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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생활비 줄이기

by 짱2 2021. 4. 21.

학교 과제물 준비하느라 일기를 쓰지 못한 지 벌써 열흘이 다 되어간다. 과제 준비를 위해 빌려온 책들의 반납기한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미 과제는 끝냈지만, 대출 한 이 책들에 대한 흥미로 아직도 반납을 미루고 있다. 부지런히 읽고, 얼른 반납해야지. 이 책들에 대한 리뷰를 할 시간은 도무지 나지 않을 거 같다. 혹시라도 이번 주 토요일에 근무를 하지 않게 된다면, 꼭 책 리뷰를 하리라 마음 먹어본다. 

 

지난 주말에 여행을 다녀오며, 늘 그렇듯이 차 안에서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뼈때리는 말이 계속 마음에 머물렀다. 앞으로 초과근무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였는데, 남편의 초과근무수당은 우리 살림의 중요한 부분이라, 그만큼의 수입이 줄어든다면, 우리 삶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금처럼 격주로 여행 가고, 외식 자주 하고, 사고 싶은 것들 모두 살 수 있었던 삶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쿵!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스트레스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의 확장은 있었어도, 걱정이라는 단어는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만큼 내가 성장했다는 걸까? 아니면 앞으로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확신 때문일까? 아무튼 부정적인 단어는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는 것이 대견하다. 철렁 내려앉은 가슴으로 깊게 성찰해보았다. 내 삶의 경제적인 부분, 나의 살림 사는 방법. 당연히 문제가 많았다. 마치 갑부마냥 펑펑 쓰고 살았음을 당연히 상기했고, 그동안 꾸준히 생각하고 있었던 미니멀 라이프를 당장 당겨와야 한다는 인식을 했다. 내게 깊은 깨달음을 주었다는 측면에서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도 해본다.

 

종이를 펼치고, 펜을 들고, 구체적으로 그동안의 한달 생활비를 적어보았다. 앞으로 들어오게 될 월급도 적어보았다. 절대적으로 적자일 수밖에 없는 지출을 구조조정했다. 7,80만 원에 이르는 한 달 식비는 40만원으로 줄여야 했고, 남편과 나의 한 달 용돈도 각각 5만 원씩 삭감해야 했고, 여행경비와 나의 미용을 위한 비용도 과감하게 줄여야 했다. 머리로 생각하고, 구체적 목표는 설정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문제는 실천이다. 이 부분은 계속 노력하며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나의 삶을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이었으므로 현명하게 풀어가야 하리라.

 

또 하나 다행스러운 것은 남편에게 짜증부리지 않고, 유쾌하게 내 마음과 결정을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이 모든 것이 남편의 잘못인 것처럼 달달 볶으며, 용돈부터 줄이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남편의 화를 돋웠을 텐데, 기분 좋은 감정으로 웃으면서 이야기를 했고, 여행도 이제부터는 못 간다고 말하지 않고, 차박으로 여행하고, 외식을 하는 대신에 집에서 맛있는 것 만들어 먹자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남편을 끌어안으며 우리 알뜰하게 더 재미나게 살아보자고 했다. 

내가 생각해도 참 잘했다. 짜증내고, 스트레스 받는것 모두 표현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을 테니 말이다.

 

암 환자가 되면서 삶을 대하는 내 마음의 변화도 컸고, 언젠가는 미니멀한 삶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나 스스로 다짐을 했었던 영향도 있고, 많은 책을 읽으며 예전보다 현명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런 나의 덤덤하고 지혜로운 결정과 대처의 요인은 매달 얼마만큼의 주식에 투자하는 금액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마음과 그리고 그렇게 가계 계획을 세웠다는 것과 디지털 세상에 맞는 디지털 맞춤 인간으로 거듭나겠다는 나의 다짐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지금 조금 힘들더라도 일정액을 투자하고 있으니 노후에 대한 걱정이 없고, 주식에 투자하고 남은 금액으로 현재 살아가는데 조금 불편할 뿐이지 힘들게 살 정도는 아니라는 것, 그리고 미래에 대한 또 다른 준비, 즉 돈이 될 수 있는 디지털 관련 일을 준비하고 있다는 괜한 안심 때문이다. 올해엔 사회복지학과에 편입을 했고, 김미경 유튜브를 통해 즉각적인 공부를 시작했고, 현재의 이런 노력들이 미래의 나를 멋진 곳으로 데려다줄 거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앞으로 7년만 이렇게 살면 되고, 2년후면 100만 원이 넘는 차 할부금도 없어지니 그땐 주식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고, 남편이 은퇴를 하고, 내가 일을 그만두게 될 거라고 예상하는 7년 후에도 아마 우리 두 사람은 계속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더더욱 걱정이 없다. 물론 건강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긴 하지만, 그건 만약의 경우이므로 한켠으로 제쳐둔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있다. 하루라도 빨리 경제적 위기를 느꼈고, 그에 대한 대처방안을 찾았음에 감사한다. 앞으로는 지금 예상하는 금액만큼만 생활하고, 그 이상의 수입은 모두 저축하거나 투자하기로 한다. 줄어든 금액만큼 허리띠를 졸라매는 고통이 따라오겠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필요한 시간이다. 가계의 기획재정부 장관인 나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항상 따라와주는 남편에게 고맙고, 그만큼 나는 현명하게 살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