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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책 읽기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2) - 오프라 윈프리 -

by 짱2 2021. 5. 20.

영화평론가 진 시스켈에게 '당신이 확실하게 아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은 후, 같은 제목으로 'O 매거진'에 한 달에 한 편씩 칼럼을 쓰기 시작했고, 14년의 기록 중에서 선택된 글을 한 권으로 만든 책. 바로 이 책이다. 이 글을 읽으며 여러 부분에서 공감이 되었지만, 글을 읽는 내내 든 생각은,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이 무엇일지 늘 사색하며 고민했을 14년의 세월이 그녀를 더욱 성장하게 만들었을 거라는 확신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계속 질문했다.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이 무엇인지... 

 

한국처럼 작은 나라가 아닌, 훨씬 크고,인구도 훨씬 많은 나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고,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사람의 삶은 어떨까? 오프라 윈프리는 나보다 훨씬 크고 좋은 집에서 살고, 유명한 사람들을 만나며, 나보다 훨씬 값진 일들을 해내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녀의 근본은 사람을 사랑할 줄 알고, 작은 것의 소중함을 안다는 점에서 나와 크게 다르지 않고, 그래서 더욱 아름다웠다. 살아가는 것이 기적이고, 잠시의 시간만 내면 삶을 보물로 가득 채울 수 있다고 말하는 그녀. 깊은 성찰의 끝엔 결국 내가 사는 삶,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것의 깨달음, 그렇기에 다른 사람의 삶도 소중하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너를 치려는 어떤 무기도 소용없으리라'는 이사야서 54장 17절의 구절을 나는 절대로 잊지 않는다. 어떤 힘든 순간에도 밝은 면은 있는 법. 비밀이 폭로되면서 나를 묶고 있던 속박도 풀렸음을 깨달았다.

 

어린 시절, 성적 학대를 받고, 14살에 임신까지 했었던 오프라 윈프리는 대중에게 그 사실이 알려짐으로써 속박에서 풀렸고, 상처의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덮어두기만 한다면 곪아 터져 버릴지도 모를 일들을 밖으로 꺼내놓음으로써 오히려 새살이 돋게 할 수 있음을 많이 봐왔다. 스스로 꺼내 놓기까지는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할 것이고, 나 또한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으나, 세월이라는 무기가 언젠가 나에게도 용기를 줄 거라 믿는다. 

 

지금의 내 모습을 가지게 한 씨앗이 언제, 어떻게 뿌려졌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그 씨앗을 바꿔 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히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의 책임이다. 우리가 사는 이 우주에는 반박할 수 없는 법칙이 하나 있다. 우리는 각각  자신의 삶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이고,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임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내 나이 50이 되면서 암환자가 되었고, '어제'의 나의 잘못된 삶의 결과물임을 깨달았다. 육체가 이러할진대, 영적인 부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위와 대장에 자리 잡은 암덩이를 없애기 위해, 위의 반을 잘라내고, 대장의 3분의 1을 잘라내면서, 나는 내 잘못된 삶의 덩어리까지 잘라내 버렸다. 그리고 새로운 씨앗을 심기 시작했다. 아주 건강하고 강인한 씨앗을 고이 심고, 고이고이 길러가고 있다. 

 

예순 살이 되었을 때, 나는 내가 '지금의 내가 될 권리'를 정당하게 획득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내가 지금의 나 자신이라는 점에 당당하다. 

 

언제부터인가 앞으로 7년 후, 내 나이가 환갑이 되는 그 날이 나의 기준점이 되었다. 정확한 기준점은 2028년 음력 8월이 되겠으나 꼭 그 날이 아니라도 꼭 그해가 아니라도 2028년 즈음의 나의 모습이 어떠할지 정말 궁금하다. 2018년 12월에 암이라는 것을 알았고, 2019년 1월에 수술을 하면서, 예전과는 다른 씨앗을 심고 가꾸기 시작했고, 그렇게 2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는 예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고, 이 멋진 삶이 가져올 미래가 분명 멋질 것이라는 걸 알기에, 달라진 10년의 삶의 결과물이 가시적으로 보여질 내 나이 환갑이 정말 기대된다. 그때의 내가 될 권리를 정당하게 획득했을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