떠랴. 그렇게 오늘 하루를 마감하는 거지. 앞으로 휴일은 휴일처럼 보내는 연습을 하자. 너무 악착같이 하루라는 시간에 매달리지 말자. 적어도 휴일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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