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나의 일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일을 도와줄 일이 생겼었다. 귀찮았지만 그 사람에겐 중요한 일이겠지 싶어 도움을 요청한 사람과는 상관없는 나의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했었다. 영문과 후배이지만 인생 선배님이신 그분은 흔쾌히 도움 요청을 받아주었을 뿐만 아니라 근처에 살고 있는 다른 학우님들께 직접 연락해서 도와드리라고 말씀까지 전해주셔서 큰 도움을 받았다.
도움을 주신 분들중에 두 분의 성품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훌륭한 성품인 줄 몰랐다. 나를 도와주었다고 내 마음이 급 호의적으로 바뀐 것이 아니라 정말 큰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하기 싫은 듯 도와주면, 도움을 받고도 괜히 찜찜한 기분이 들곤 했는데,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까지 전해져 오는 것이 너무 따뜻하고 고마웠다. 그 두 분의 마음을 이미 알고 계셨던 남자 선배님 한분은 그들과 꾸준히 인연을 쌓고 있었는데, 세 분 모두 말투, 태도, 몸가짐 등 모든 면에서 배울 것이 많은 분들이다.
이런 도움을 받고 깨달음을 얻기 하루 전날, 나는 나보다 12살 어린 친구의 황당한 말투로 기분이 상했고, 마음을 다쳤고, 이대로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나의 마음을 전했다. 그녀는 미안하다는 사과는 하지 않았으나, 본인이 그렇게 말한 것은 인정하면서 별 의미 없었다고 말했다. 나는 내 의견을 말한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안 볼 사람도 아니니 그녀가 조금 조심해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역시 그녀는 영악했다. 달라진 태도가 보였고 나의 마음 전달은 성공적이었다.
두 개의 사건을 연달아 겪으며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첫째, 마음이 불편하면 내 마음을 그대로 전달하자. 그 마음을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않고는 상대의 몫이다. 나는 내 감정을 전달하고 털어내면 된다. 그 감정을 내가 담고서 불편한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는 힘듦을 겪을 이유가 전혀 없다.
둘째, 나에게 도움을 주신 분들은 나이가 있었고, 경솔한 말투를 가진 친구는 어리다. 그러나 사람의 성품은 나이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나이 듦이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만, 그것도 사람에 따라 다르다. 어쨌든 나는 경솔한 말투를 가진, 쓸데없이 자존심만 쎈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진심으로 남을 도우며,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을 보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셋째, 나에게 상처주는 사람을 곁에 두고 마음 아파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마음을 다치게 하기보다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곁에 두고 보며, 사랑을 느끼고, 그 사랑을 베풀고, 그들의 행동을 보고 배우며 행복한 마음 가득하게 살아가자고 생각했다. 좋은 사람을 곁에 두고, 좋은 거 보고 배우며, 세상은 참 살만하다고 느끼며 행복한 삶을 살자.
세상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처럼 눈에 힘을 주고, 두 주먹 불끈 쥐고, 씩씩대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눈에 띄게 그런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말로는 세상 다 산 사람처럼, 또는 이해심 많은 사람처럼 말하면서, 막상 어떤 일이 벌어지면 힘이 들어가는 사람을 본다. 그런 사람이 더 밉다. 내가 좋아한 친구가 있었는데, 어떤 일을 겪으며 그 친구가 하는 행동에 어이없어한 적이 있었다. 남편과 함께 그녀가 보내줄 어떤 정보를 이제오나 저제오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하루 전날, 성의 없이 카톡으로 알 수 없는 내용의 사진 하나만 불쑥 보내고, 설명은 하나도 없었다. 남편과 나는 도대체 이 사진이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었고, 무시하듯 보내온 카톡 사진에, 그녀를 좋아하던 나의 마음이 모두 내려앉아 버렸다.
사람은 상대의 말, 행동에 마음을 다치기도 하고, 고마운 마음에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할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며, 손해 볼 수 없다며 눈에 힘을 주고 살아야 할까? 자신이 생각하기에 마음에 안 드는 말을 한다고, 톡톡 쏘는 말로 상대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말을 날리며 이겼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삶을 살아야 할까? 전혀 아니다. 고운 마음 전하는 학교 후배이면서 인생 선배님이신 그분들의 마음을 따라가려 한다.
친정 일로 내 마음의 문을 닫아걸었다. 그렇다면 또 누군가는 결국 너도 눈에 힘주고 있는 거 아니냐고, 너그러운 마음은 어디 간 거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난 대답한다. 정말 오래 참았다고. 최소 20년, 길게는 50년을 참았다고. 이만하면 된 거 아니냐고. 아닌 건 아니라고. 물론 이 마음도 시간이 흐르면 조금씩 누그러질 수 있겠다. 그땐 또 그때의 마음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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