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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친구

by 짱2 2021. 3. 16.

친구... 

그리운 언어...

친구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친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외롭고, 그래서 누군가 그립다. 마음 한쪽이 시리다.

 

언제나 날 사랑해주고, 나의 편이 되어주는, 내편인 나의 남편, 생각만으로도 이뻐 죽겠는 나의 아들, 반대로 나만 보면 이뻐 죽는 우리 엄마... 이렇게 세 사람은 나의 분신과도 같은 사람. 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내 삶의 모든 것. 나의 보물. 내가 사는 이유다. 

 

그럼에도 친구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내 곁엔 친구가 있다. 그런데 친구가 없는 것 같다. 없는 걸 수도 있다. 아니면 나의 친구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결과물인지도 모른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믿었던 친구, 강미. 그녀는 하늘로 떠났다. 하늘로 떠나기 전, 그녀는 나를 버리고 떠났다. 그래서인지 나는 그녀의 빈자리를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감사할 일이다. 빈자리가 컸으면, 나의 우울증에 더해져 내가 어떤 행동을 했을지 모를 일이다. 그녀에게 살갑지 못했던, 친구로서 부족했던 나의 모자람에 대한 미안함도 크지 않은걸 보면, 그녀도 나에게 어지간히 몹쓸 짓을 하고 떠난 것 같다. 

 

지금 나에겐, 어릴적 친구 철희가 있다. 그녀와 나는 서로 질투를 많이 했다. 어릴 때는 내가 그녀의 미모를 질투했고, 그 질투심은 오래 이어졌다. 나이 쉰이 넘어가니, 그녀도 이젠 더 이상 예쁘지 않고, 오히려 내가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아서인지 내가 더 예뻐 보인다. 물론 이건 개인적인 나만의 생각이다. 푸하하~~~ 그럼 된 거지. 그런데 이제 혼자가 된 그녀가 나를 더 질투하는 듯 느껴진다. 별거 아닌 것에 상처 받는 것도 느껴진다. 또한 쉰이 넘은 나이까지 남자가 주된 관심사인 것이 나와 맞지 않는다. 대화가 이어진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니 자주 만나게 되지 않는다.

 

라임 언니. 남편이 돈을 잘 벌어 잘 살고 있어 좋다. 질투는 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현재의 내가 돈 때문에 남을 부러워할 속 좁은, 머리가 빈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언니는 내가 원하면 뭐든 함께 해주고, 착하고 곱다. 그런데 늘 2% 부족한 느낌이다. 나를 자극시키고, 지적 욕망을 채워주지 못한다. 그래도 함께 비싼 공연도 보고, 좋은 곳도 다니며 내 삶의 풍요로움을 함께 채워갈 수 있어 참 좋다.

 

경미. 그녀는 나의 지적 욕망을 채워주고, 내가 깨닫지 못한 부분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대화가 가장 잘 된다는 점에서 가장 좋은 친구다. 그런데 그녀는 좀 강하다. 대화를 하면서도, 이렇게 오래 만났으면서도, 그녀를 잘 알면서도 지금도 상처를 받는다. 툭툭 내뱉는 말이 아직도 나는 힘들다. 

 

대모님. 내 얘기를 잘 들어주고, 나를 높이 봐주어 늘 고맙다. 그러나 대모님에게서도 2%의 부족함을 느낀다. 

 

가희. 그녀는 너무 멀리 살고, 바쁘고, 서로 자주 보는 친구로 지내지 않은지 좀 오래되었다. 그냥 가끔 안부를 전하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얼마 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나와 참 잘 맞았다. 가장 잘 맞는 친구인데, 자주 보지 않는 것에 익숙해진 것이 아쉽다. 나의 잘못도 크리라.

 

동아리에서 만난 남자 사람 친구, 홀든. 착하고 좋은 사람이지만, 대화가 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대화의 만족도를 전혀 채워주지 못한다.

 

그 외의 사람들... 켈리 언니, 커니, 미애 언니, 옥련 언니, 연주 언니, 미선씨, 송선배님... 모두 자주 만나지 않거나,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나의 대화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자~ 이러하니... 나에게 친구가 없는 것이지 않은가! 이러하니... 내가 친구에 대한 기대치가 높거나, 친구란 존재를 잘 못 이해하거나, 친구의 가치를 모르거나... 등등의 이유로 정말 친구가 없는 것이든, 친구를 옆에 두고도 모르는 것이지 않겠는가! 이건 앞으로 내가 친구란 화두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생각하고, 깨달아야 할 부분이다. 

 

어제, 김미경쌤의 동영상을 보다가 인사이트를 얻었다. 그녀는 친구에 대한 강박을 갖지 말라고 조언해준다. 각자 바쁜데, 함께 놀아주고, 이야기 들어주고, 밥 먹어줄, 모든 것을 함께 해 줄 친구가 없는 게 당연하다고 말한다. 인간관계의 거리와 역할이 다 다르다고 말한다. 대화를 많이 한다고 친구가 아니다. 각각의 상황에 각각의 역할을 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된다. 친한 친구 한 명 없다고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1년 만에 만나서 진실한 대화를 할 수도 있는 거라고. 

 

어쩌면 나는 어린 아이처럼, 'ㅇㅇ아~, 노올자~~' 하고 부르면, '그래~~'하고 달려 나와 나와 함께 밥 먹고, 쎄쎄쎄하고, 하루 종일 함께 해줄 친구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의 마음과 딱 맞는 친구, 내 말 다 들어주고, 내가 옳다고 해주고, 내가 부르면 오고, 가라면 가는 친구가 필요했던 건지도 모른다. 세상에~ 그런 친구가 어디 있을까? 바랄 것을 바랐어야지.

 

공연 보고, 서울의 맛집, 좋은 곳 둘러보는 재미는 라임 언니와 함께 하고, 경치 좋은 곳, 맛있는 곳 찾아 경기권 일대 돌아보는 건 미선씨와 연주 언니랑, 시간 날 땐 가까운 곳에 사는 대모님과 경미를 불러 허전한 마음 채우고, 가끔 보게 되는 친구들은 가끔 보면 되고...

 

나의 만족도 100%를 채우려 하지 말고, 각각의 친구에게서 하나씩 채워가고, 나도 그들에게 하나라도 채워줄 수 있는 친구가 되자. 그리고 그 나머지 허전한 마음은 사람에게서 찾으려 하지 말고, 책에서, 나와의 대화를 통해서 찾자. 고독과 사색이라는 멋진 벗이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