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출근을 하며 간식거리를 챙겨가지 않았다. 그동안 학원에 가져다 두었던 여러 가지 먹을거리를 다 먹어 없애겠다는 생각으로 일부러 가져가지 않은 것이다. 마치 집에서 '냉파'를 하듯, 학원에 있는 나의 먹거리 창고 비우기 작전(?)이라고나 할까? 먹거리들은 오래 두고 먹어야 하는 것 들이다 보니 당연히 과자류들이다.
출근을 하자마자 내려먹는 인스턴트커피를 준비하고, 아이들 티칭 하며 커피에 그런 간식류들을 먹었다. 처음에는 좋았다. 향기롭게 퍼지는 커피 향과 달콤한 과자들. 그런데 시간이 조금 흐르면서부터 배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배가 아픈 것은 아닌데, 더부룩한 느낌, 뭔가 콕콕 찌르는듯한 느낌이 계속되었고, 나중에는 기분까지 좋지 않아 지며, 퇴근길에는 문득 내가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 즉 아빠와 시누이까지 떠오르며, 그들에 대한 미움이 산더미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내 몸이 힘든데, 이렇게 매일 기를 쓰고 출근을 해야 하는 거야? 이거 봐! 나 아직 아픈 사람이잖아. 매일 이렇게 불편한 몸을 느끼며 살아야 하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와 에너지 소모로 숨 쉬는 것도 벅찬 사람인데, 무슨 일을 하겠다고 이 난리야! 헐~ 공부까지 한다고? 무슨 체력으로? 맨날 졸려서 쩔쩔매고 있으면서, 일상생활도 벅차서 숨을 헐떡이고, 매일 몸이 맞은 듯이 아파서 눕고 싶은 마음이 산더미면서 공부까지 하겠다고? 정신 나간 거 아니야? 다 때려치우고 집에서 운동이나 더해! 건강이 제일 우선이잖아! 또 아프고 싶니? 바보 같으니..."
내 마음속 또 다른 내가 나에게 뼈 때리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해댔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없는 말이다. 다른 자아가 내게 말한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그래도 일은 그만둘 수 없어. 돈은 벌어야 하잖아. 차 할부금도 갚아야 하고, 앞으로 7년 동안은 주식 투자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에서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먹는 음식이 바로 '나'다". 그랬다. 난 어제 아침까지도 희망에 차 있었다. 그런데 출근을 해서 몸에 좋지 않은 음식들을 내 몸에 채워 넣었고, 그 음식을 받아들인 내 몸, 특히 나의 대장은 기분이 나빠진 것이다. 이따위 음식을 흘려보내다니. 화가 난 대장 덕분에, 나의 몸, 나의 뇌가 온통 화가 나버렸다. 전부 보이콧을 해버린 것이다. 살고 싶지 않고, 일하고 싶지 않고, 공부고 뭐가 다 때려치우고 싶었던 것이다.
집에 와서 밥을 먹고, 하기 싫었지만 반신욕을 하고, 이런 내 마음을 잘 이해해주지는 못하지만 남편에게 주절주절 떠들고,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 새벽, 잠에서 깨고, 늘 그렇듯이 이불 정리부터, 눈과 입 헹굼, 자기 확언, 감사일기 등등의 루틴을 하며 난 다시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어제의 보이콧은 모두 가라앉아 버렸다.
오늘, 간식으로 고구마를 구웠고, 출근하기 전(오늘은 출근이 많이 늦다) 어제 만들어둔 요거트를 먹을 생각이다. 먹거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어제 새삼스럽게 느꼈다. 예전 같으면 술 마셔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며 나의 대장의 위력을 전혀 생각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젠 술도 마시지 않거니와 바로바로 증상을 보여주는 덕분에 확실하게 느꼈다. 대장에서 느껴지는 불편함 때문이 아니라도 나의 온몸의 증상, 느낌... 이런 것 모두를 위해서라도 좋은 먹거리를 먹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내 삶 전체가 흔들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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