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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미안한 마음은 잠시 접어두기

by 짱2 2021. 4. 6.

봄이 되고 여행 다니기 좋은 계절이 되니, 올 한 해는 부모님과 함께 하는 여행은 하지 말자고 다짐했던 내 마음이 흔들린다. 습관처럼 익숙해진 부모님과의 여행을 내려놓기 위해, 그리고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기 위해 많이 애쓰고 있는 중이다. 

 

동생과 함께 하는 여행을 꿈꾸시며, 나와의 여행을 약간 달가워하지 않는 아빠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나하고의 여행을 행복해하는 엄마를 생각하면 죄송한 마음이 드는건 어쩔 수 없다. 두 분 모두 연로하셔서, 한 시간이 넘는 승차는 두 분을 피곤하게 한다는 이유로, 또 차만 타면 멀미를 하는 엄마 탓에 이제는 함께 여행가지 않겠노라고 선언을 했고, 두 분은 고개를 끄덕이셨다. 엄마는 서운해하셨지만 약해진 체력을 느끼시고 계시기에 받아들이셨다. 

 

물론, 가까운곳으로의 여행, 동생과 함께 하는 가벼운 여행을 할 수도 있으나, 이미 내 마음은 많이 상처를 받았고, 동생과 함께 하는 여행의 불편함은 더욱 크기 때문에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 

 

내가 왜 안해보았으랴! 그런 여행 후에, 내 마음에 내려앉는 허탈함, 속상함으로 마음을 다쳤었다. 돈은 돈대로 쓰고, 재미도 없고, 올케의 눈치까지 봐가며 보낸 시간 후에 난 무엇을 얻었는가! 가족 간의 사랑? 전혀 아니다. 그냥 해야 할 도리를 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암환자가 된 이후, 부모님을 모시고 많은 여행을 했다. 돈도 많이 썼다. (우리 부부만 다니는 여행보다 2배 더 든다. 용돈까지 드리게 되니...) 다녀온 후의 피로감은 넘쳤다.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니, 시간 될 때마다 모시고 여행가는것이 옳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지난 30년간 참 많이 모시고 다녔다. 후회되지 않을 만큼... 그만하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젠 나도 환자가 되었고, 두 분도 연로하셨다. 이제 그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봄이 되고, 꽃놀이 철이 되니, 미안한 마음이 자꾸 솟구쳐 올라와 일기를 쓴다. 올해, 2021년만 꾹~ 참아보자! 사회복지학 공부도 시작했고, 해야 할 꺼리도 많다. 나에게 들어왔던 부모님의 자리를 이젠 내어 놓고, 다른 것들로 채워야 할 필요가 있고, 내가 암환자가 되면서 엄마에게 깊이 자리한 '나'라는 사람의 존재도 이젠 희석시켜 드려야 한다.

 

이번 2분기의 수업은 놓쳤지만, 7월이 되면, 엄마와 함께 캘리그라피를 배워 볼 생각이다. 엄마는 원래 그림을 잘 그리시는데, 처음 배운 서예까지 대단한 솜씨를 뽐내셨다. 학원 근처의 북부여성발전센터에서 엄마와 함께 배운다면 얼마나 좋아하실지 그림이 그려진다. 나의 미안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여름에 엄마에게만 살짝 개방하자. 그리고 내년부터 가깝고도 놓은 여행지로 모시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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