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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새벽기상 그리고 독서

by 짱2 2021. 8. 12.

10전에는 잠잘 수 있도록 습관을 만들어왔다. 암환자가 되기 전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밤 10부터 2시까지 성장호르몬이 나오기 때문에 이 시간에 잠을 자야 건강하다는 말을 수없이 듣고, 책으로 읽어서 알고 있었지만, 정작 내 생활 속으로 끌어내지는 못했었는데, 암환자가 되고, 위와 대장을 부분 절제하고 난 후엔, 그 좋아하던 맥주를 전혀 마실 수 없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거의 매일 밤, 술로 보내던 날들은 '아! 옛날이여~~'가 되었고, 머리로만 알고 있던, 그리고 꼭 그렇게 살고 싶었던 아침형, 아니 새벽형 인간이 되었다. 해가 중천에 떠올라야 일어나던, 아니 그것도 일어나기 싫어 차라리 죽으면 이런 고통은 없으리라는 마음까지 생기며 몸을 일으키던 내가, 새벽 어느 시간이던지 눈이 떠지면 자연스럽게, 그리고 상쾌하게 몸을 일으키고, 루틴대로 생활하게 되었다.

 

암환자가 되기 전의 내 삶과 암환자가 된 후의 내 삶은 완전한 대립 그 자체다. 현재의 나는 몸무게가 겨우 40킬로를 넘는 마른 체형이 되었고 하루에도 몇번씩 불쑥불쑥 찾아오는 어지럼증과 무기력증으로 남들이 말하는 저질체력이 되었지만, 나의 마인드는 초긍정의 에너지를 뿜뿜 뿜어내고, 대단한 활력으로 삶을 살아내고 있다. 암환자가 되지 않고 지금과 같은 마인드로, 지금과 같은 삶의 루틴으로 살아가는 삶을 살 수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perfect한 삶이련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좋은 것만을 주지는 않는 것 같다. 뼈저린 아픔을 겪어야만 뼛속까지 변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가 보다. 

 

새벽형 인간이 되어 힘들지 않게, 아니 오히려 새벽에 눈을 뜰 때, 그 하루가 정말 소중히 느껴지고, 충분한 잠으로 온 몸이 새로운 에너지로 가득 차 벌떡 일어나게 된다. 화장실 다녀오기, 눈과 입 헹구기, 이불 정리, 아침 명상(입으로 좋은 기운을 주는 말하기)을 한 후, 따뜻한 차를 준비해서 책상 앞으로 오면 새벽 루틴의 전반전은 완성. 이제부터 본격적인 후반전이 시작된다. 클래식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틀어놓고 기도를 한 후, 다이어리에 하루 일과를 계획하고, 감사일기와 자기 확언을 쓴 후, 독서를 한다. 

 

매일 이렇게 살아온지 2년이 되었다. 그 덕분인지 나의 삶은 정말 많이 바뀌었다. 긍정적인 마인드 장착, 미니멀한 삶의 추구, 미래를 위한 경제적 능력 준비, 행복감 뿜뿜, 그리고 현명하게 세상을 보려는 마음과 모든 것을 지혜롭게 이해하고 판단하려는 마음까지 갖추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이만하면 암환자가 된 호된 댓가 치고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알고 있었지만 더 큰 가족의 소중함, 사랑까지 덤으로 얻었으니 말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질체력이 내 온몸을 휘감을 때면 다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한다. 이 부분은 원래부터 약했던 나의 정신력 탓일 것 같은데, 이 마음은 잠시 스쳐가고 다시 건강한 마음으로 셋업 되는 걸 보면 또 원래부터 나에게 장착되어있던 그리고 지금은 더욱 강력해진 나의 긍정 에너지 덕분인듯하다. 

 

새벽형 인간으로 거듭나면서 그리고 저녁에 마시던 술을 마시지 않게 되면서 예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하게 되었고, 그 시간에, 예전에는 하지 않았던 그리고 하기 싫었던 운동을 하고, 시간이 없어 못한다던 독서를 많이 하게 되었다. 다른 그 무엇보다 가장 뿌듯한 부분이다. 운동과 독서는 평생 가져가야 할 목록이다.

 

직장에서 짤리고 난 후, 나에게 아쉬운 것은 단 한 가지! 돈뿐이다.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동안 하고 싶었던 중요하지만 바쁘지 않았던 일들에 집중하고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의 으뜸은 바로 독서다. 

 

나이 먹음이 두렵지 않은것도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은 지혜를 얻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주변에 도서관이 널렸고, 전자책 도서관 그리고 한 달에 9900원을 지불하고 있는 밀리의 서재까지, 책을 쉽게 읽을 수 있다. 다만 나의 눈이 이것을 견뎌줄 수 있기를... 나중에는 오디오북을 이용하면 되리라고 막연히 생각해본다. 그리고 돋보기를... 어쩌면 기술의 발전이 이런 것을 해결해주어 노안쯤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이 새벽, 다른 모든 새벽 루틴을 모두 마치고, 그 정점인 독서와 일기쓰기까지 하고 있으니... 정말 행복하다. 10년 후쯤... 다가오는 아침을 밝히는 소리가 차 소리가 아닌 시냇물 흐르는 소리와 함께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듣는 평화로운 장소라면 금상첨화 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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