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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살아있음의 기적

by 짱2 2021. 2. 24.

성인 여자의 몸무게가 40킬로그램이 안된다는 건 심각하게 말랐다는 것이다. 2020년이 가기 전에 내 몸무게를 40킬로그램이 넘어가도록 만드는 것이 나의 목표였는데, 아직도 그 목표 몸무게를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암환자가 되기 전의 내 모습도 마른 체형이었지만, 고기와 술로 만들어진 든든한 뱃살과 허리살이 있었고, 지금에 비하면 차라리 통통하다고 할 판이다. 누가 들으면 어이없어하겠지만.

 

아침에 눈 뜨면서부터 잠들 때까지 먹는 것을 내려놓지 않으려 애쓰지만, 워낙 먹는 양이 많지 않고, 그와는 대조적으로 나의 활동량은 상당히 높다. 이러하다 보니 가끔씩 어지럽고, 기운이 달릴 수밖에. 그러면 나의 활동을 제한한다? 되도록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거나, 누워서 잠만 자기? 이건 또 말이 안 되지 않는가! 

 

최근 들어 예전만큼 강하게 찾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약하게 그러나 자주 이 증상이 찾아왔다. 그럴 때마다 나는 덜컥 겁이 난다. 주로 학원에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기에, 집에 올 수 있는 힘조차 없어지면 어쩌나 싶었다. 남편이 내게 달려오기까지 30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데, 그동안 나는 뭘 하고 있으며, 학원쌤들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도 싫었다. 물론 이런 증상이 생길 때마다 학원에 있는 온갖 간식들을 마구 먹어댄다. 살려는 몸부림처럼. 그렇게 먹고 난 후, 시간이 조금 흐르면 괜찮아진다. 다행이다. 

 

그래도 혹시 나아지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었는데, 어느 날 대모님과 이야기하다 그것에 대한 해답은 찾았다. '택시를 부르자.' 어차피 심각한 상황이면 병원 응급실로 실려갈 것이고, 그런 상태가 아니라면 카카오 택시를 부르면 되는 것이지. 그래 그러면 되는 거지. 아직 오지도 않은 상황을 미리 걱정할 필요가 뭐가 있담. 닥치면 생각하자. 필요하면 택시 부르고.

 

지난 주말이 힘들었는지, 월요일에 정신 못 차리고 잠을 너무 많이 잤다. 만약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면, 하루를 온통 잠자는 시간으로 써버렸을 거 같았다. 학원에서 또 어지러운 증상까지 느껴졌고, 퇴근한 후에도 몸이 좋지 않은 느낌이었다. 

 

덜컥 겁이 났다. 나의 몸이 왜 이러지? 어디 안 좋은 건가? 이런 증상들은 왜 나타나는 거지? 답은 알 수 없고, 두려움은 커져갔다. 

 

어제, 카페에 앉아서 밀리의 서재로 책을 읽고 있는데, 한 구절이 나에게 크게 다가왔다. 평소 변을 보면서도 복부 팽만감이 사라지지 않아 괴로워하던 환자에게 의사인 작가가 복부 팽만감은 있지만 변이 나오니까 괜찮다고 생각해보라고, 꼭 매일 변을 보지 않아도 된다고 말을 한 이후에 그 환자가 찾아와 그 말은 들은 이후에 마음이 편안해지고 자연스레 복부 팽만감도 사라졌다고 했단다. 이 환자는 부정적인 감정 때문에 교감신경이 더 높아져서 장운동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압박감에서 해방되자, 부교감신경이 높아져 자율신경의 균형이 바로잡혔고 증세가 호전된 것이다. 그러면서 작가는 이렇게 말을 한다.

 

"만성변비, 만성두통, 소화불량, 불면증 등 환자를 괴롭히는 만성질환들은 심리적인 문제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의사가 압박감에서 해방시켜주는 말투를 사용해서 자율신경을 바로잡아주면 상당한 효과가 나타난다. 만일 어떤 건강상의 문제로 오랫동안 괴로움을 겪고 있다면, 자신이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바로 이것이었다. 물론 정말 건강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 그건 내가 의사가 아니고, 정확한 진찰을 한 것도 아니기에 알 수 없다. 그러나 몸무게와 내 몸의 증상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엄청 마른 암환자에게 늘지 않는 몸무게, 가끔 찾아오는 어지럼증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었고, 그럴수록 나아지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을지. 

 

내가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고,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닌 몸무게 늘리기, 어지럼증 없애기 같은 목표로 에너지를 소비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 아니라, 학원에서 어지러우면 택시 부르면 된다고 쿨하게 해답을 찾았듯이, 예전보다 강도나 빈도가 줄었다는 것이 호전되고 있다는 증거이므로 편하게 마음먹고, 잘 자고, 잘 먹는 것에 신경 쓰자. 내 의도대로 되지 않는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과정에 목표를 두고, 건강한 음식 챙겨 먹기, 몸에 안 좋은 음식 피하기와 같은 구체적인 과제를 매일 실천하자. 그러다 보면 늘어나는 몸무게와 사라지는 어지럼증은 '덤'일 테니.

 

사람들은 말한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오늘부터 매일 재는 몸무게는 하루하루 스트레스를 받기 위한 점검이 아니라 나중에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그리고 내 건강을 체크하기 위해 하는 행위일 뿐이라고, 어지럼증은 점점 더 약해지고, 덜 자주 오다가 언젠가 사라질 증상이라고 가볍게 넘겨 버리자. 소화기 두 곳을 잘랐는데, 어찌 그리 쉽게 몸무게가 늘기를 바라랴.

 

수술하고 난 후, 살아있음에 감사했듯이, 맛난 음식을 모두 내 입으로 맛볼 수 있음에 감사하고, 나 스스로 변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고, 먹고 난 후 찢어질 듯 아팠던 복통이 없어졌음에 감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게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하고,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 일을 하고 돈을 벌 수 있음에 감사하자. 새로운 꿈을 꾸며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했다는 것은 기적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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