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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난 보석이었다

by 짱2 2021. 2. 26.

친구의 회사 사장님이 사주카페를 오픈했다는 말을 들었다. 현재 환갑이 넘은 그분은 대학생 때부터 명리학에 관심이 많았었다고 익히 들었던 터라, 사주카페가 생뚱맞지는 않았다. 몇 년 전 몸도 좋지 않고, 주식에도 실패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로 이 길로 들어섰다니...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얼마 전, 친한 언니와 종로의 익선동과 삼청동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눈에 띈 타로점에 끌려, 태어나서 처음으로 타로점을 보았는데, 꽤 재미있었던 경험이 있어서, 또 함께 사주를 한번 보자고 의기투합하여 가보았다. 결론은 너무 비싸다는 느낌이었고, 한 번의 재미로 만족하기로 했다. 역시 나는 멘탈이 강한가 보다. 그저 하나의 에피소드로, 하나의 놀이 정도로 생각하는 걸 보면 말이다. 

 

오늘 아침, 지난 토요일의 사주 본 일이 생각나는 것은, 사장님이 해 준 말이 하나 생각이 난 때문이다. 나의 사주는 보석이란다(우리 세 가족 모두 같은 보석의 사주라고 한다. 신기하게도.) 그래서 태양빛에, 조명 빛에 반짝인다고. 이 말이 생각 난 이유는, 3월이 다가오며 날씨도 점점 따뜻해지고 햇빛도 정말 좋아서 내 마음까지 따뜻해지고, 행복한 마음, 설레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당연한 일이라고만 생각하고 말았을 터인데, 그분의 말을 듣고 난 후, 내가 그래서 햇빛을 그토록 좋아했었구나 싶었다. 

 

뭐, 사실.... 그렇게 가져다 붙이고 싶은 건 아니다. 그게 중요한 일도 아니고, 꼭 들어맞아야 할 그 무엇도 아니니. 다만 햇빛이 참 좋고, 햇빛을 보는 내 마음이 그토록 설렜던 것에 그런 이유도 있을 수 있었겠다 정도의 마음이라고 할까?

 

사람들은 누구나 햇빛을 좋아한다. 해가 쨍~ 하고 난 날이면, 우리 동네 산책길에 사람들로 넘쳐난다. 나도 기쁜 마음으로 햇빛을 쏘이고 싶어 나서면, 산책하는 이들, 옹기종이 모여 수다 떨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진다. 

 

베란다로 성큼 들어선 햇살, 침대 위로 훅~ 들어선 햇살. 아~ 얼마나 따사롭고 행복한지. 졸음이 몰려오는 아침시간, 나는 졸린 고양이처럼 침대로 기어들어가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얼굴엔 미소를 머금고 낮잠의 즐거움으로 빠져든다. 정말 행복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집은 동향이라 이런 호사는 오전에 끝나버리니, 그것이 아쉬울 뿐.

 

다시 보석으로 돌아가 보자. 잘 닦아주고, 소중히 다루어주어야 할 예쁜 보석. 난 늘 예쁘게 살자고 다짐을 하면서도 정작 나  자신이 보석임을 눈치채지 못하고, 소중하게 다루지 못했음을 인정한다. 예쁜 옷, 예쁜 화장을 좋아해서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만 신경을 썼을 뿐, 나를 함부로 다루고, 내팽개쳐 두었었다. 말로는 나를 사랑하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면서, 실재의 삶에서는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는 삶을 살지 못했다. 어리석은 50년의 삶이 나에게 남긴 것은 결국 '위암, 대장암'. 내가 보석임을 알아보게 만든 사건은 50년의 어리석은 삶이 내게 준 '엄청난 벌'이었다. 매를 맞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셈이다.

 

그러나 내겐 아직 50년의 삶이 남아있다. 보석처럼 반짝일 50년의 삶이 남아있다. 부드러운 천으로 보석을 정성스럽게 닦듯이, 지난 2년간 나는 내게 묻어있던 '티'를 닦아내었고,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 내가 보석임을 알아봐 준다. 50년을 몰라보았던 시간을 지나, 내가 잘 닦아주며 보살폈더니, 이젠 누구나 알아보는 보석이 되었고, 스스로 엄청난 빛을 발하고 있는 중이다. 햇빛에 비추면 그 빛은 더욱 황홀할 것임은 당연하다. 황홀한 반짝임으로 온 세상을 비출 50년의 삶이 어찌 기대되지 않을까? 

 

봄이 오고 있다. 내 안의 꿈틀거리는 설렘으로 매일의 삶이 기대되고 행복하다. 꽃이 피고, 연초록의 새순이 돋아날 것이다. 사회복지학과 3학년 편입생의 삶이 시작되었고, 내일 떠날 3박 4일의 여행 후, 난 신나는 공부의 길을 떠날 것이다. 출근길, 그리고 남편과의 여행으로 꽃 피는 봄을 누리며, 내가 좋아하는 공부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2년 후, 3년 후, 나는 어떤 모양의 보석으로 얼마큼 빛나고 있을까? 찬란한 빛으로 반짝일 내 모습에 오늘도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