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치고 난 아침의 서늘하면서도 시원한, 그리고 깨끗한 느낌... 참 좋은 느낌이다. 더불어 아침밥을 지어 남편과 함께 먹고, 남편을 출근시킨 후, 집안의 모든 물건들을 제자리로 돌려주고, 물걸레질까지 마치고 난 후에 향기로운 차 한잔을 마시며 글을 쓰는 여유를 갖는 이 행복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아름다운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이 시간을 흠뻑 즐기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 선엽 스님의 한방차를 한번 마셔보고, 이야기 나누고 싶어 찾아갔는데, 그야말로 낚였었다. 다른 이들에겐 그까짓 돈에 불과할지 모르겠으나, 또 좋은 차는 그 정도 가는 것을 몰랐느냐고 비아냥거릴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선엽 스님과 이야기 나누다 보니, 보이차를 포함해 세 가지 종류의 차를 거금 80만 원이라는 현금을 주고 구입한 나를 발견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예상했던 금액을 초과해 거의 100만 원에 이르는 돈을 지불하고 나니, 내가 뭔가 잘못한 것은 아닌지 하는 마음이 들었었다. 남편 보기에도 미안했다. '죽지 않으려고 좋다는 건 다 사들이네...'라고 속으로 생각하지는 않는지... 괜히 미안한 마음에 이야기도 지어냈다.
그러다 지인의 말에 마음이 곧 풀어졌었다. '녹용 넣어서 한약 한 번 지어도 5,60만원은 나오던데, 그것도 15일 먹으면 다 없어질 양인데, 남편과 함께 1~2년 마실 양을 그 정도 금액에 샀으면 나쁘지 않네'. 맞다. 가성비를 따지니 꼭 그렇게 비싼 것만은 아니었다. 선엽 스님의 장삿속이었던지, 원래 그 정도는 생각했어야 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새벽에 일어나 좋은 차를 마시고 싶었던 나의 소망이 이루 졌음이 중요한 것이니, 그것에 감사하며, 따뜻하게 목 넘김을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일기를 쓰며 따뜻한 차를 한모금씩 음미하며 마시고 있다. 좋은 차가 내 몸에 좋은 기운을 넣어줄 거라 믿으면서.
새벽에 일어나 아침에 남편과 함께 식사를 하기 전까지는 찻물 외에는 마시지 않는다. 밤새 쌓인 내 몸의 노폐물을 빼내고, 좋은 기운을 흘려보내는 마음으로 한 모금씩 소중하게 마신 후, 아침 식사 이후에는 계속 무언가를 먹고 있다. 그런데 새벽에 일어나니 10시쯤에 낮잠을 꼭 자는 루틴을 만들고 말았다. 이렇게 잠을 자지 않으면 학원에 가서 무척 졸리다 보니 의도적으로 눈을 붙였던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고, 한 시간을 훌쩍 넘겨, 2시간도 잘 때가 있었다. '난 환자라서 피곤하면 자는 거야'라며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먹다가 잠드는 꼴이 되고, 또 그 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니, 집에서 좋은 음식을 먹어줘야 하는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이번 주엔 화, 수, 목요일까지 볼일 때문에 매일 나가야 했고, 낮잠을 잘 시간이 나지 않았다. 학원에 출근해서 졸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느낀 것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설거지하며 이런저런 생각 끝에 아예 마음을 먹었다.
낮잠을 자지 않는다!!!
그러면 새벽에 깨는 일도 없을 것이고, 아침시간을 이용해 계속 먹을 수도 있다. 대신 학원에서 돌아온 후엔 아무것도 먹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잠을 자기로 하자. 나만의 간헐적 단식이고, 일찍 자는 습관을 다시 만드는 것이다. 아침시간에 졸리면 스탠드 책상 이용하기, 집안 공기 환기시키기, 산책 다녀오기 등등의 방법으로 극복해보려고 한다.
ㅎㅎ 늘 바뀌는 나의 루틴. 새로 쓰기의 삶. 그래도 늘 희망을 꿈꾸며, 멋진 미래를 꿈꾸며, 계속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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