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지에 대한 자기 분석을 했다. 난 과연 어떻게 생을 마감하고 싶은지, 그리고 죽음이 다가오면 어떻게 마무리하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차가운 병원에서 홀로 누워 있다가 아무도 없이 외롭게 죽고 싶지 않았다. 나의 마음이 이러하듯, 나의 부모님도, 나의 남편도 그러하지 않을까? 넉넉한 살림은 아니지만, 현재 시어머니처럼 요양병원에 보내질 것이고, 자식들은 의무감으로 일주일에 한 번 들여다보는 상황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난 그렇게 외롭고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 않다.
깊은 고민을 하며 내린 결론은 내가 살아있는 한, 나의 부모님과 남편은 외롭게 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절대로 우리 시어머니처럼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물론 코로나 같은 전염병이 가장 큰 변수이지만.
현재는 부모님이 모두 살아계시니 두 분 중에 한 분이 아프시면 다른 한분이 병 수발을 하게 될 것이므로 크게 걱정되지는 않는다. 그렇더라도 자주 들여다볼 생각이고, 홀로 남은 분이 아프게 되셨을 때는 가까운 곳에 모셔두고 하루에 한 번 이상, 혹은 상주하다시피 하며 돌봐 드릴 생각이다.
또한 만약에 남편이 아프면 100% 일을 그만두고, 그와 함께 할 것이다. 그 세월이 얼마나 길던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며 사랑하는 마음을 나눌 것이다. 이 세상 떠나는 날까지 사랑받았다고 생각하도록, 나 또한 원 없이 사랑했다고 느끼도록. 그리고 내가 아프면 남편도 그렇게 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어제 급하게. ㅎㅎ
그런데, 남편이든, 나든, 홀로 남았을 때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함께 살다가 한 명이 아프면 다른 한 명이 돌보면 되지만, 홀로 남았을 때, 과연 외아들인 울 아들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고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얼까?
거동하는데 불편이 없다면 홀로 인생을 즐길 것이다. 남편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말할 것이다. 잘 살고 있는 아들에게 의존할 생각 하지 말라고. 다만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지 하루에 한 번은 꼭 전화해서 안부를 묻고, 확인해 주길 부탁하려고 한다. 자주 찾아뵙겠다는 부담에서 벗어나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거동이 불편해지면, 그땐 주저함 없이 요양병원으로 보내라고 말할 것이다. 먹고살기 바쁜 세상에 아픈 노인을 돌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자신의 삶을 지켜야 할 권리가 그에게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가까운 곳에 모셔두고 매일 둘러보고, 아이들과 함께 산책 겸 나들이 나오는 마음으로 편하게 자주 보러 와 달라고 부탁할 생각이다. 경제적인 부담은 갖지 말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금액 안에서 적절한 장소를 찾아주기를 소망한다고.
마침 이렇게 구체적인 죽음을 계획하고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유튜브 동영상 중의 하나가 닥터 U에서 '100세까지 살 내몸맘 만들기'란 제목으로 동영상을 업로드했다. 학원 원장쌤이 알려주어 암 수술을 앞둔 때부터 꾸준히 보고 있는데, 무리하지 않고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가꿔나가야 할지, 어떻게 나이 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해 말해주어 그의 구독자가 된 지 오래이다. 이번 동영상은 정말 유익한 내용이라 기록해두고, 두고두고 보며 나의 노후준비 계획의 큰 틀로 만들어 볼 생각이다.
9988234로 살기
100세 살 내몸 만들기는 지금 하자.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의도해서 하면 3개월이면 된다.
지금 새로 시작하자.
그렇다. 현재 내가 몇 살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부터 시작하면 된다.
나의 경우는 암 환자가 된 그 시간부터 시작을 했지 싶다. 이전과는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건강한 음식과 건강한 삶의 방식을 선택했다. 2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암환자이기 때문에, 그리고 몸무게가 10킬로그램이나 빠져있기에 체력적으로 약하지만, 암환자가 되기 전보다 훨씬 건강한 마음으로, 스트레스도 전혀 받지 않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때 잘 시작했다고 나에게 쓰담쓰담 해준다.
그렇게 시작을 하면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목표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 9988234 원하기
그렇지 않으면 노령으로 가거나 비참한 노령으로 간다.
당연히 목적이 있어야 한다. 99세까지 88하게 살고 2,3일 앓다가 죽을 것이라고 당장 마음을 먹는 것이다. 사실 나는 암환자가 되었기에 선택의 여지없이 건강한 삶을 선택했지만, 99세까지 살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처음엔 60세까지나 살면 다행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이렇게 매일의 삶이 활기차고 즐거우니, 80, 90세까지 살지 않을까... 하며 즐거운 상상을 해보았다. 그런데 유태우 박사에 의하면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가 하라고 하는 삶을 나는 벌써 시작했으니까. 매일매일이 행복하니까.
둘째, 즐기며 쉽게 하기.
'생장락사' 태어나고 죽는 것은 어쩔 수 없어도 그 중간은 내가 맘대로 할 수 있다.
