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가 되기 전, 그러니까 알콜에 찌들어 살던 그때엔 모닝콜이 없으면 잠에서 깨지 못했다. 해가 중천에 뜨도록 눈을 뜰 수 없었고, 무거운 몸을 일으킬 힘이 없었다. 겨우 출근할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 되어서야 죽지 못해 일어나 억지로 밥을 먹고 출근을 했다. 학원일을 하니 출근이 늦었고, 나의 기상은 점심시간이었다. 그야말로 무기력한 삶의 연속이었다. 때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빈도수는 잦았다. 하고 싶은 것이 많을수록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좌절감은 더욱 컸었다. 차라리 그런 삶에, 그런 자신에게 익숙해지고, 받아들이고, 적당히 타협하며 살았다면 마음의 괴로움 따위는 없었을 것을. 늘 더 나은 삶을 꿈꾸면서 몸은 익숙해진 못난 삶의 연속이었으니 그 좌절감은 스스로를 못난이로 낙인찍어 버리고 급기야는 '자살'이라는 단어까지 떠올리게 만들었었다.
암수술을 하러 병원에 입원한 그날부터 알콜은 입에 대지 못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알콜중독에서 벗어났고, 내가 꿈꾸는 것을 현실로 실현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생겼다. 주님께서 보시기에 이 아이는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시고 호되게 내리치신 것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제대로 적중했으니 말이다. 이전의 못난 삶에서 완전히 벗어난걸 보니 말이다. 얼마나 못난 삶을 살았는지 너무 부끄러워서 차마 글로 옮기지도 못할 정도니 말이다.
2년여의 시간동안, 나는 내가 꿈꾸는 것을 하나씩 실현해 가고 있고, 작은 성취가 모여 큰 성취를 꿈꿀 수 있게 되었다. 뭐든 해내면 다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가끔 마음이 약해지기도 하지만 이내 자신감 뿜뿜이 된다. 시간과 노력이라는 나의 구체적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그럴 마음의 자세도 준비되어있다. 그리고 해내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
오늘 책을 읽다가 이런 구절을 읽었다.
"사람은 나이를 먹고 수많은 경험을 통해 자립하는 힘을 기른다. 그와 동시에 자신감도 생겨난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우리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바로 '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만약 근거 없는 자신감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열심히 해야겠다는 적극적인 기분도 생기지 않고 어려운 일에 도전하려는 의욕도 애초에 솟아나지 않을 것이다. 과거의 성공 체험에만 얽매여 그저 같은 행동만을 반복할 뿐이다. 이래서는 아무런 의미 없는 지루한 인생을 살게 된다... 그러니 불확실한 불안 요소를 마주하더라도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져도 괜찮다'라고 자신을 격려하는 일이 중요하다. 가능하면 날마다 '오늘은 좋이 일이 있을 거야', '하면 될 거야'와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고 하루를 시작해보자."
바로 근거없는 자신감이었다. 암환자가 되기 전, 알콜중독의 삶을 살 때에는 계속되는 자잘한 실패와 그에 따른 실망감이 나 스스로를 형편없이 평가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꿈꾸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고, 점점 작아지기는 했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이 나를 조금씩 나은 삶으로 이끌었었다. 그렇기에 내가 삶을 내려놓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계속되는 무기력이 나를 갉아먹고 있었고, 더 이상 변화의 여지없이 굳어지려던 내 삶에 암환자라는 커다란 변화가 내 삶을 온통 뒤집어 놓고 나는 다른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 안의 근거 없는 자신감, 즉 근자감이 작은 실천을 통해 점점 더 커지고 지금은 무엇을 해도 다 잘 해낼 자신감이 하늘을 치솟는다. 만약 실패한다고 해도 두려움이 아닌 더 공부를 통해 더 큰 깨달음을 얻고 또다시 더 커진 근자감을 만날 것임을 알고 있다.
사실... 새로 시작할 일에 대해 자신감이 조금 낮아져 있었다. 마침 조금 흔들리고 있던 이때에, 그렇더라도 근자감을 가져도 괜찮다고 나를 위로해주는 글을 읽으니 힘이 불끈 솟는다. 그래! 또다시 근거 없지만 자신감 뿜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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