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직장동료들과 여행 가고, 나만 홀로 남았다. 오늘 많은 일을 할 것 같았으나 생각보다 많이 하지 못한 채 벌써 저녁이 되어버렸다. 가장 큰 이유는 많이 피곤했었는지 새벽에 일어나지 못하고, 아침 8시가 되어서야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 시간에 깬 것도 남편이 깨워서였다. 무척 피곤했나 보다. 어쩌면 이렇게 많이 자야 하는데, 내가 무리하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하루 8시간은 자야 하는데, 6시간에서 7시간 정도를 자고 있다. 공부하다가 책상에 앉은 채로 쪽잠을 자긴 하는데... 잠, 음식, 운동, 내가 하는 일 모두를 돌아보게 된다.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아닌 거 같다.
예전에는 몸에 안좋은 술과 같은 것들(새벽에 취침하기, 아침식사 거르기 등등의 나쁜 것들)을 했었다. 이젠 그런 생활에서는 벗어났다. 내 건강에서 가장 해로운 것으로부터 벗어난 것만 해도 나의 건강에 90%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암환자가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을 아직도 하고 있고, 암환자가 먹어서는 안 되는 것들을 너무 쉽게 먹고 있다. 빵을 끊어야 하고, 물을 많이 마셔야 하고, 운동을 좀 더 해야 하고, 잠을 좀 더 자야 하고, 약을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하고, 스트레스를 좀 덜 받아야 하고, 공부를 덜 해야 한다. 그런데 참 쉽지가 않다.
현재의 나는 참 행복하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있고, 내 맘대로 편하게 살고 있고,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고, 나도 가족을 사랑하며 평화로움을 느끼며 살고 있다. 일상의 자잘한 스트레스는 어쩔수 없는 것이라 여기며 대체로 풀어가며 살고 있다. 남편이 곁에 있어서 귀찮아지기 쉬운 식사도 즐거운 일이 되고, 조잘대며 수다를 떨 수 있고, 함께 여행하면서 엔돌핀 팍팍 돌고, 누군가로 인해 욕해주고 싶은 일이 생기면 남편에게 일러바치며 풀고... ㅎㅎ 친구들이 있어 가끔 만나면서 이야기 꽃 피우고, 맘에 안 드는 친구가 있으면 다른 친구에게 뒷담화하면서 풀고... ㅎㅎ 이런 모든 것이 행복이고 감사이다. 그럼 된 거 아닌가? 뭘 더 해야 하고, 뭘 덜 해야 하고.... 이런 것에 치이면서 살아야 하는 걸까? 암환자니까?
암환자라는 낙인이 찍힌지 3년이 다 되어간다. 수술을 하고, 항암을 하고, 다시 직장에 나가게 된 지(물론 지금은 그만두었지만), 정상적인 생활(완전한 정상의 생활은 아니지만)을 한 지 2년이 넘었다. 그래. 2년이라는 시간만 생각해보자. 2년 동안 나는 좋은 루틴을 만들어 계속 이어오고 있고, 이 루틴이 정말 마음에 들고, 이 루틴을 할 때 행복하다. 가끔은 건너뛰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내 몸은 이미 그것을 하고 있다. 그럴 만큼 완전한 루틴이 되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자꾸 뭘 더 하고, 뭘 더 잘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지 않을까?
안다. 현재의 습관에 앞에서 열거한 것들을 얹어 더 좋은 루틴을 만들어가야 한다는걸. 암환자이기 때문에, 건강이 무엇보다 소중하기에 물을 더 많이 마시는 습관을 들여야 하고, 약 먹는 걸 잊지 않도록 습관으로 만들어야 하고, 귀찮아도 신발 신고 밖으로 나가서 많이 걸어야 한다는 걸.
정답은 스트레스 받지 않고, 좋은 습관 만들어가야 하는 건데, 이게 또 쉬운 일이겠는가! 하지만 다시 결심한다. 2년 동안 좋은 루틴을 물들여오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또 해낼 수 있을 것이다. 한꺼번에 말고, 하나씩 해나가자. 나에게 보상을 주면서 물들여가는 방법을 이미 스스로 잘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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