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필요한 만큼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디지털을 받아들이고, 배우고, 사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새로 바꾸면 새로운 기능을 다시 익혀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는 것이 싫다. 엄마가 휴대폰을 잘 사용하지 못해 알려드리고, 또 잊어버렸다며 다시 물어보면 짜증부터 나면서 다시 알려주다가 나중에는 포기했다.
디지털 세상과 가까워질수록 편리하다는것을 알면서도, 한번 잘 익혀두면 그리 어렵지도 않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아직은 아날로그적인 것이 좋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다.
아들이 가상현실을 배경으로 하는 게임을 하면 뭔 쓸데없는 짓인가 싶고, 결국 돌아오면 현실인것을 뭣하러 에너지 소비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작년에 코로나 19는세상을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빨리 디지털 세상으로 만들어놓았다. 언택트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나이 지긋한 분들까지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입하게 되었다. 이제 온라인 세상은 우리 삶 깊이 들어와 있음을 실감한다.
그러다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었고, 이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도서관에 예약을 하고 드디어 읽었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읽다 보니 이미 현실이 된 이야기들이라 쉽게 읽혔고, 이 책을 통해 온라인 세상이 우리 삶에 어떻게 녹아들어야 할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존재해왔던 이런 언택트 세계를 메타버스라고 부릅니다. 스마트폰, 컴퓨터, 인터넷 등 디지털 미디에 담긴 새로운 세상, 디지털화된 지구를 뜻합니다. 인간이 디지털 기술로 현실 세계를 초월해서 만들어낸 여러 세계를 메타버스라 합니다.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 곁에 있었지만, 코로나19 이전까지는 메타버스보다 현실 세계에 머무는 이들이 더 많았습니다. 크기가 100 나노미터도 안 되는 작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계 인류를 거대한 메타버스 속으로 강제 이주시킨 셈입니다.
작가가 말하고 있듯이 코로나로 인해 강제 이주된 우리들에게 과연 디지털 세상, 온라인 세상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차피 현실세계가 아니지 않은가? 이런 의문을 가진 나에게 작가는 이렇게 대답한다.
좋은 일에 칭찬을 듣고, 나쁜 일에 위로를 받고 싶은 자연스러운 마음을 너무 억누르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외적인 보상, 자극 또는 타인과의 소통 없이 스스로 다독이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하루도 평온하지 않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더 큰 인내력보다 좀 더 충분한 칭찬과 위로가 필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직장인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담배나 칼로리 높은 군것질거리를 더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스트레스로 이미 인내심이 바닥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금연이나 다이어트를 고민하던 마음이 순간 사라져 버립니다. 금연이나 다이어트가 내게 줄 장기적 보상보다는 담배와 군것질거리가 줄 단기적 행복을 찾는 것입니다. 어려운 프로젝트나 시험을 마친 후 2~3차까지 회식을 이어가며 폭식, 폭음을 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흡연, 폭식, 폭음을 생각해보면, 그런 것들을 조금이라도 대신하도록 소셜미디어 메타버스가 우리에게 주는 단기적 보상이 결코 나쁜 게 아닙니다.
작가는 네 종류의 메타버슬 차례로 여행하라고 한다. 증강현실 세계, 라이프로깅 세계, 거울 세계, 가상 세계. 나에겐 이 모든 것이 같은 것으로 보이는데 말이다. 작가는 메타버스가 유토피아가 될지, 디스토피아가 될지, 아직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메타버스가 풀어야 할 윤리, 법, 경제, 심리적 문제 등도 제시한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장자의 호접지몽을 생각했다. 내가 나비꿈을 꾸는 것인지, 나비인 내가 인간의 삶을 꿈꾸고 있는것인지, 이것이 현실인지, 가상세계가 현실인지, 하나인 듯 하나가 아닌 세상을 연결하는 디지털 세상. 이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사람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걱정도 앞서고, 디지털 세상으로 숨어 들어갈지도 모를 그 누군가가 안타깝게 생각되기도 한다. 또 누군가에게는 사업의 기회, 성공의 기회로 다가갈 것이다.
작가도 장자의 호접지몽을 이야기하며 이렇게 썼다.
현실 세계가 누군가가 만들어낸 메타버스라면, 현실 속 우리 삶의 의미가 달라질까요? 우리는 지금과 다르게 살아야 할까요? 그래도 우리는 이 세계에서 이제껏 그랬듯이 도전해서 성취하고 나누며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가 누군가 창조한 메타버스인지 아닌지는 우리에게 큰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생각하고 선택하며 움직이는 매 순간이 소중할 뿐입니다. 메타버스 속 삶도 그렇습니다.
이 말은 내가 암환자가 된 후 사람들이 내게 환자가 뭘 그리 열심히 사느냐고 물을 때 했던 말과 같다. 암환자가 되었다고 세상이 달라졌는가? 내가 달라졌는가? 내 상황이 달라졌는가? 내 몸에 암덩어리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을 떼어내는 수술을 했고, 암환자라는 낙인이 찍힌것 외에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이전과 다름없이 이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결국,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즐겁게 살아가고,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에게 보상을 해주며 다시 힘을 내어 살아가도록 하는것이다. 그 과정의 방법 중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로 인해 메타버스라는 매개체가 생겼고, 우리는 자신에게 맞는 적당한 방법으로 적절하게 활용하며 즐기면 되는 것이다. 작가가 말하고 있듯이 우리 삶을 대체하지는 않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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