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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slow and steady

by 짱2 2021. 3. 30.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나는 어쩌면 열심히 하려고 마음먹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번 일기에도 내려놓자고 하고서 또 열심히 하려고 욕심을 냈으니 말이다. 뭐든지 시작하면 열심히 하고 싶은 내 열정을 어쩔 수 없지만, 내가 암환자라는 사실을 또 잊어버린 것이다. 

 

사회복지학 공부를 시작하면서, 한 학기에 12학점 정도만 공부하자고 생각을 했었는데, 18학점도 어렵지 않다고 한 어느 선배의 말에 다시 욕심을 내었다. 그런데 그것은 건강한 학우의 경우에 해당되는 말 일거다. 나의 경우처럼, 암환자에 주부, 그리고 직장까지 다니는 사람은 쉽게 6과목을 꾸려 나갈 수 없다. 3~4개월 동안 12번의 과제 제출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그저 쉬운 일만도 아니고, 그렇게 시간에 쫓겨서 정작 내가 원했던 진정한 공부를 할 수 없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급하게 사회복지학 학위가 필요하지도 않고, 실습을 빨리 해야 할 이유도 없다. 

 

게다가 최근에 나의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유튜브와 관련된 공부를 시작하려고 등록을 했다. 앞으로의 세상은 인터넷, 유튜브와 연결된 세상이고, 이런 세상속으로 나도 발을 들여놓고 싶어 졌다. 아니 그래야만 할 것이다. 이 첫 발걸음이 미래의 나의 삶에 어떻게 작용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고, 이런 공부를 위해 돈을 투자하면서까지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대답할 거다. 돈을 투자하지 않으면 배움을 허투루 생각하기 쉽다. 공부의 결과는 나중에 알게 될 것이나, 시작하지 않으면 그건 그저 로망으로만 남을뿐이다. 해 봐야 그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는지, 정말 소중한 발판이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해보지 않으면 전혀 알 수 없는 영역이 되고 만다. 

 

또한, 나는 책 읽기가 참 좋다. 그런데 공부를 하면 그 좋은 책읽기를 놓치게 된다.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여행과 독서를 놓치지 않고 계속하면서 공부도 함께 병행해 나가는 것이 내가 원하는 삶이다. 즉, 즐겁게 공부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런 마음을 망각하고 또 열심히 공부하려고 했다. 하마터면 열심히 공부할뻔 했다. ㅎㅎ 그러다 지난 일요일부터 어제 낮까지 계속 엄청나게 잠을 잤다. 덜컥 겁이 났다. 어쩌면 이렇게 많은 잠을 쏟아낼까 싶었다. 그동안 새벽 기상을 하며 잠이 모자란 탓일까? 몸에 이상이 생긴 걸까? 아무것도 할 수없을 만큼 졸리고 멍한 상태로 출근을 했다. 이런 몸 상태로는 앞으로 아무것도 할 수없을 듯 느껴졌다. 사는 것이 힘들 거 같았다. 그런데 문득 이비인후과에서 처방해준 알러지 약이 생각났다. 병원에 전화 해 보니, 졸릴 수 있다고 한다. 맞다. 바로 그것이었다. 체력이 약한 나에게 그 약은 쥐약이었던 것이다. 참 다행이었다. 원인을 알았으니. 

 

알러지 약 덕분에 나는 내 몸 상태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고, 한꺼번에 18학점을 위한 공부를 접었다. 당장 과제 3개를 제출해야 한다는 부담도 한몫했다. 이렇게 스트레스 받으며 공부하고 싶지 않다. '앎', '배움'이라는 것에 방점을 찍은 공부인데, 과정의 즐거움을 누리고자 한 공부인데, 이런 것을 놓치고 시간에 쫓겨 달려가고 싶지 않다. 

 

어제, 12학점만 하자고 결심하고 과제물을 준비하니 마음이 참 편안해졌다. 과제물 안한지도 몇 년이 되어서 부담이 되었었는데, 막상 시작하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뭐 대단한 논문을 쓰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편하게, 즐겁게 공부하자. 한 학기에 12학점씩, 여섯 학기, 즉 3년을 생각하자. 그리고 온라인에 내 건물 세우기 전략에 투자하자. 그렇게 3년을 보낸다면, 내 미래는 어떻게 달라질지 정말 궁금하다. 멋진 미래를 꿈꾸며 천천히 그러나 꾸준하게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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