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 열심히, 미친듯이 살아보라는 어떤 유튜버의 말이 오늘 아침 나의 감정을 흔들었다.
그제부터 혼란스러운 내 머릿속. 친구들 때문에 괜한 속 끓이기를 하며 내려놓으려 애썼는데, 앙금이 계속 남아있는 나를 느끼며 스스로에게 더욱 화가 나고 있던 터였다. 밴댕이 소갈딱지인지, 어쩜 이렇게 소심한지 하면서 나를 탓하고 있는 중이었다. 큰 그림을 보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그러던가 말던가 하면서 넘어가지 못하는 내가 한심스러워 보이는 중이었다.
뭔가를 하고 싶다며, 그러나 자신은 바빠서 그것을 알아볼 시간이 없으니 나보고 알아보라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 그럼 난 한가한 사람인가?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또 그렇게 그냥 넘어가면 안될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모임 날짜가 다가와 그것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 누군가 물어본다면 한가한 사람이 알아보기로 했지 않느냐며, 나는 무척 바빴노라고 말할 생각이다. 자신이 그런 것 알아보는데 서툴다고 말하면서 잘하는 나보고 하라는 식으로 말을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친구의 말주변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내려놓을 만도 한데 이번에는 쉽게 내려놓아지지 않는다. 다른 일과 맞물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번이 처음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늘 그렇다. 늦게 와 놓고도 약속시간을 정확히 정하지 않아서 그랬단다. 그러려니 넘어갔는데, 왠지 이런 모든 것이 가스라이팅처럼 여겨진다.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마음에 덮어두었던 단점이 드러난다. 장점만 보려는 나의 마음이 어쩌면 단점을 덮어둠으로써 내 상처를 쑤시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젠 더 이상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 졌다.
그러다 1년만 미친듯이 살아보라는 유튜버의 말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받은 느낌이 들었다. 처음엔 내가 지금 바쁘게 산다면 그런 감정 따위에 휘둘릴 시간도 없을 텐데, 참 한가한가 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계획하고 있는 15개월 플랜을 정말 미친 듯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그렇게 사는 동안 사람들과의 만남도 자제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이 언제 보냐고 묻는다면, 올 한 해는 정말 바쁘게 살기로 했고, 또 바쁘다고 말할 생각이다. 그렇게 살 거고.
인간관계도 중요하지만, 내 삶이 더 중요하고, 지금 이순간이 나에겐 정말 중요한 시간이다. 지금 하려고 준비한 것이 다섯 가지다. 사회복지, 유튜브, 타로, 캘리그라피, 영어. 다시 크게 묶으면 사회복지, 유튜브, 영어의 세 갈래다. 유튜브엔 타로, 캘리그라피, 엄마라는 소제목이 녹아있다. 미친 듯이 파고들어야 하는 시기인데, 모임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이미 정해진 약속은 어쩔 수 없지만, 12월 중순의 시험 때까지 어떤 약속도 잡지 않고 공부만 하기로 한다. 아니 시험이 끝나면 타로와 캘리그라피, 영어, 유튜브를 더욱 열심히 한다. 모임은 내가 먼저 나서서 만나자고 하지 않는다. 그들이 생각나서 약속을 잡자고 하면 마지못해 잡기로 한다. 어느 누구와의 만남도 마찬가지다. 남편과의 여행은 한 달에 두 번만 한다. 남편의 술 마실 기회도 내가 일부러 만들지는 말자.
사람과의 관계도 관계이지만,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미친듯이 사는 15개월이다. 일주일 100시간은 아니더라도 50시간은 투자를 해야 되지 않을까? 사람들 만나며 감정에너지 소비하지 말고, 내 일에 최선을 다하자. 암환자가 뭘 그리 열심히 사느냐고 하면 신경 끄라고 할 거다. 내 삶에 신경 끄셔! 죽으면 그만이라고 한다면, 난 죽기 전에 남편과 아들에게 하나라도 더 많은 것을 남겨주고 싶고, 사는 동안 많은 것을 해보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죽음을 맞이하기보다는, 열심히 살다가, 후회 없는 삶을 뜨겁게 살다가 갔다는 말을 듣고 싶다. 아니 남이 뭐라든 상관없다. 그냥 뜨겁게 살다가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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