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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감정 낭비

by 짱2 2021. 5. 7.

사람은 사람에게서 사랑을 찾고, 용기를 얻고, 희망을 보고, 행복을 느낀다. 반면에 사람에게서 실망, 미움, 배신, 질투, 좌절 등의 부정적 감정을 느낀다. 가깝지 않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만나거나 연락하는 이들에겐 바라는 것이 없으니 긍정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 

 

사람을 좋아하는 나는, 그만큼 상처받고, 또 그만큼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는지도 모르겠다. 상처를 받은 만큼 돌아서고, 돌아서는 횟수나 강도는 고스란히 상대에게 되돌아갈 테니 말이다. 내가 받는 상처가 오롯이 나만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예전과는 달리, 요즘은 상대의 상처도 무심하지 않게 된다. 

 

천성적으로 예민한 성격이었지만, 암환자가 되고 난 이후에, 나를 환자 취급하는 사람의 말에 매우 민감해졌다. 대충 살라는 말, 건강이나 신경쓰라는 말이 왜 그렇게 듣기 싫은지, 듣는 순간 화부터 올라온다. 누군가는 그 사람이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정말 나를 생각해서 하는 고마운 마음의 말일까? 

 

암환자라는 굴레를 씌워 나를 자신과 동급, 또는 자신보다 아래에 놓으려는 상대의 마음이 읽힌다면 너무 억지일까? 두번 세 번 생각해도 그렇게 생각되는데, 일방적인 나의 판단일까? 그 사람의 적절하지 못한 말 습관이 나를 그렇게 느끼도록 만든 것이지, 실상은 그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가 느낀 감정은 늘 같다. 

 

다른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내가 일을 한다거나, 공부를 한다고 하면 '결사반대'를 외친다. 

 

이들의 공통점은 내가 환자임을 잊고 열심히 살려고 하면 태클을 건다. 아픈사람인데, 힘들지 않으냐, 건강이 먼저다, 힘들게 살지 마라, 재미있게 살아라(사실 내가 그들보다 훨씬 재미있게 사는데 말이다)...

 

한 사람은 나를 너무 힘들게 해서 멀리한지 오래이고, 또 다른 사람은 최근 들어서 연락을 잘하지 않고 있다. 통화만 하고 나면 기분이 나빠지니, 도무지 통화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미니멀 라이프를 꿈꾼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내 나이 60, 70이 될 때까지 하나씩 연습하며, 몸에 익히며 추구해 갈 생각이다. 이 세상 끝나는 날이 언제일지 모르나, 그날이 오면, 마음 편히 훌훌 떠날 수 있도록 조금씩 준비해 갈 생각이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좋아하지만, 모든 사람을 좋아할 수 없다. 내 입맛에 맞는 사람만 좋아할 수 없지만,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까지 좋아할 수 없다. 적당히 내려놓고, 사람에게 향했던 시선을 나의 내면으로 돌려, 깊은 사색과 성찰, 그리고 승화로 이끌어가자. 사람의 숫자가 내 성공의 크기가 아니고, 내 성공이 사람이 아닌 나 자신에게 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니... 나의 예쁜 마음 쓰임이 나의 예쁜 친구에게 향하도록 하자.

 

 

 

 

 

날씬님, 통통이, 엄마, 대모님, 라임언니...

훈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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