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넘치는 날
아침이면 베란다로 햇빛이 환하게 비춰 들고, 더불어 내 마음까지도 환하게 밝아진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화초, 따스해 보이고 더욱 안락하게 느껴지는 '마이하우스'. 이런 상황, 이런 느낌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오전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은 9시가 되기 바로 전이니, 오늘 하루의 긴 시간이 나에게 여유로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시간이면 새벽루틴, 아침 루틴을 거쳐 오전 공부 루틴이 한참인 시간이다. 새벽 루틴은 참 바쁘다. 어쩌면 하루 중 가장 많은 일을 한다고 하겠다(가짓수 측면에서). 눈 뜨자마자 가벼운 모닝요가, 소변보기, 눈과 입 헹구기, 몸무게 재기, 긍정 확언 명상 틀어놓고 이불 정리, 방 정리 하기, 따뜻한 차 준비해서 책상 앞에 앉은 후 클래식 음악 틀기, 기도, 하루 계획표 짜기, 5년 다이어리, 감사일기, 자기 확언 쓰기, 독서까지. 개수만도 12개네. 새벽 루틴은 나 자신을 위한 영성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음 아침루틴은 집안일을 하는 시간이다. 밥하고, 밥 먹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 돌리고 등등...
몇 시에 일어나느냐에 따라 새벽 루틴의 시간이 달라지겠지만, 이렇게 새벽과 아침을 보내는 시간으로 이미 3~4시간을 보내면 내 몸은 살짝 지치는데, 이때 사과와 같은 간식을 준비해서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시작한다. 전에는 이 시간에 자전거나 산책과 같은 운동을 시작했는데, 날씨가 더워지면서 산책이 버거워졌고, 아침 청소로 이미 지친 몸에 운동은 무리라는 생각에 점심 식사 후로 운동 시간을 옮겼다.
그렇게 시작되는 8시부터의 공부시간. 오늘부터는 중간과제물을 준비하고자 이미 마음을 먹고, 도서관에서 책도 20여 권 대출해온 터라 책상 앞에 앉아서 야심차게 공부의 시작을 열었다. 그리고 행복한 마음. 환하게 비춰 들어오는 햇빛, 어떻게 과제를 준비하고, 작성해 나가야 할지, 머릿속에 큰 그림이 그려지니 더욱 행복해진다. 만약 과제가 막막하게만 느껴졌다면 이런 마음이 들지 않았을 텐데.
어젯밤까지만 해도 많이 지쳐있었고 의기소침해져 있었다. 점심 식사 후부터 살떨림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무기력증이 찾아왔다. 스터디를 끝내고 쇼핑하려는 계획이 있었는데, 쇼핑이고 뭐고 집으로 왔다. 무엇이 문제일까? 매운 음식을 먹고 설사를 한 후 찾아온 무기력증이라고 추측해본다. 앞으로 또 이런 증상이 있으면 설사를 한 후에 일어나는 것인지 꼼꼼히 체크해야겠다. 어쨌거나 이런 증상 또는 배 아픈 증상이 생기면, 매번 일어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내 정신력은 무너지고 만다. "이렇게 아픈데 무슨 사회복지 공부야!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무슨 공무원 시험이야! 돈은 벌어서 뭐하고 유튜브니 타로마스터니 모두 다 무슨 소용이야!" 내 안에서 이렇게 소리치며 다 집어치우라고 한다. 그러면 꿈꾸면서 살고자 하는 나의 자아는 송두리째 무너져 내리며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살아야 할 이유조차도 없어지니까.
다행인 것은 아무리 몸이 아파도(물론 죽을 만큼 아픈 건 아니니까) 멍하니 TV를 보거나 침대에 기어들어가 잠을 청하지는 않는다는 것. 책상 앞에 앉아 책을 읽는다. 그러다 많이 지치면 잠을 청하고,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남편과 함께 먹을 식사를 챙긴다. 이때 나에게 드는 생각은, 만약 남편이 없다면 그마저도 챙겨 먹지 않아 더 말랐을 거라는... 그리고 더 다행인 것은 숙면을 취하고 나면 다음날 새벽에 눈뜨는 나는 다시 에너지 충만이라는 것. 오늘 아침도 어제의 나는 싹~ 사라지고 빵빵한 에너지로 하루를 시작했고, 햇빛에 마음을 온통 빼앗겨 행복만땅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 사회복지 공부에 대한 희망이 넘실거린다.
그래. 아프면 아픈대로 아파하고, 에너지 충만해서 기분 좋으면 기분 좋은 대로 살아가자.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하는 기준은 없으니까. 그때그때의 내 몸상태, 내 감정에 충실하며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천천히 이뤄가자. 빨리 간다고 많은 것을 이룰거라는 착각에서는 이미 깨어났잖아. 오늘처럼 내 꿈에 한걸음 더 빨리 다가가는 날도 있는데 무슨 걱정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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