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게 잘 살고 있다가도 문득 사는 게 뭔가 싶을 때가 찾아오고, 지금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 지며, 그냥 다 내려놓고,'먹는 것만 신경 쓰고, 가까운 산에 다니면서 내가 좋아하는 동영상 보고, 도서관에 가서 읽고 싶은 책 실컷 읽다가, 퇴근하는 남편 기다리며 맛난 음식 해서 같이 즐겁게 먹고, 남편과 함께 저녁에 산책로 걸으며 이야기 나누고, 재미있는 TV 프로그램 보다가 잠드는' 그런 생활을 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마 내가 암환자가 된 후, 나의 지인들은 모두 내가 이런 삶을 살 거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그렇게 암을 치유하면서,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예전과 똑같은 생활로, 아니 그 보다 더 열심히 살아가는 나의 모습에 왜 그리 열심히 사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한다. 충분히 이해된다. 열심히 살아가는 나 자신조차도 때로는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마음이 생기며, 다 내려놓고 싶을 때가 아주 가끔 찾아오니 말이다.
그런데, '먹는것만 신경 쓰고, 가까운 산에 다니면서 내가 좋아하는 동영상 보고, 도서관에 가서 읽고 싶은 책 실컷 읽다가, 퇴근하는 남편 기다리며 맛난 음식 해서 같이 즐겁게 먹고, 남편과 함께 저녁에 산책로 걸으며 이야기 나누고, 재미있는 TV 프로그램 보다가 잠드는' 생활을 하는 나를 상상해보면 편할 거 같기는 한데, 심심할 거 같은 생각이 든다. 재미없고, 무료하고, 따분하고, 그러다 나중에는 미쳐버릴 것 같다며 분명 뭔가를 찾아 다시 집 밖으로 나오는 내 모습이 그려진다.
'새벽에 일어나 새벽루틴을 실천하고, 운동하고, 영어 공부하고, 일 다니고, 배우고 싶은 것 배우고, 짬을 내서 책을 읽고, 대학 생활을 하고, 그런 빽빽한 삶 속에서도 빼놓지 않고 주말이면 여행 가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정말 퐌타스틱 하고 재미져서 미쳐버릴 것 같다.
그래! 나라는 사람은 온실 속 화초처럼 고요하게 집안에 앉아 있을 사람이 아니다. 붉은 장미처럼 세상 밖에서 뜨거운 태양을 온몸으로 받으며 자신의 아름다움을 한껏 발산하는 정열의 여인이다. 하나라도 더 알아가는 재미, 하나라도 더 배워가는 전율, 하나라도 더 달라지는 내 모습에 기쁨이 가득한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열정덩이리이다.
학원 강사라는 일이 마냥 쉬운 일만은 아닌 것이, 공부하고 싶지 않은 아이들과 씨름하며 티칭을 하려면 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약해진 체력으로 공기도 통하지 않는 그 좁은 공간에서 꾸역꾸역 먹어가며 수업을 하다 보면 가끔은 지치기도 하고, 그만둬야 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음을 고백한다. 사실...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초심을 잃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100만 원만 벌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상을 벌 수 있는 일, 선생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일, 내가 좋아하는 영어를 가르치며, 내가 더 배울 수 있는 일, 순수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어 그토록 행복해하고, 스스로 자랑스러워했던 그 초심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할 곳이 있으니, 예쁘게 화장하고 차려입고 나갈 곳도 있고, 그 월급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들, 앞으로 나를 디지털 세상으로 끌고 가 줄 강의들을 들을 수 있는 것인데 말이다.
'먹는 것만 신경 쓰고, 가까운 산에 다니면서 내가 좋아하는 동영상 보고, 도서관에 가서 읽고 싶은 책 실컷 읽다가, 퇴근하는 남편 기다리며 맛난 음식 해서 같이 즐겁게 먹고, 남편과 함께 저녁에 산책로 걸으며 이야기 나누고, 재미있는 TV 프로그램 보다가 잠드는' 생활이 아니라 '새벽에 일어나 새벽 루틴을 실천하고, 운동하고, 영어 공부하고, 일 다니고, 배우고 싶은 것 배우고, 짬을 내서 책을 읽고, 대학 생활을 하고, 그런 빽빽한 삶 속에서도 빼놓지 않고 주말이면 여행 가는'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1년 후, 2년 후, 3년 후... 달라진 내 모습, 정말 풍요로워지고 앞서가는 미래의 내 모습을 위해 이 일은 든든한 발판이 되어줄 것인데 말이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주면 기분 좋게 바람맞으며, 뜨거운 태양이 태울 듯이 내려쬐면 내 몸에 좋은 기운이 내려앉는 마음으로 정화되는 듯, 출근길... 행복한 마음으로 걸어가고, 아이들과 놀이하듯 즐겁게 수업하며, 나의 영어실력을 키운다는 마음으로 하나라도 더 배우는 마음으로 일하자고 다시 마음먹어본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다.
'나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르락 내리락 (0) | 2021.07.03 |
---|---|
갑작스러운 퇴사 그러나 어쩌면 갑작스럽지 않은... (2) | 2021.07.01 |
6개월, 앞만보고 달려가도 된다 (0) | 2021.06.13 |
낮잠 안자기 (0) | 2021.06.11 |
우울한 날이다 (0) | 2021.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