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학과에 편입하면서, 마치 나의 평생의 '한'이 된 듯한 '대학원'에 대한 꿈을 살포시 펼쳐보았다. 늘 배움에 대한 목마름으로 30년을 공부해왔고, 그 과정에서 국문학사, 영문학사, 아동학사라는 세 개의 학사학위를 얻었다. 이제 사회복지학이라는 학위를 향해 또 달려가고 있다. 이 목마름은 언제 채워질지, 아마도 대학원이라는 타이틀이 그것을 채워줄 것 같았다. 암 수술과 항암으로 내 몸은 약해져 있고, 지금 하고 있는 주부로서의 삶, 직장인으로서의 삶, 대학생으로서의 삶도 벅차게 해내고 있는데, 대학원 과정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면서도, 사회복지학 공부가 끝나는 2023년 또는 2024년에는 꼭 도전하리라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세개의 석사학위를 자랑하는(?) 한 언니에게서 대학원에 들어가는 학비를 듣고서 갑자기 인사이트를 얻었다. 나의 예상보다 더 많은 5천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고 한다. 나의 월급 2년 치를 넘어가는 비용이다. 그렇다면 이 금액을 주식에 투자하는 것보다 나에게 투자하는 것이 더 큰 수익을 가져다줄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누군가의 말대로 그 두배의 수익인 1억이라도 내가 벌 수 있도록 해줄까? 약해진 체력으로 공부하는 과정의 힘듦은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그리고 그런 힘든 과정을 겪은 후의 확실한 보장이라도 있다는 건가? 아니다. 없다. 정말 자기만족인 것이다. 내가 라임 언니처럼 한 달에 2천만 원의 생활비를 받는 사람이라면 아무런 고민 없이 대학원을 선택하겠지만, 노후를 걱정해야 하는 나로서는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석사학위까지 받은 후, 상담사로서의 삶을 살고싶었다. 내 나이 칠십을 넘기고, 팔십을 넘기도록 일을 하면서 살고 싶었다. 하지만 꼭 학위를 받아야만 할까? 또 석사학위를 받는다고 그런 길을 갈 수 있다는 보장이라도 있단 말인가? 모를 일이다. 더군다나 1억 원이라는 돈을 벌려면 한 달에 2백만 원의 월급을 받는다고 해도 5년이 걸릴 일이다. 순수하게 모았을 때 말이다.
현재 매달 100만원 이상의 돈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앞으로 7년간 그렇게 살아야 노후가 편안해진다. 그런데 학비 5천만 원을 들여야 한다면 투자는 물 건너간다. 이런 부분을 포기하면서 확실치 않은 미래를 위해 나에게 투자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또한 학원과 병행하며 대학원을 다니고 공부를 할 수 있기는 한 걸까? 결론은 자연스럽게 대학원을 내려놓기로 했다.
여우의 신 포도 이야기가 떠오른다. 자신이 먹지못할 포도를 어차피 시어서(sour) 맛이 없을 거라고 치부해버리는 이야기처럼, 대학원을 포기하고 나니 대학원이 의미가 없어지고, 다른 것들이 채워졌다.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삶은, 책을 읽고, 인사이트를 얻고, 내 삶을 변화시켜가는 삶이다. 비싼 비용을 치러가며 힘들게 공부하는 삶이 아니라, 진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는 지혜의 말씀을 가슴으로 느껴가며 사는 삶이다. 대학원은 어쩌면 남에게 보이고 싶은, 자랑하고 싶은 나의 지적 허영심 인지도 모른다.
대학원을 내려놓으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졸업을 향해 바쁘게 달려갈 이유도 없어졌고, 좋은 점수를 받기위해 악착같이 공부할 필요도 없어졌다. 정말 편하게 어떤 한 분야에 대해 알아가는 기쁨만을 위해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시간도 생겼고, 남편과 여행하는 삶을 계속 유지할 수 있고, 지인들과 만나 수다 떨 시간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배움에 대한 나의 열망은 끊임이 없을것이다. 이 부분은 김미경쌤의 말대로 이젠 하버드 대학조차도 인터넷을 통해 열려있다. 남에게 보이려는 나의 어리석음만 내려놓는다면, 얼마든지 채워갈 수 있다. 사회복지학 대학원은 방송대에도 있으니 말이다. 또한, 신문을 읽고, 경제 용어를 알아가고, 철학서와 역사서를 읽으며 나의 지적 허영심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으리라.
어제,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문득 든 생각이다. 대학원 다닐 비용으로 차라리 영어공부를 더 하자. 너가 정말 좋아하는 영어공부, 차라리 그것을 원 없이 해봐라.
이 세상은 참 좋아졌다. 꼭 집 밖으로 나서지 않고도 배움의 길은 열려있고,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내 형편에 맞게, 나의 욕망을 채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영어공부가 그렇지 않았던가! 그렇게 준비하고 있었더니, 그쪽으로 문이 열리지 않았던가! 현재 진행형인 영어공부와 사회복지학 공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열심히 쫒아가자. 더불어 가정이라는 소중함을 잊지 말고, 건강도 챙기면서 잘 살자. 분명히 다른 방향에서 문이 열릴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