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부터 나의 오십 년 넘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주식이라는 걸 시작했다. 나에게 가장 자극이 되고, 고무시켰던 책은 존리의 '부자 되기 습관'이었다. 주식은 망하는 길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나. 돈 공부, 투자 공부는 문외한이었던 나.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세상을 보는 눈을 뜨게 해 줬다. 장님이 눈을 뜬 격이었다. 친구가 주식으로 재산을 날린 것을 봤고,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를 읽으면서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나에게 정말 진정성 있고, 콕콕 박히는 글이 나의 뿌리 깊은 주식에 대한 불신을 말끔히 씻어주어, 내 발로, 아니 내 손으로 투자회사 앱을 깔고, 주식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지인에게 어떻게 사고 파는지 배웠다.
나에게 주식을 알려준 지인은 여느 한국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단타를 주로 하는 사람이었는데, 다행히 그 사람은 돈이 많지 않아 나에게 소극적인 단타를 알려주었고, 조금씩 사고팔며 시스템을 익혀갈 수 있었다. 그러다 만난 '힐링 여행자' 유튜브는 내가 산 주식이 오르고 내리는 등락을 거듭할 때 내 마음을 잡아주는 길잡이 역할을 해주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고, 한 달에 최소 100만 원씩 10년만 꾸준히 투자하면 노후가 걱정 없다는 논리로 나를 노후 걱정에서 완전히 탈출시켜 주었다.
이렇게 주식에 나의 얼마 되지 않는 재산을 투자하며 주식과 관련된 책과 유튜브를 보던 중, 이 책을 만나게 되었는데, 아직까지도 내 마음에 남은 책, 내 마음을 흔들리지 않게 해주는 존리의 부자 되는 습관과 힐링 여행자 유튜브를 넘어서는 그 무엇도 만나지 못했다. 어떤 책도, 어떤 유튜브도 결국 같은 이야기의 반복일 뿐이다. 물론 현재의 상황에 맞는, 현재 진행형의 글과 유튜브이기 때문이고, 전설의 투자 관련 책을 읽으면 나의 관점이 바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 책은 '엄지언'이라는 사람의 영악하고 현명한 그리고 발 빠른 현실주의적 엄마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주식으로 들썩거리는 이때에, 시선을 좀 더 좁혀 들어가 본인이 엄마라는 사실에서 착안해, 대한민국 엄마들의 주식에 대한 관심을 끌어모을만했다고 인정한다. 결국 같은 말의 반복인 책이지만, 엄마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그리고 아이의 미래를 어느 정도 터치하며 쓰여졌기에 엄마들의 마음을 확 사로잡을 것이다.
엄마들이 누릴 수 있는 복리는 크게 2가지다. 첫 번째는 독서 복리다. 아이를 어릴 때부터 올바른 독서로 키우면 자연스럽게 사교육비가 줄어든다. 아이의 인성이 자라고 부모도 함께 성장한다. 그렇게 아낀 사교육비로 투자하면 두 번째인 투자 복리를 경험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사교육비를 절약해 투자한다. 꼭 필요한 한두 가지 외에는 사교육을 하지 않는다. 대안으로 독서 복리를 누리기 위해 '책 육아'를 한다.
예를 들어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 비용이 한 달에 100만 원이면, 1년이면 1,200만 원, 3년이면 3,600만 원이다. 영어 유치원에 안 보내고 그 돈을 고스란히 코카콜라에 투자하면 1년에 약 100만 원의 배당금이 나온다. 차라리 이 배당금으로 해외여행을 가면 어떨까? 매년 다녀오면 즐겁고, 영어도 늘고, 서로 돈독한 추억도 쌓일 것이다. 코카콜라의 주가도 올라감은 물론이다.
정말 현명한 주부이고 엄마이다. 그리고 요즘 이런 생각을 하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 내가 다시 이십대로 돌아가 엄마가 된다면, 나야말로 독서 복리를 위한 투자와 사교육비 절약 투자를 꼭 할 것이다. 존리 대표도 이야기한다. 아이들에게 사교육 시키는 이유가 결국 부자로 살게 하려는 목적이지 않느냐고. 하기 싫어하는 공부 억지로 시키며 학원에 좋은 일 시키지 말고, 정말 아이가 좋아하는 거 같이 하면서 추억을 만들고, 함께 책 읽고, 아이 이름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방법이야말로 최고의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내 아이는 장성해서 손주 볼 나이가 됐으니, 언제가 보게 될 며느리의 교육방법을 넘볼 수는 없겠지만, 나의 이런 생각을 전달할 수는 있으리라. 그리고 내 아들을 위해 주식을 따로 사고 있고, 그 아들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를 위해서도 조금씩 주식을 사 모을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인 엄지언 주부는 발췌식 독서와 '국부론'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는데, 책을 읽기 시작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다 읽어내려고 노력하던 나에게 조금 변화를 주어 발췌식 독서를 해보려고 시도하고 있고, 국부론은 어렵지 않을까 싶어 조심스럽지만 한 번 도전해 보려고 한다.
다시 한번 독서시장의 틈새시장을 노린 작가의 영악스러움에 박수를 보내고, 현명하게 투자하며 부를 이루고, 그것을 책으로 낼 수 있는 그녀의 능력에 찬사를 보내면서, 나는 나중에 어떤 분야에서 어떤 글을 쓸 수 있는 누군가로 성장할 수 있을지, 그러기 위해 오늘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사실 어제부터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아, 또 흔들리고 있음이다. 잊을만하면 내가 암환자임을 깨닫게 해주는 내 몸 상태. 아마도 건강한 음식 챙겨 먹으라는 채찍질일 것이다. 힘들어도 쓰러지지 않고, 꾸역꾸역 화장하고, 밥 먹고,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 힘은, 출근할 곳이 있고, 함께 밥 해 먹어야 할 가족이 있고, 어떤 상황이던지 뭔가를 하도록 내가 만들어 놓은 루틴이 있기 때문이다. 잘하고 있다, 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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