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학과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작년이었다. 내 직업이 영어강사라는 걸 생각하면 나는 영어를 더 공부해야 한다. 독해도, 문법도, 회화도, 단어도 늘 부족하다고 느껴지고, 수업하는 내내 콤플렉스가 되어 나를 옥죄어오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영어가 아닌 다른 공부를 하고 싶다는 갈증을 느꼈고, 그 목마름을 무엇으로 채울까 하던 중에 지인으로부터 사회복지학과는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고, 그것은 그동안 내가 생각해오고 있던 여러 가지 것들과 딱 맞아떨어지는 적절한 대안이었다. 그렇게 작년 가을학기에 편입을 시도했으나 불행하게도 불합격이 되었고, 한 학기를 더 기다려 올해 봄학기에 편입하게 되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스터디를 찾았으나, 거리 때문에, 시간 때문에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마침 의정부에 학습관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곳에서 스터디할 학생을 모집하고 있었다.
지난주 토요일에 첫만남을 가졌고, 엊그제 목요일에 첫 스터디를 진행했다. 함께 공부하게 된 학우들은 모두 주부들이고, 아직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 그들에 대한 나의 생각은 앞으로 이 공간에 쓸 일이 많아지리라. 아무튼 그렇게 첫 스터디를 끝내고 함께 밥을 먹으며 서로를 조금씩 보여주고, 기분 좋은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나는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있었다. 나의 지적 욕구를 채워줄 그 무엇인가가 필요했었다. 7년을 이어온 영어리딩클럽이 그것을 채워주지 못하게 된지는 이미 오래전이고, 체인지 그라운드에서 파생된 독서토론반은 코로나로 한 번밖에 이뤄지지 못했던 탓도 있지만, 각자 책을 읽는 시간을 갖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서 나의 욕구를 채우기에는 부족했다. 얼마 전 만든 나를 포함한 세명의 독서토론반은 함께 하는 두 명이 나의 지적 허영심을 채워줄 만큼 되지 못했고, 두 사람의 태도가 나의 성향과 많이 달라 불편하기만 해서, 1년에 서너 번 정도 하다가 분위기 봐서 그만 둘 생각까지 했으니, 나의 허전함은 진행형이었다.
아~ 그런데 사회복지학과 스터디 모임이라니... 우리에겐 목표가 있다. 막연한 공부가 아니라, 학교에서 원하는 시험이라는 목표가 있고, 과제라는 목적이 발등에 떨어지고,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있다. 중장기 목표, 단기 목표를 향해 함께 가야하고, 나를 제외한 네 명 중에 세명은 이미 공부를 하려는 열망이 큰 사람들이고, 한 명은 석사학위가 세 개가 된다고 할 만큼 굉장한 학구파이다. 이 얼마나 내가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드림팀인가! 영어 리딩반, 독서토론반... 모두를 다 내려놓을 만큼 나에게 굉장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2011년, 영문학과의 문을 두드렸고, 그 문이 열리면서 나는 영어선생님까지 되었다. 얼마 전 유튜버 김미경쌤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뭘 해야 할지, 어디로 갈지 모를 땐 책을 읽었다고. 그러면 없었던 문이 열리더라고. 어떤 것이든 '0'이 아니면 '100'이라고. 문이 없던지, 있던지. '0'에서 '100'으로 가기 위해서는 액션이 있어야만 한다. 책을 읽던지, 공부를 시작하던지, 동아리에 들어가던지, 돈을 내고 어딘가에 투자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제로에 머물 수밖에 없다. 영문학과에 편입하면서 없던 문이 생겼고, 나는 그 문을 통해 들어갔고, 새 세상으로 나아갔듯이, 2021년 지금은 사회복지학과라는 문을 만들었고, 그 문의 문지방을 넘어섰다. 그 문 너머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정말 설렌다. 함께 문을 넘어선 동지들을 네 명이나 얻었고, 의양학습관이라는 공간도 내 영역으로 들어왔고, 새로 가입한 북부학생발전회도 내 영역으로 들어왔다.
영문학과의 문을 넘어선 2011년으로부터 10년이 흘러 2021년이 되었고, 내 나이는 50대 중년이 되었다. 40대 중반에 시작한 영어공부가 40대 후반 나의 직업이 되었듯이, 50대 중반 시작한 사회복지 공부는 나에게 어떤 과정을 선물하고, 어떤 결과를 이끌어줄까? 참으로 기대된다. 정말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