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나왔을 때부터 읽고 싶었다. 조던 피터슨의 전작 중 어떤 것도 읽은 적은 없지만, 워낙 저명한 작가가 최근에 새로운 책을 출간했다고 하니, 그리고 주위에서 몇 사람이 괜찮다고 하니, 정말 궁금했다. 도서관마다 대출 중이었는데, 마침 한 곳에 비치중이어서 곧바로 달려가 대여를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조금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작 '12가지 인생의 법칙'을 먼저 읽어보았어야 했었을까? 그래도 몇 군데 내 마음에 울림을 주는 대목이 있어 기록으로 남기려 하고, 현재 바쁘게 공부하고 있는 디지털 공부가 끝나면 '12가지 인생의 법칙'을 읽고 다시 사색해 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위계 구조의 밑바닥을 경험하는 것은 유용하다. 감사와 겸손의 싹을 틔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왜 '감사'인가? 전문 지식이 당신보다 탁월한 사람들이 있다. 당신이 현명하다면 그 사실에 기뻐해야 한다. 세상에는 복잡하고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채워야 하는 자리가 무수히 많다. 믿을 만한 기술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는 사실은 진정 감사해야 할 일이다. '겸손'은 또 무슨 말인가? 충분히 안다 생각하고 꽉 막힌 사람이 되기보다는 모른다 생각하고 가르침을 청하는 편이 낫다. 내가 아는 것들과 친해지기보다는 모르는 것들과 친해지는 게 백배 낫다. 아는 것은 유한하지만 모르는 것은 끝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가정을 무의식적으로 숭배하면서 고집스럽게 붙잡고 있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그로 인해 궁지에 몰려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도움이 되는 것은 항상 우리가 아직 배우지 못한 것들이다.
겸손해진다는 것, 특히 지인과 함께일 때 겸손해질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성숙한 사람일 것이다. 나의 경우는 잘난 척하고 싶은 심리가 커서 겸손해지기 참 어렵다. 다른 이가 말하고 있으면 내가 아는 것을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린다. 중간에 어디쯤 자르고 들어갈까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끼어들었든, 내가 주도해서 내 생각들을 나열하고 난 후에 오는 허탈감이다. 나는 나의 어리석은 잘난 척을 늘어놓았지만, 지인들의 지혜는 나누어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인들은 자신의 자질구레한 일상을 늘어놓는데, 그걸 듣고 있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고, 또 어떤 이는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하고 있는데, 시간 낭비 아닐까? 그렇기도 하지만, 그런 말속에서도 내가 배우고 느끼는 것들이 있을 수도 있고, 참고 기다리는 연습도 해야 할 필요가 있으니, 나의 입을 닫아둘 필요가 있겠다.
지금의 당신이 있는 것처럼 내일의 당신이 있고 다음 주의 당신, 내년의 당신, 5년 뒤의 당신, 10년 뒤의 당신이 있으니, 가혹할지언정 당신은 모든 '당신들'을 고려해야 한다. 이 저주는 인간이 미래를 발견하고 그로 인해 일의 필요성을 깨달은 것과 관련이 있다. 일을 한다는 건 앞에 놓인 것의 잠재적 향상을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희생한다는 뜻이다.
물론 아주 먼 미래에 존재하는 '당신들'을 얼마간 무시하는 게 유용할 때가 있다. 미래는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행동이 20년 뒤에 끼칠 영향을 지금 영향을 받는 정도로 걱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은 지금 여기에 존재할 확률이 100퍼센트인 반면, 20년 뒤에 존재할 확률은 그보다 낮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무 먼 곳을 바라볼 때 예측은 빗나갈 수 있다. 시간 거리가 멀어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합리적인 사람은 여전히 훗날을 대비한다. 따라서 우리가 말하는 미래란 다음과 같은 의미다. 만일 당신이 자신을 돌보고자 한다면 당신은 이미 사회적 책임을 짊어진 셈이다. 당신이 돌보고 있는 그 당신은 모든 시간에 걸쳐 존재하는 당신들의 집합, 일종의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한 개인으로 이루어진 이 '사회'를 고려해야 할 필요성은 인간에게만 주어진 특별한 짐이자 기회다.
모든 시간에 걸쳐 존재하는 나의 집합, 공동체. 참 멋진 말이다. 내 존재의 실재. 실재하는 내 존재의 중요함. 살아있음의 현재 진행형. 현재의 내가 안주하면 안 되는 이유다. 그렇다고 작가의 말처럼 먼 미래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또는 멀리 있다는 이유로 손 놓고 있어서는 더욱 안 되는, 그래서 현재의 내가 열심히 살아야 할 근거이다. 최근에 김미경이 한 말 중 마음에 담아둔 말이 있는데 일맥상통한다고 생각된다. '현재의 내가 고통스러운 건, 미래의 내가 성공하는 중이다'.
