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하는 동안 물을 마실 수 없었다. 그토록 구수하던 숭늉에서도 냄새가 났고, 온갖 차 종류도, 레몬차도 마실 수 없었다. 항암제는 그토록 독했다. 안방 침대에 누워 있음에도 주방에서 열린 냉장고 틈으로 새어 나온 냉장고의 김치 냄새가 역해 구역질을 해댔다. 임신부의 입덧은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 물을 많이 마시라고 하는데, 건강했을 때부터 물을 잘 마시지 않던 내게 물마시기는 고역 그 자체였다. 그러다 초여름이 되면서 수박이 나오기 시작했고, 난 커다란 수박 한 통을 3~4일에 걸쳐 다 먹었다. 더 먹을 수 있었는데, 과일에 들어있는 당성분이 암환자에게 해로울 거 같아 자제했을 뿐이었다. 그해 여름 먹은 수박은 내가 50년 동안 먹은 수박의 총량을 훨씬 넘었을 것이다. 사실, 내가 싫어했던 과일은 수박이었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물에서 나는 냄새때문에 물을 마시지 못하는 상황은 아니다. 다만 체질의 변화가 온 건지, 냉장고도 모자라 김치냉장고에 넣어두었던 정말 시원한 물에 얼음까지 띄워서 마셨던 물을 마시기 싫어졌고, 따뜻한 물이 좋아졌다. 새벽에 일어나면 뜨거운 물을 들고 책상 앞에 앉아 적당히 식혀가며 한잔씩 마시는 것이 루틴이 되었을 정도다. 그 시간에 마시는 물은 입에 전해지는 온도, 목을 타고 넘어가는 느낌, 코로 맡게 되는 향기, 따뜻해지는 체온까지 정말 섬세하고 거룩하다. 건강해지는 느낌은 덤중의 덤이다. 그렇다 보니 물에 대한 관심, 차에 대한 관심은 있는데, 차는 비싸다는 생각, 번거롭다는 생각에 인스턴트 차 몇 가지만 사서 먹다가 흥미를 잃었었다.
그러다 얼마전 신문에 나온 선엽 스님의 차 이야기에 눈이 번쩍했다. 당장 도서관 검색을 하니 내가 매일 지나다니는 회룡역 스마트기기에 있지 않은가! 그날로 당장 대출을 했다. 차와 관련된 다기, 꽃, 약초 등등의 사진만 봐도 힐링되는 느낌이었다. 이 책을 다시 반납한 후에도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구절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선엽 스님이 운영하시는 남양주의 티 카페 '마음 정원'에도 다녀올 생각이다. 실망의 확률도 있겠으나, 가보고, 해보고, 느껴보지 않으면 그저 로망일 뿐이니, 꼭 다녀올 생각이고, 좋은 차도 구매해서 새벽의 루틴에 좋은 차 마시기가 플러스 되기를 기대한다.
내 몸에 맞는 한잔의 차는 몸과 마음을 정화할 뿐만 아니라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인생의 가장 큰 명약이다. 자신을 돌아볼 틈 없이 앞만 보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바쁜 생활로 인한 영양 불균형과 스트레스 때문에 기혈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미 갖가지 병을 안고 살면서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우리 땅에서 난 건강한 제철 식물로 만든 차를 마심으로써 병든 오장육부와 정신을 되살리는 것,
그것이 나의 간절한 바람이다.
더불어 선천적 질환, 신경계나 면역계 손상 같은 현대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약차로 도움받기를 원한다.
마음을 정화하고, 잘못된 식습관을 바로잡아주며, 인의예지신까지 갖추게 하는 것이 바로 차다.
차를 마시면 저절로 겸손해지고 생활이 절제되며, 말과 행동이 아름다워진다.
사람 사이를 가깝게 하고, 넓은 마음으로 화합하게 하고, 깊은 마음으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힘,
차는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내 몸에 맞는 차 한잔을 제대로 마시면 몸과 마음이 치유된다.
생활에 찌든 몸과 마음에 약으로 작용해 해독과 보혈가지도 할 수 있다.
약차 한잔 마시는 게 번거로운 일도 아니다.
바빠서 정신없다고 아우성치는 사람도 간편하게 차 한잔 마시는 시간은 낼 수 있을 것이다.
약차 한잔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켜주고, 삶에 여유를 가져다주며,
내면을 바라보는 명상의 시간을 선사한다고 확신한다.
불안과 긴장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5분 차명상
준비 단계
1.조용한 장소에 찻잔과 물, 티 푸트, 좋아하는 차를 가져다 놓는다.
2. 눈을 감고 경직된 목과 어깨, 팔다리를 최대한 이완한다.
3.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쉬기를 100번 정도 하며 호흡에 집중한다.
4. 가만히 자신의 몸과 느낌을 관찰한다.
호흡 단계
1. 이완된 몸을 느끼며 호흡에 집중한다.
2. 들숨과 날숨을 지켜보며 호흡하는 숫자를 세보거나 코끝에 느껴지는 숨결을 통해 숨이 들고 나는 느낌,
코끝에 닿는 느낌을 관찰한다.
3. 횡경막을 자극하면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된다.
깊이 호흡하면서 갈비뼈 5cm 아래에 있는 횡격막이나 아랫배의 단전에 손을 가져다 댄다.
안정 단계
1. 티포트에서 물이 끓는 소리, 찻잔에 물을 따르는 소리에 집중한다.
물소리를 들으면 긴장이 풀어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2. 찻잔에 물을 따르면서 수증기를 깊이 들이마신다.
3. 차의 빛깔을 살피며 차의 향기를 느끼는 동시에 손으로는 찻잔의 온기를 느낀다.
4.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고 손바닥을 통해 차의 온기가 몸에 스며드는 것을 느낀다
5. 차향을 음미하며 따뜻한 찻잔을 입술에 댄다.
따뜻한 찻잔이 닿으면 입술 주위에 분포된 부교감 신경섬유가 이완된다.
아기가 엄마 젖을 먹듯 안정감과 평온함을 느낀다.
6. 첫 모금에 마른 입술을 적시고, 두 모금에 입안을 적시고,
세 모금에 목젖을 적실 수 있도록 세 번에 나누어 조금씩 마신다.
네 모금째에는 차의 온기가 식도를 거쳐 배 속 깊이 내려가는 것을 느껴본다
7. 온기를 깊이 들이마시며 온몸에 퍼져가는 차의 기운을 느낀다.
마음의 눈을 여는 단계
1. 한 모금씩 천천히 차의 맛을 마음으로 느낀다.
2. 차맛에 집중함으로써 차가 흡수되는 경로에 따라 맛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아차린다.
3. 맛이 혀에 머물다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살피면서 세상과 나 자신의 본질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몸과 마음과 느낌과 생각도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고정된 내가 아닌 조건 따라 변화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이 책은 몸을 위한 약차를 면역력, 스트레스 해소 등 일곱 가지로 분류하고 그에 맞는 차를 정리해놓았다. 말리고 덖는 방법까지 세세하게 기록이 되어있으나, 나는 그렇게 힘든 과정을 손수 하고 싶지는 않다. 누군가의 정성과 노력이 들어간 건강한 차를 돈을 들여 구입할 생각만 하고 있다.
몸을 위한 건강한 습관, 풍요롭고 낭만적인 힐링의 시간을 누리고 있는 나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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