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책 읽는 것을 좋아했었지만, 다른 공부를 하느라, 또 술에 빠져 사느라 책 읽는 시간을 갖지 못했고, 또 책 읽는 것 자체를 잊어버리고 살았었다. 그러다 원장쌤의 무한한 독서력을 보며 자극을 받고 있었고, 암환자가 되고 난 후, 집에 있게 되면서 다시 손에 책을 들게 되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했었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책을 읽게 되었을까? 하고 질문을 던져보니 'NO'라는 답이 나온다.
서울대병원에서 나에게 '위암, 대장암'이라는 판정을 내려주었고, 나는 그날 무너져내렸다. 금요일이었던 것이 차라리 잘되었다. 오후에 또 다른 검사가 있어 출근할 수 없었고, 원장쌤에게 출근할 수 없음을 이야기하면서 참 많이 울었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다. 퇴근한 남편과 또 울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 두사람은 무작정 강원도로 떠났다. 회 한 접시를 놓고 술을 마시며 또 많이 울었고, 그렇게 내 마음은 위로를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암환자가 된 나에게 원장쌤은 유태우 박사의 동영상을 권했고, 그 이후로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는 참 많은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나와 같은 암환자인 '지혜와 성실'을 만났고, '체인지 그라운드', '책한민국', '서정아의 건강밥상', '김미경 TV', '유세미의 직장수업', '세바시', '아침나무', '닥터조' 등등... 지금 내가 구독하는 동영상만 50여 개가 되는듯하다. 그동안 보다가 지금은 구독 취소를 한 동영상도 있고, 요즘 새롭게 보는 동영상도 있다.
원장쌤은 암환자가 된 나에게 좋은 동영상을 권했고, 나는 그 동영상을 보면서 아픈 시간을 위로받았고,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깨닫게 되었고, 내려놓았던, 흥미를 잃었던 독서도 다시 시작했다. 주식을 시작하게 되면서 나의 노후에 대한 걱정도 내려놓게 되었고, 유튜브를 시작할 용기도 얻었다. 요약하자면, 제2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준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그녀에게 고마움을 직접 표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금 나는 빠른 시일 안에, 적절한 때에 그 마음을 전할 생각이다. '정말 고맙다고. 나를 살렸다고. 미래의 나를 있게 했다고.'
내가 이 이야기를 이렇게 쓰는 이유가 있다. 지인중의 한 명은 정말 표현을 하지 않는다. 입이 무겁다고 표현하기엔 그녀의 말없음에 대한 칭찬으로 들리는듯해서 적절하지 않다. 최근에 주식을 하는 이유를 설명했는데, 전혀 주식을 하지 않던 그녀가 주식을 시작했다. 나처럼 장기투자로 매달 얼마의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 꼭 나를 따라 하는 것이었다. 참 잘되었고, 칭찬해 줄 일이나, 그녀의 태도에서 왠지 모르게 마음이 상했다. 덕분에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 한마디 해주면 앞으로 함께 고민하고, 연구하며 나눌 이야기가 많을 텐데, 그녀는 자신이 혼자 시작한 듯 말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 그녀에게 느껴왔던 그대로 또 행동하고 있었다.
그녀의 성숙하지 못한 행동에도 문제가 있지만, 나의 성숙하지 않은 마음에도 문제가 있다. 그녀가 좋은 선택을 하고, 좋은 길로 나아가는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되지 않고, 나에 대한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이 있는 나의 옹졸한 마음을 깨닫는다. 그런데 그런 마음을 내려놓고, 그녀를 여유 있는 마음으로 보아야겠다고 결심하지 않을 생각이다. 앞으로는 괜찮은 나의 생각들을 가족과 나누고, 일기에 쓰는 것으로 좁히려 한다. 고마움을 표현하지 않는 사람에게 상처 받으며 계속 나를 내 보이고 싶지 않음이다. 내가 얻은 지식과 지혜를 아무런 대가 없이 나누고 싶지 않음이다. 이기적인가? 그렇다고 해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내가 아프니까. 시간이 흘러 내가 아프지 않을 때, 그때 나누어도 된다. 내 마음이 더 커졌을 때 나누어도 된다. 성숙하지 않은데, 성숙한 척하며 살지 않을 테다.
다만, 나만이라도 고마운 마음이 드는 사람에게는 꼭 표현하며 살려고 한다. 당신이 이렇게 해 주어 나는 이렇게 되었고, 그래서 참 고맙다고 말이다. 밥이라도 사면서. 이번 달, 쌤들과의 회식이 있을 것이다. 적당한 가격이라면 내가 사면서 꼭 내 마음을 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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