사람들은 내게 왜 그리 애쓰며 사느냐고, 그냥 대충 살라고, 건강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는 지금 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애쓰며 살지 않는다(아마도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내가 조금 노력하는 게 무척 애쓰는 것으로 보이는 모양인지도). 그리고 건강을 해칠만큼 애쓰지도 않고, 내 삶의 우선순위가 건강임을 잊지 않고, 늘 건강을 신경 쓰며 내가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현재를 열심히 살고 있을 뿐이다. 만약 이런 현재의 노력들이 미완성인 채로 끝난다 해도 후회 없이 하고 싶은 것 하며 살았기에 만족해하며 이 삶의 끈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작가의 말대로 나라는 사람에게 주어진 특별한 짐이자 기회인 현재(그리고 미래)를 짐으로 무겁게 받아들이기보다는, 멋진 기회로 생각하고 늘 기회를 잡을 준비된 사람으로 살아가며 희망을 노래하고 싶다.
세상에는 우리가 모든 걸 잊고 전념할 만한 일이 많다. 대안은 차고 넘치며 노력을 요구하는 체제가 부패했다는 점을 들먹이며, 어떤 일에 전념하는 건 자의적이고 심지어 무의미하다는 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어떤 일에 전념하는 것도 똑같이 일리가 있다. 한 방향을 선택하지 않는 사람은 길을 잃어버린다. 모든 것으로 남으려다 아무것도 되지 못하느니 실제로 어떤 것이 되는 편이 훨씬 낫다. 이 세상에 나쁜 결정이 차고 넘친다고 한탄한다. 하지만 그런 냉소를 초월한 사람은 다음과 같이 반론을 제기한다. 최악의 결정은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이라고.
최근에 본 동영상에서 김익한 교수가 하루 18시간 공부하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난 나에게 왜 힘들게 사느냐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말보다 이렇게 내 열정을 불타오르게 하는 말이 좋다. 하루 5~6시간 일을 하고, 살림을 해야 하고, 체력적으로 떨어진 나에게 18시간의 공부는 무리임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그렇게 공부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하루에 내가 쏟아낼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이끌어내고, 허투루 쓰이는 시간이 없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고, 주말의 하루쯤은 미친 듯이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나 멋질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어떤 일에 전념하는 것, 그것이 올해엔 디지털 공부와 사회복지 공부이고, 새 학기가 시작하는 8월까지 미친 듯이 공부해 볼 생각이다. 나의 이쪽 방향으로의 선택이 확실한 어떤 것으로 되도록 해 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최악의 결정은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누구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나'는 스스로 이해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을 제외하고 세계에 존재하는 그 어떤 것보다 더 복잡하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말이다. 나는 누구인가와 나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한데 섞이면 문제는 더욱 어려워진다. 나는 단지 지금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계속 변화하며, 그 변화의 폭과 강도는 나의 이해를 초월한다. 분명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는 지금까지 드러냈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 있다고 어렴풋이 느낀다. 건강문제, 불운, 인생의 비극과 사고를 겪다 보니, 그 잠재성이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교육, 믿음, 상상력, 의지가 부족해 인생이 주는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지 않아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 내가 만일 상상한 대로 바뀔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작가는 '법칙 2'에서 내가 누구일 수 있는지 상상하고, 그것을 목표로 삼으라고 말한다. 나의 이해를 초월할, 변화해 나갈 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 나는 멋진 미래를 상상하고, 당장 2022년 12월에 이뤄질 단기 목표는 무척이나 구체적이다. 단순히 상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상의 현실화를 위해 지금 열심히 살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12가지 법칙을 적어 놓으려 한다.
법칙 1 : 기존 제도나 창의적 변화를 함부로 깎아내리지 마라
법칙 2 : 내가 누구일 수 있는지 상상하고, 그것을 목표로 삼아라
법칙 3 : 원치 않는 것을 안개 속에 묻어두지 마라
법칙 4 : 남들이 책임을 방치한 곳에 기회가 숨어 있음을 인식하라
법칙 5 :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마라
법칙 6 : 이데올로기를 버려라
법칙 7 : 최소한 한 가지 일에 최대한 파고들고, 그 결과를 지켜보라
법칙 8 : 방 하나를 할 수 있는 한 아름답게 꾸며보라
법칙 9 : 여전히 나를 괴롭히는 기억이 있다면 아주 자세하게 글로 써보라
법칙 10 : 관계의 낭만을 유지하기 위해 성실히 계획하고 관리하라
법칙 11 : 분개하거나 거짓되거나 교만하지 마라
법칙 12 : 고통스러울지라도 감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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