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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관계

by 짱2 2021. 10. 6.

사람을 만나고 난 후엔 꼭 여러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그 사람이 한 말, 왜 그렇게 말했을까? 그 말에 내 감정은 왜 상했을까?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순 없는 걸까? 난 왜 이렇게 예민하지? 여러 가지 생각으로 혼란스럽다. 

 

A는 내가 좋아하는 친구다. 그런데 몇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있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고, 나도 그 친구에게 온전히 맘에 드는 친구일 수 없음을 알기에 좋은 부분을 생각하며 기분 좋은 만남을 갖는다. 하지만 우리 두 사람 사이에 한 명(B)이 끼어드는 순간 내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부분이 불쑥 끼어든다. 돌이켜보면 이 문제는 나만의 문제도 아니다. 끼어든 사람을 포함해 우리 세 사람 모두에게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만 모른척하면 된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곤 했고, 이번에도 또 그렇게 넘어간다. 하지만 우리의 관계, 우리의 문제를 짚어보지 않는다면 나는 또 이 일을 겪게 될 거고, 또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며 아무렇지 않을것이고, 계속 반복될 것만 같다. 오늘은 전화를 걸어 이런 내 맘을 전달할 생각도 해보았으나 결국은 우리의 관계에도, 나의 마음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이 서지 않아 그만두었다. 그저 내 맘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이 시간을 통해 내가 덤덤해질 수 있기를 바래본다.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너무 A를 높게 평가하고 기대치가 큰 것 아닌가... 하고 말이다. 나도 큰 그릇이 아니면서 평소 A의 말과 행동을 통해 기대치를 크게 하고 있다가 그에 못 미칠 때마다 혼자 실망하는 것 같다. A가 나를 다 포용해줄 거라 기대했다가 실망하고, A가 늘 내편일 거라 생각했다가 결국은 본인만 생각하는 모습에 또 실망하고. 사실 A의 잘못이 아니다. 그럴 거라고 기대한 나의 잘못이지.

 

내가 기대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그녀의 성숙한 태도를 원한다는 것인데, A는 어떤 상황에서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전에 내가 만들어 준 케이크를 상황상 그래야 했다라면서 자기가 만든 케잌이라고 한 적이 있다. 난 그때 정말 놀랬다. 그 이후에도 자기에게 불리한 표현은 빼고 다른 이유들을 늘어놓은 적이 몇 번 있었는데, A를 성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가 실망을 하게 되었다. 난 실망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어야 했던 거다. 그만큼 내가 그녀를 참 좋게 생각했다는 말이겠지.

 

B는 한참 언니이다. B와 A는 나와의 사이와는 또 다른 그들만의 끈끈함이 있다. 이 부분을 인정하지만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B의 편애와도 같은 말들이 거슬리곤 한다. 그러려니 하려고 무척 노력하지만 어쩔 때는 꼴 보기 싫다. 바로 이 부분이다. 꼴보기 싫다고 느끼는 내가 잘못된 건가 싶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내가 크지 못한 사람이고, 너그럽지 못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나는 또 스스로에게 상처를 받는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B의 잘못은 없는가? 누구 탓을 하려는 게 아니라 앞에 두 사람을 두고 한 사람에 대한 애정을 보이는 것이 과연 잘하는 것인가 하는 말이다. 그런 애정은 둘이 있을 때만 하면 되지 않을까? 나는 B의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하지만 셋이 같이 있을 때 B가 보이는 A에 대한 과한 표현이 거슬리고,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어쩌면 A가 B에게 더 이상 모임을 갖기 어렵다고 말한 것이 잘 된 것인지도 모른다. 괜히 미안한 마음에 시험이 끝나는 12월 말부터 해볼까 하는 마음을 잠시 가졌었다. 하지만 달라질 것이 없다. 두 사람은 같은 행동을 할 것이고, 나는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이 그다지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기에 절대 말하지 않고 나 혼자 가져갈 것이고, 그럼 마음을 다치는 것도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B는 A를 많이 아낀다. 내가 A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하면 달갑게 여기지 않을 테고, 그런 말을 하는 나를 좋게 여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B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던지 크게 신경 쓸 것은 없지만 앞으로 계속 볼 거라면 무시할 것도 아니다.

 

따로따로 보면 괜찮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셋이 같이 보게 되면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된다.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그렇다면 나는 이제 함께 보는 일은 만들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다른 이들이 들으면 별거 아닌 일에 참 예민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의 예민함은 단점이면서 섬세함으로 이끄는 장점이기도 하기에 나 자신을 탓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이렇게 생겨먹은걸 어찌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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