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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직장 그만두고 열흘...

by 짱2 2021. 7. 12.

지지난주 학원에서 짤리고(그만두고)도 난 희망에 넘쳐났다. 내가 이미 꿈꾸고, 하려 했던 일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스스로 위로하며 오히려 그것이 희망의 징조라고 생각했다. 직장에 나가는 시간만큼(준비시간까지 8시간)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그만큼 그 시기를 당겨야 한다고 마음먹고 나니 겁이 덜컥 났더랬다.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는데서 오는 어리둥절함, 막막함이었다. 갑자기 자신감이 떨어지고, 포기하고 싶었고, 편안해 보이는 남편이 미워보이고, 다 내려놓고 평범한 암환자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런데 나는 이미 열심히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살림만 하고, 암환자로서 치유에만 신경 쓰는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처럼 먹고, 일하고, 생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보다 좀 더 열심히 사는 것이었다. 꿈을 향해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하나씩 이뤄가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것이었다. 

 

지나친 욕심이 또 다른 깨달음을 주었다. 내 한계를 느끼게 했고,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생각났다. 서두를 필요가 없음을 느꼈다. 서두르지 않아도, 아니 오히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조금씩 이뤄가는 것이 과부하 걸리지 않고, 오래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나의 건강, 나의 가족이다. 이것을 내려놓은 삶은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직장을 나가지 않음으로써 내가 더 얻게 된 시간을 공부하는 데에 모두 써야 할 이유는 없다. 내 건강을 위해, 나의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위해, 그리고 잘 누리지 않았던 여유로움을 누리기 위해 쓰기로 했다. 

 

새벽시간은 사색하고, 계획하는 시간으로, 낮동안은 나의 계획을 위해 실천하는 시간으로, 저녁시간은 남편과 함께 하는 시간으로 보내자고 큰 틀로 구성했다. 새벽의 사색은 맑은 정신으로 나를 리셋하고, 하루를 그리고 미래를 계획하고, 나머지 시간은 오로지 실천하며, 남편이 퇴근한 저녁과 주말은 함께 맛있는 거 먹고, 이야기 나누고, 여행하고, 운동하는 시간으로 계획했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삶을 위해 나아가기 위한 낮시간은 처음 마음먹었던 시간의 반으로 줄여, 그 결과에 이르는 시간은 두배로 늘었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지 않은 내 자신에게 오히려 안심한다. 어쩌면 목표를 가까이 잡기에 두려운 마음이 만들어낸 도피처일 수도 있겠으나, 그로 인해 내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것이 중요하다. 

 

제일 마음이 찜찜한 건 '그노무 돈'이다. 행복한 마음으로 투자하던 주식에 넣을 돈이 없다는 것, 아들이 주는 용돈마저도 주식에 넣지 못한다는 것... 이 부분이 나를 슬프게 한다. 지난 1년간 이미 3년치 돈을 넣어뒀으니 앞으로 2년간 주식에 투자하지 않아도 크게 속상해할 필요가 없다고 마음을 다독여보지만 왜 이리 서운한지... 앞으로 잘 되어서 그 이상으로 투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위로할 수밖에... 

 

현재 생활하는 것은 크게 무리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직장을 그만두고 열흘이 지나는 동안, 크게 아껴 쓰려고 노력하지 않았음에도 살림살이가 나쁘지 않다. 돈 번다는 이유로 지인들에게 쉽게 밥 사고, 엄마에게 용돈도 자주 드리고, 맘에 드는 옷도 지르고, 여행 가서도 펑펑 쓰던 것들만 줄였음에도 생활비가 엄청 절약되고 있다. 돌이켜보니, 내 월급 믿고 펑펑 쓰며 살아왔구나 싶다. 다행이다. 이 부분만 줄여도 되는 삶이라서...

 

직장을 그만둔 후, 열흘 동안, 차박 여행을 두 번이나 다녀왔고, 지난 토욜엔 박수근 미술관 나들이까지 했다. 점심도 외식을 했고, 복날이라고 토종닭으로 닭백숙도 해 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쁘지 않은 살림살이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번 주엔 냉파 하기로 마음먹어본다. ㅎㅎ 사실 냉장고에 먹을 것이 넘쳐난다. 

 

편안한 마음으로 그러나 알차게 살아보자. 떨어지는 체력 보강을 위해, 운동 열심히 하고, 수시로 좋은 음식 챙겨 먹는 것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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