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출근을 하지 않으니 시간이 많아졌다. 바쁘게 쫓기는 느낌이 아니라 느슨해진 느낌이다. 출근할 때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도 출근한다는 핑계, 돈을 버니까...라는 위안이라도 있었는데, 이렇게 시간이 많음에도 계획대로 해내지 못하는 건 오롯이 나의 탓인 것만 같다.
사실 누구의 탓이라기보다는, 하루 스물넷이라는 숫자만큼의 시간을 내가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는 의미일것이다. '계획의 여왕'답게 멋지게 계획을 세웠고, 실천만이 남았는데, 계획 세우기보다 어려운 것이 고놈의 실천...
얼마 전에 책에서 읽은 대로 새벽시간은 계획하고, 그 나머지 시간은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실행하자고 마음먹었다. 또한 작은 습관의 힘에서 말하는 대로 실행력을 높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고, 무조건 그 첫 단계를 실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잘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문제는 체력. 의지력만으로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또하나. 확실한 목표가 없다는 것!!! 캘리그라피, 타로, 구매대행, 유튜브, 스마트 스토어, 영어, 독서, 사회복지사, 학생회 모임... 지금 나를 에워싼 것 들이다. 여기에 신문구독까지 한몫을 한다. 이렇게 바쁜데 시간을 내어 신문까지 읽어야 하니, 구독 취소를 할까... 하는 마음까지 든다. 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것도 알아야 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설을 읽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도 없다. 정말 욕심만 하늘을 찌른다.
학원을 그만뒀다. 학원을 나가기 위해 투자되는 시간은 매일 8시간이었다. 난 8시간만큼을 얻었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내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남편과 따뜻한 밥을 먹고, 쉬는 시간을 갖느라 온전한 8시간을 얻는것은 아니다. 대신 주말에 하던 가계부 쓰기, 그림 그리기 등을 저녁 시간으로 보내고, 출근할 때보다 한 시간 일찍 자고, 대신 새벽시간을 좀 더 쓰기로 했다.
저녁엔 남편이 거실에서 TV를 틀고 있어,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독서도 할 수 없고, 이렇게 일기를 쓸 수도 없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다. 그래~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자. 어머나 웬일~ 여름밤에 듣는 재즈를 틀어놓으니, 거실의 남편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고, 나만 카페에 앉아 일기를 쓰고 있는듯 느껴진다. 그래~ 이렇게 더 나은 것을 찾아가다 보면 방법이 있겠지...
빡빡한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느슨한 시간의 흐름을 느끼며, 절대 쫓기는 느낌이 아니라 여유로은 시간을 즐기며 내가 하고 싶은 것들로 채워가자. 해야만 하는 일들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하며,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생각하자. 이것저것 들쑤시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모르기 때문에 도전해보는 것이고, 그렇게 나의 길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생각하자. 1년 후, 3년 후... 분명 웃으며 말할 날이 올 것이다. 그때 아무것도 몰라서 이것저것 하다가 이거라고 생각해서 이길로 왔다고. 그때 그렇게 하길 참 잘했다고.
여유로운 시간, 행복한 마음으로 즐기며 살자. 아프면 안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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