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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눈물은 자제력을, 나는 체력을...

by 짱2 2021. 11. 3.

대체로 행복하다. 많이 많이 행복하다. 

나에겐 나를 정말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착한 남자, 남편이 있다. 나에겐 나를 현명하고, 여전히 아름다운 엄마라고 불러주는 착하고 예쁜 아들이 있다. 나에겐 나밖에 모르는 딸바라기 엄마가 있다. 이 세 사람은 나를 사랑해주고, 나도 이들을 사랑하며,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 사람 덕분에 무조건 행복하다. 

 

 

산책하다가 점점 기운이 떨어진다. 집에까지 돌아가는 길이 너무 멀게 느껴지고, 다리가 후들거리며 쓰러질듯하다. 행복이 잠시 문을 닫아 건다. 왜 이리 약해졌지. 맞아. 난 암환자야. 눈물이 날듯 슬픔이 잠시 밀려왔다가 스러진다. 이깟일로 울면 안 된다는 내면의 아우성이 눈물을 집어삼킨 것이다. 눈물은 1%의 습기도 머금지 못한 채 바로 자취를 감춰버린다. 그만큼 나의 좌절금지 모드가 강한 탓이다.

 

참 강해졌다. 

난 눈물이 많다. 지금도 슬픈 드라마 장면에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다른이의 슬픈 이야기에 같이 눈물을 흘린다. 이런 내가 암환자라는 이유로 힘들다고 느껴져 눈물이 나올라치면 어김없이 스스로 엄격해지고 만다. 돌이켜보면 3년간의 암환자 생활이 나를 저절로 그렇게 만든 것 같다. 처음엔 어땠었던가? 중증 암환자라는 것을 처음 안 날, 그날은 정말 많이 울었다. 하루 종일 울었다. 병원에서 남편에게 전화하면서 울었고, 엄마에게 전화하면서 또 울었고, 원장에게 출근할 수 없다는 말을 하기 위해 한 전화에도 울었다. 오후의 진료까지 시간이 남아, 평소의 나처럼 영화를 예매하고, 그 영화를 보면서도 울었고, 오후 진료를 끝낸 후,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도 하염없이 울었다. 퇴근한 남편과 이야기하며 울었고, 또 평소의 나처럼 강원도로 여행을 떠나자며 급히 출발한 여행길에서도 울었다. 늦은 시간, 속초에 도착해, 그날따라 광어의 머리까지 접시에 올려온 회를 먹으며, 갑작스럽게 움직이는 아가미의 오르내림을 보면서도 울었다.

 

그렇게 하루종일 울었던 그날 이후로 암과 관련된 나의 눈물샘은 말라버렸다. 늘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평화롭게 살다가 갑자기 암환자라는 사실이 온몸을 휘감고, 내 머릿속을 꽉 채우면 내면 깊은 곳의 슬픔이 울컥 차오르고, 눈물은 습기를 머금지도 못한 채 무언가에 급히 쫓겨가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어쩌다 이리 되었을까? 울면 안 되는 걸까? 그냥 울어버리면 어때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한두 번 울었었던 거 같기도 하다. 울면 눈알이 아프다. 항암 할 때부터 지금까지 그렇다. 그냥 슬픈 장면에 눈물이 나올 때는 아프지 않다. 마음에서 슬픔이 밀려와 눈물이 나면 눈알이 아프다. 그리고 운다고 해결되지 않는 것도 너무 잘 안다. 그렇게 울어보고 난 후에, 울음의 효과가 전혀 없음을 눈치챈 육체의 민감함이 스스로 눈물을 억제시킨 건가? 

 

하루에 최소 6천보에서 만보를 걸으려 한다. 그동안 공부한다고 운동에 조금 소홀했었다. 지난주 여행을 하며 첫날엔 오늘처럼 힘들었었는데, 이틀쨋날엔 2만보를 걸으며 기록을 세웠고, 계속 6천보이상 걷고 있는 중이다. 일주일에 5일 이상은 6천보 이상을 걸을 계획이고, 체력을 길러 이렇게 후들거리는 증상도 없애볼 생각이다. 집에서 타는 고정형 자전거를 탔었는데, 점점 재미가 없어지고, 운동이 되는 느낌도 적어, 바깥공기도 쐬고, 산책로의 아름다움도 즐길 생각으로 걷기를 다시 선택했다. 점심을 한 시간 정도 늦게 먹고, 2시 이후에 산책을 나가서 편하게 걷다가, 스타벅스에 들러 커피도 한잔 마시면서 책도 읽다가 들어올 생각이다. 이 계획은 사계절 연중무휴로 진행하려 한다. 눈이 오면 어떻고, 비가 오면 또 어떠랴. 눈 오고, 비 오는 날엔 산책로에 있는 '조금 느린 집' 카페를 이용하자. 그곳에서 커피마시며 내리는 비를, 눈을 보는것은 상상만해도 행복해진다.

 

눈물은 스스로 자제력을 키웠으니, 나는 체력을 키우자. 행복한 마음 가득 안고, 건강하게 조금 더 오래 살자. 내가 사랑하는 세 사람, 나를 사랑해주는 세 사람과 함께 오래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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