(장은 성장, 락은 즐긴다.)
오늘 새로 시작하라. 긴 시간이 남아있다.
원쉽행평
원하고 쉽게 하고 행하고 평가한다.
시행착오를 통해 쉽게 만들어가기 반복하며 원하는 대로 쉽게 가기.
이 또한 내가 매일 실천하는 부분이다. 내가 원하는 삶으로 나가기 위해 계획을 하고, 실천을 하지만, 막상 실천의 과정에서 나의 체력적인 부분 때문에 실행불가일 때가 있다. 나의 욕심에 비해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실천력이 적다. 그러면 다시 그에 맞게 계획을 수정하고, 또 수정하며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 루틴으로 만들어가는 중이다. 박사가 말하듯이 '장'과 '락'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니까, 내 맘대로 적용하고, 실천하되, 절대 힘든 게 아니라 쉽고 재미있게 하고, 평가해서 더 좋은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는 중이다.
셋째, 현재 어떤 질병이 있던, 고통이 있던 완치하기.
본인이 하면 완치 가능, 의사나 약은 완치를 할 수 없다.
의사나 약은 결과에 대한 치료이나 내가 하는 완치 훈련은 그 결과를 일으킨 원인을 제거하는 훈련이다.
한 가지 질병을 완치하면 다른 질병도 완치된다. 같은 이유가 거의 모든 병의 원인이었기 때문.
와~~ 이 부분은 나에게 너무도 큰 희망과 기쁨을 안겨 주었다. 어떤 질병이 있던지 완치가 가능하다니. 평생 암환자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병원에서 검사 결과가 너무 좋다고 아무리 말해도 내가 암환자라는 사실은 내 가슴에 콱 박힌 주홍글자라고만 생각했는데, 본인이 하면 완치 가능이라니.
그렇다. 건강한 식습관, 생활습관은 어떤 병도 완치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지금 나는 정말 잘 살아가고 있으니, 또한 조금 부족한 부분은 이렇게 동영상이나 책으로 자극을 받으며 항상 고쳐가고 있으니, 분명 완치 판정 찍고, 9988234로 go go~~
넷째, 비만 : 20대 때 체중으로 가기.
술 : 절주,
담배 : 완전 금연,
운동 : 매일 하되 밀당 어제 한 운동에 비교해 오늘 컨디션이 좋으면 조금 더, 좋지 않으면 조금 덜 하기.
체중은 오히려 빠져서 쪄야 하는 것이 목표일 지경이니. 참 살찌는 게 어렵다. 나는 반대로 20대 때 몸무게로 살을 찌우는 것이 내 목표다. 술과 담배는 나의 사전엔 없는 단어가 되었고, 운동이 현재 나의 가장 큰 고민이다. 난 운동을 정말 싫어한다. 환자가 된 후엔 나름대로 열심히 하지만, 아직은 좀 부족한 부분이고, 앞으로 나의 노력이 좀 더 요구되는 부분이다. 그래도 요즘엔 정말 많이 좋아졌다. 이 부분도 쓰담쓰담~
다섯째, 암 조기 진단 자신을 제일 잘 아는 의사 선생님과 의사소통을 잘하며 필요한 검사를 받는다.
암 환자에게 정기검사는 필수이고, 내 주변의 사람들은 나 때문에 모두 검사를 철저히 하는 지경이다. ㅎㅎ 다만 5년이 지난 후, 병원에 자주 가지 않게 된다고 하면, 괜찮은 병원을 찾아서 나의 주치의로 모시고 늘 상담을 하며 건강 체크를 할 생각이다. 병원은 기능의학 병원을 말함은 물론이다.
여섯째, 죽음 쉽게 맞기 내일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 죽음 자체는 고통스럽지 않다.
암환자가 되기 전엔 죽음은 나와 먼 단어였다. 마치 평생을 살 것처럼 거의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암환자가 된 이후에 죽음이 가까이 왔고, 그때부터 죽음에 관련된 책을 읽기 시작했고, 내일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조금씩 정리도 하고 있다. 이를테면, 유서도 써 두었고, 앨범도 정리했고, 책도 정리하는 중이다.
미니멀한 삶을 꿈꾸지만, 아직 갖추고 살아야 할 것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데, 당분간은 이런 삶을 쉽게 내려놓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60이 넘어가고, 일을 그만두는 시간이 오면, 나의 생각도 좀 더 훈련을 하면서 내려놓는 삶, 미니멀한 삶으로 방향을 돌리려 한다. 이 세상 끝낼 때 홀가분하게 갈 수 있도록.
죽음을 생각하는 때에 마침 유태우 박사의 동영상이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아주 시기적절한 영상이었고, 많은 인사이트를 주었다. 암 환자가 되면서 나는 이미 그가 말하는 삶으로 들어와 있으니 조금 더 용기내고, 조금 더 노력해서 운동과 좋은 음식 먹기만 즐거운 시행착오를 거치며 원하는 대로 쉽게 가자. 오늘도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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