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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오늘이라는 선물

by 짱2 2021. 3. 13.

사회복지학 공부를 시작하고, 지난 목요일, 첫 스터디도 즐겁게 마치고, 학우들과 식사도 맛있게 했다. 좋은 컨디션으로 출근하고 일했고, 다음날인 어제도 기분 좋게 운동하고, 공부하고, 출근했다. 잠이 부족한듯 했는데, 학원에서 간식을 먹은 후 배도 아파오기 시작하고, 통증이 가라앉으면서 너무 졸렸다. 그때부터였다. 계속 down, down, down... 

 

약간의 감정의 흔들림이 있었었다. 누군가 보고 싶은 느낌,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느낌... 카톡을 아무리 봐도 톡 하나 보낼 사람이 없다. 아니, 있다 한들, 뭐라고 쓸 말도 없었다. 그런데 이 느낌... 이거 익숙한 느낌이다. 그래, 외로움... 난 또 외로움을 타고 있었다. 

 

퇴근을 하고, 전철역으로 걸어가면서 나의 이런 감정은 최고조에 달했다. 울컥했다. 암환자가 된것이 싫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막막했고, 영어공부, 사회복지 공부, 운동, 건강식 만들어 먹기, 독서... 이런 모든 것들이 해야 할 목록의 부담으로 다가왔다. 약해진 체력으로 이런 것들을 다 해내겠다고? 어림없어. 다 내려놓아. 그냥 편하게 살어. 한 달에 2천만 원의 생활비를 받고, 본인은 진지한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엔 참 편하게 사는 지인의 삶이 더 나은 거 아닌가? 아등바등 살아서 뭐하지? 쫓기듯 살아서 뭐하지? 왜 매일 몰입하고 싶어 안달이 나서, 몰입에 대한 책을 찾아보고, 집중하기 위해 피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힘들게 사는 거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죽음이 떠올랐다. 죽으면 아무것도 모를텐데. 죽으면 배 아픈 것도 없을 텐데. 죽을 수도 없잖아. 아~ 모르겠다. 그냥 집에 가서 자자. 자고 나면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거야.

 

일찍 잤고, 그래서 또 오늘 일찍 일어났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마실 물을 따뜻하게 데워서 책상 앞에 앉아, 기도를 하고, 하루 일과를 계획하고,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나의 첫 감사일기는 늘 똑같다.

'오늘도 복되고 소중한 하루,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를 제게 선물로 주셔서 감사합니다'

번쩍~~ 심봉사 눈이 뜨여지듯, 나를 크게 내리치는 그 무엇. '어제'도 나에게 주어진 선물이었는데, 나는 그 소중함을 잊고 함부로 대했구나. 주님, 잘못했습니다. 당신이 제게 주신 소중한 하루를 알아보지 못한 저의 무지를 용서해주소서! 잠시 가볍게 찾아온 복통조차 견뎌내지 못하고, 몸이 피곤해서 졸음이 몰려온 그것 때문에 죽겠다고? 이 어리석음이여~ 그러나 그다음 날 바로 깨닫게 해 주신 감사함이여~

 

선물, 오늘 하루.

아등바등 살지 말라 하시네. 예쁘고 곱게 물들이라 하시네. 조금 천천히 가면서 주변을 돌아보라 하시네. 

 

다 끓어 안고, 억눌려, 힘들어하면서 죽음을 생각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해야 할 목록에서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꺼내 즐겁게, 행복하게 처리하고, 그 다음에 해야 할것을 찾아 또 그렇게 해내고... 그날 못하면 다음날 하고, 계속 못하면 그냥 버리고. 모두 손에 들고 쩔쩔매는 바보짓은 이제 그만하자. 건강한 사람도 다 해내지 못할 일을 혼자 다 끓어안고 해내겠다고 하는 것부터 잘못된 것이니.

 

지혜롭고 현명해져야 하리라.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 현명함. 내 앞의 일들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지혜로움. 오늘이라는 선물을 곱게 물들이자.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며, 붉고 아름답게 지는 저녁놀처럼 아름다웠던 하루를 되새기고, 감사하고, 행복감에 젖어보자. 그리고 평온하게 잠들며 또 선물과도 같은 하루를 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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