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쫓기듯 살다가 문득 이렇게 사는 삶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슬그머니 그 바쁨을 내려놓고 여유를 부려보고, 사람들을 만나본다. 그러나 늘 바쁘게 살았던 삶이 습관이 된 것인지, 내가 그렇게 생겨먹은 모양인지, 다른 것들이 나의 만족감을 채워주지 못한 탓인지, 어느새 나는 다시 바쁜 삶을 살아간다. 그게 편하고 좋은 건 왜일까? 사람들은 나에게 왜 그렇게 힘들게 사느냐고 말하며 은근히 질책한다. 암환자임을 굳이 인식시키며 유별나게 애쓰며 산다고 말한다. 편하게 살라며 안쓰러움을 넘어서 비아냥거린다(물론 내 느낌일 뿐).
그런 말을 자주 듣게 되면 내가 잘 못살고 있는것만 같다. 내가 나를 몹시 학대하는 것만 같다. 그리고 또 가끔은 편안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바쁘게 돌아가는 삶이 버겁게도 느껴진다. 또다시 바쁨을 내려놓아보지만 어느새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나를 발견한다.
내가 잘 못살고 있는 것인지, 다른 사람들이 잘 못살고 있는 것인지... 물론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것이 인생임을 안다. 다만 나에게 자신의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들 탓에, 가끔은 버겁게 느껴지는 나 스스로 때문에 혼란스러워진다. 한 번뿐인 소중한 삶을 내가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 것인지, 내가 놓치는 것은 없는지... 때로는 편하게 사는 사람들이 부러워지기도 하니 말이다.
강사이며 유튜버인 김미경쌤의 동영상을 좋아한다. 그녀의 마인드, 삶, 추진력 등이 나와 비슷하다. 물론 그녀의 삶과 나의 삶의 스케일은 많이 다르지만. 꿈을 꾸는 그녀는 현재도 계속 꿈을 꾸고 있고, 그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간다. 나보다 네 살이 많고, 이미 성공한 사람이기에 내가 보고 배울 점이 많아 좋다. 더욱이 주부라는 공통점이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녀는 정말 바쁘게 살아간다.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의 그 누구보다 바쁘게 살아간다. 사람들은 그녀에게도 왜 그렇게 바쁘게 사느냐고 왜 고생하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이미 이런 답을 가졌다. '현재의 내가 고통 받으면 그건 고생하는 중이 아니라 미래의 내가 성공하는 중이다'. 아! 얼마나 멋진 말인가! 이 말은 나의 바쁨에 딴지를 거는 모든 사람들에게 한 방 날려주는 말이다.
나에게 성공이란 김미경처럼 사업으로 성공하고, 돈을 많이 벌고, 유명해지는 것이 아니다. 나는 제자리에 머무는 도태된 삶이 아니라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살고 싶고, 이 세상을 더 많이 알고 싶고, 나를 더 많이 알고 싶다. 매일 내 안에서 피어오르는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고 싶다. 너무 이상적이고 구체적이지 않다고? 절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이미 난 이렇게 살고 있으니까. 이미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데 뭐가 이상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가! 이런 삶의 과정엔 피, 땀, 눈물은 필요조건이고,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돈을 벌어야 하고, 공부를 해야 하고, 체력을 키우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하고,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입력하기 위해 독서를 하고, 좋은 영상을 봐야 한다. 즉, 바쁘게 살아야 한다. 바쁨은 고통이 수반되고,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한 나를 만날 수 있다. 거저 얻는 것은 하나도 없다.
암환자가 되면서 술을 끊었고, 덕분에 술로 허비했던 시간을 얻었다. 술 마시며 보내던 시간과 술 깨며 보내던 시간을 합치니 적지 않은 시간이 내게 선물로 주어졌다. 사람들은 그 시간에 쉬라고 한다. 하지만 매일 쉬기만 하면 되는걸까? 얼마나 어떻게 쉬어야 하는 걸까? 자면 되나? 멍 때리면 되나? 언제까지? 사람들 만나 수다 떨면 쉬는 걸까? 난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그들은 허투루 시간을 보내며 그걸 쉰다고 오해하는 것이다. 휴대폰으로 게임하고, 전화 통화로 수다 떨고, 불필요한 만남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쉰다고 착각을 하고, 자기와 같은 삶을 살라고 요구한다. 어리석다.
오히려 난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보다 더 많이 쉬고, 더 잘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 저녁 명상을 하며 릴랙스하고, 깊은 잠으로 나를 편안하게 쉬어주고, 새벽에 일어나 간단한 동작으로 스트레칭 함으로써 몸을 깨워주고, 입과 눈을 깨끗이 닦아 노폐물을 제거하고, 아침 명상으로 나의 마인드를 셋업 시키고, 주님께 기도를 올리고, 감사기도와 자기 확언으로 나를 다시 한번 일깨우고, 다짐하고, 산책을 하며 체력을 키우고, 좋은 음식을 먹으려 노력하며 내 몸에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루틴을 매일 실행한다. 남편과 격주로 여행도 많이 다닌다. 다른 이들이 수다 떨고, 허투루 보내는 시간을 이렇게 멋진 것들로 채워 놓는 내 삶이 정말 황홀하지 않은가! 어디 그들의 그런 삶에 비할쏘냐!
그뿐인가? 집안일도 깔끔하게 하고, 직장도 다니고, 대학생활도 시작했다. 유튜브로 유료 강의도 신청했다. 열심히 살뿐 고통스럽지 않다. 오히려 즐겁다. 오히려 신난다. 이런 현재의 삶이 미래에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갈지 정말 궁금해 미칠 지경이다. 내가 생각하는 성공이 바로 이것이다. 미래의 어딘가에 가 있을 내 모습이 성공 바로 그 자체다. 매일 어영부영하면서 시간을 허투루 보내다 어딘가에 팽개쳐진 내가 아니라, 참 열심히 사는 내가 한 계단, 한 계단 꾹꾹 밟으며 올라가 탄탄하게 자리 잡고 앉을, 아니 계속 올라가고 있을, 신나게 삶을 즐기고 있을 내가 기대된다.
때로는 하기 싫을 때가 있다. 그러면 잠시 내려놓으면 된다. 그럴때 푹신한 침대에 몸을 누이고 깊은 잠을 청하고,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무념무상에 젖어보고, 철학책을 읽으며 사색에 빠져보고, 남편과 여행을 떠나 힐링을 하고 온다. 그리곤 다시 나에게로, 나의 일상으로 돌아온다.
이제 누군가 나에게 왜 그렇게 힘들게 사느냐고 비아냥거린다면 이렇게 말해주리라. 미래의 내가 성공하는 중이라고.
'나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줄로 요약 된 내 삶의 목표 (0) | 2021.04.09 |
---|---|
미안한 마음은 잠시 접어두기 (0) | 2021.04.06 |
slow and steady (0) | 2021.03.30 |
천천히 쉬어가자 (0) | 2021.03.24 |
죽음과 통증을 선물과 지혜로 (0) | 2021.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