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그림은 내가 오늘 그린 그림이다. 새벽마다 감사일기와 자기 확언을 쓰는 노트에 그림을 그리고 그림의 색에 맞추어 펜의 색을 골라 쓰는 재미를 느껴온지 2년 여가 되어가는데, 어느샌가 그림 그리는 시간이 하나의 일처럼 느껴져, 이게 취미인지, 일인지, 즐거움인지, 스트레스인지 문득 생각하게 되었다.
무엇이든지 즐거움이 아닌 스트레스, 쫓김으로 다가온다면 내려놓으리라 마음먹었기에 그림을 그리고 싶은 날 그리기로 하고 내려놓기로 했다. 그림 그리는 작업이 즐겁지만, 오늘 이만큼은 그려야 하는데, 그림 그릴 때가 되었는데 하는 마음으로 그리는 것은 마음의 부담이 된다. 그림이 없으면 어떠랴. 내가 좋아하는 색, 그날 내 마음이 당기는 색의 펜을 골라 쓰면 되고, 뭔가 그림을 그려 넣고 싶으면 단순하게 하트라도 그려 넣으면 되지. 내 맘인 것을.
일을 그만두니 시간이 많다. 만약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넉넉해진 시간에 뭘 할지 몰라 헤맸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성격에 사회복지학 공부가 아니었다면, 또 다른 공부, 또 다른 강의를 찾아내어 그곳에 나의 시간을 투자하고 있을것이다. 그게 나니까. 절대 집에 가만히 있지 않을 사람. 책을 한 아름 빌려와 쌓아 두고 읽느라 또 시간이 없다고 투덜댈 사람.
나는 이런 내가 좋다. 시간이 많아도 빈 공간으로 두지 않고, 무언가로 채워가는 삶이 좋다.
하지만 바쁘게 살고 싶지는 않다. 쫓기듯 살고 싶지는 않다. 스트레스 받으며, 마음의 부담을 크게 느끼며 살고 싶지는 않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부담이 될 일이 있고, 부담이 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을 비워내려 노력한다.
난 암환자다. 죽음을 맞이했었고, 지금은 죽음을 건너뛴 느낌으로 살아가지만 언제 또 맞이할지 모른다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환자다. 죽음 앞에서 '이것이 더 중요하니 내려놓지 못한다'라고 할 것이 있을까? 죽으면 그만인것을. 내 마음이 평온하고, 내 마음이 즐거운 것만 하면서 살고 싶다.
미니멀은 살림살이에만 해당되는건 아니다. 사람도 미니멀하게 버릴 줄도 알아야 하고, 생활도 미니멀하게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하고, 마음도 미니멀하게 비울 줄 알아야 한다. 알면서도 안 되는 것이 비우는 것이지만 조금씩 연습하는 중이다. 그래서 오늘, 계속 부담으로 느껴지던 일러스트 그림도 그리고 싶을 때 그리기로 마음먹었다. 사회복지 공부도 내가 모르는 분야를 알게 되는 즐거움으로 채워가는 시간이라 생각하며 편하게 공부하기로 했다.
가끔, 돈을 벌어야하지 않을까,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 배우는 것을 돈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미친 듯이 도전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며 초조해지곤 한다. 그러다 현재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차라리 아껴 쓰고 저축하는 삶을 살자고 방향을 바꿔본다. 외식 줄이고, 옷 사지 않고, 집안의 물건들 꼼꼼히 챙겨서 쓰면 내가 나가서 돈 버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다. 일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을 차례다.
시간이 많다. 이 시간을 운동하는데, 책 읽는데 투자하고, 또 성당에 나갈 시간을 내자. 남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자. 공부 조금 덜 하면 어떠랴. 왜 갑자기 사회복지사가 1순위가 된것이냐!
오늘 그림 그리기를 내려놓으며 나에게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F학점만 받지 않으면 될것을, 대학원에 진학할 것도 아닌 것을... 내려놓자.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공부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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