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한 의욕으로 활활 불타오르다가, 툭~ 하고 밑바닥으로 떨어진다. 매일 느낄 수밖에 없는 소화기의 통증,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 상실, 무기력증이 올 때마다 사는 게 덧없이 느껴지고, 왜 살아야 하는 건지 알 수 없다. 다행인 것은 잠시 왔다가 사라진다는 것.
암환자가 되기 전, 알콜로 매일을 살고 있을 때,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다. 매일 술을 마시고 있는 내가 싫었고, 아침에 눈뜰 때의 육체적 고통과 함께 엄습하는 우울감은 자살을 하고 싶을 만큼 깊었다. 언젠가 아프리라, 언젠가 후회하리라 생각하면서도 헤어나지 못했던 알코올 중독의 늪.
결국 암환자가 되어 두 군데의 장기를 도려내고서야 그 늪에서 벗어났고, 이전과는 다른 삶의 습관을 2년 넘게 물들여가고 있다. 좋은 습관은 마인드를 바꾸고, 삶의 태도를 바꾸고, 가치관을 확립해가고, 나로서 온전히 살아가도록 이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쑥불쑥, 수시로 찾아오는 그 우울함은 나의 이전 삶의 산물인가? 완벽한 제거는 있을 수 없는 것인가?
다행인 것은, 암을 극복해가면서, 암을 받아들이고, 암과 친구가 되고, 좋은 음식, 좋은 생활, 좋은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지금, 예전보다는 훨씬 약한 강도로, 그리고 훨씬 더디 찾아오기 때문에 예전만큼 나를 괴롭히진 않는다. 예전과는 다른 사람으로 변화한 후, 달라진 또 하나의 강점은, 그러려면 그러라지....라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은 그대로 두려는 마음도 생겼다.
전에는 내 마음과 다른 행동이 견딜 수 없이 싫었다. 미래를 알수없다는 생각에 불안한 마음도 컸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내 삶이 되어가지 않는 생각에 나 자신에 대한 불신이 많았다. 그랬기 때문에 내 눈에 보여지는 것들을 참고 기다릴 여유란 것이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매일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신뢰를 느끼고, 안정감을 찾으니, 지금 뭔가 확실치 않은 마음이 들지라도 분명 좋은 결과를 가져올거란 확신이 생긴다. 불쑥 우울한 마음이 찾아와도 그 상태 그대로 한쪽에 내버려 두고 나는 나의 루틴대로 그냥 살아간다. 그러면 한쪽에 있던 우울한 마음이 머쓱했는지 사라져 버리고 없다. 루틴대로 살아가고 있는 나만 남아서 또 희망을 꿈꾸고 있다.
가끔 찾아오는 무기력증, 우울함. 이것으로부터 완벽하게 벗어나는것은 쉽지 않은가 보다. 아마 이건 나만의 증상은 아니겠지. 다만 내 시선을 그쪽으로 집중해서 오롯이 느끼는 것이 아니라, 편하게 내버려 두고, 묵묵히 일상을 살아내면, 또 얼마만큼 성숙해져서 저만큼 멀리 성큼 나아가는 거겠지.
음악, 글쓰기, 독서, 낮잠, 지인과의 만남, 가족, 맛있는 음식, 여행, 예쁜 옷과 화장, 신선한 바람, 푸른 산과 들, 잔잔한 호수, 일렁이는 파도, 따뜻한 햇살... 우울함과 대적할 것들이 훨씬, 수도 없이 많으니, 하루에도 여러번 찾아오는 통증과 우울감일지라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아니 무시할 수 있다.
오늘도 또 오늘의 태양은 떴고, 나는 또 오늘을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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