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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감사한 삶

by 짱2 2021. 11. 17.

지난주에 정기검진 하러 서울대 병원에 다녀왔고, 어제는 그 결과를 듣기 위해 위암 담당 선생님을 만났고, 오늘은 대장암 담당 선생님을 만난다. 누구를 먼저 만나든지 검사 결과는 좋다, 나쁘다의 두 가지 갈림길일 뿐이다. '암이 재발했다, 전이됐다' 등등의 이야기를 듣지 않기를 얼마나 가슴 졸이며 기다리는가. 위암 담당 선생님을 먼저 만나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을 전해 듣는 순간, 안도의 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럴 줄 알았지만, 혹시 그렇지 않을까 봐... 

 

 

 

단 한번의 수업을 끝으로,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올스탑 되었던 북부여성발전센터의 강의가 다시 시작됐다. 엄마와 함께 하려던 수업인데, 엄마의 취향과는 맞지 않아 엄마는 중도 포기하시고, 나는 계속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취소하지 않고 버텼는데, 드디어 어제 다시 시작했다. 첫 수업과 같은 내용이지만, 한번 하고 몇 개월을 쉬었기에 또 새롭고, 여전히 첫걸음의 학생답게 무지한 상태였다. 엄마가 안 계시니 다른 분들과 이야기할 기회도 생기고 좋았다. 좋은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이 수업에서는 또 어떤 사람들과 인연을 맺어갈지 기대되고 설렌다. 

 

어제는 오전에 캘리그래피 수업을 듣고, 서울대병원으로 이동해 오후 시간을 병원에서 오롯이 보냈다. 위암절제수술을 받은 환자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비타민 B12 결핍. 나도 그렇단다. 악성빈혈과 소화불량, 설사가 주요 증상이라는데, 위와 대장을 잘라낸 나의 경우엔 소화기능 저하는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니, 소화불량과 설사는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는 증상인데, 가끔씩 훅 치고 들어오는 빈혈 증세는 이것 때문이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세 번의 주사를 2개월마다 맞아야 한단다. 하라면 해야지. 그닥 어려운 일도 아닌 것을. 

 

병원에 가는일이 마치 친구 만나러 가는 일처럼 자주 일어나는 일이 되고 말았으니... 어쩌다 내가 이렇게 되었을까? 아프지 않았더라면 참 좋았겠지만, 아프지 않았더라면 변하지 않았을 내 삶. 아픔이 나쁜 것만은 아닌 것이, 그래도 아프지 않은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면 절대 그렇다고 대답이 나오지 않는 까닭이다. 아프지 않았다면 난 절대 변하지 않았다. 예전과 똑같은 삶에서 절대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이미 나약해질 대로 나약해져 있었고, 나쁜 습관이 루틴으로 자리 잡고 절대 변화에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난 지금의 내 삶이 더 좋다. '아프기 전의 나' 보다 '아픈 후의 나'가 더 좋다. 술과 등등으로부터 해방되었고, 해가 중천에 떠오른 후에 깊은 숙취로 깨어나는 대신, 새벽 4시면 일어나 이불을 정리하고, 새벽 루틴을 실천하는 내가 좋다. 눈뜨는 순간, 죽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하루는 어떤 즐거운 일이 생길지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참 좋다. 밤이면 항상 떠오르는 술 생각에 또 술을 마시며 또다시 우울감에 빠지는 생활보다 아무리 바쁘고, 지치는 하루를 보냈어도 밤이면 침대에 들어가 하루를 정리하는 메모를 하고, 행복한 잠으로 빠져드는 시간이 행복하다. 돌아보면 지저분한 듯 느껴지는, 누군가 알까 봐 창피했던 삶, 가족이 아닌 다른 누군가로부터 위안을 찾고자 했던 삶이 아닌, 어느 누구에게라도 자랑하고 싶은 삶,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가족과 늘 함께 하는 삶,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사랑스럽고 소중한 것을 알고 나를 사랑하는 삶을 사는 지금이 정말 좋다. 

 

새벽 4시쯤, 저절로 눈이 떠지고, 이불정리부터 짧은 기상 체조, 감사일기 등의 아침 루틴 후, 따뜻한 물을 마시며 읽는 책. 정말 여유롭고 행복하다. 새벽 6시가 되기 전부터 많은 것을 했으니 그 마음은 정말 뿌듯하다. 새벽에 계획한 대로 하루를 살아내고, 침대에 앉아 하루를 정리한다. 이대로 잠들어 눈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내일 떠오르는 태양이 얼마나 눈부실지 설레는 마음으로 잠드는 밤이 평화롭다. 저녁 명상 소리에 까무룩 잠드는 느낌이 감미롭다.

 

6개월마다 병원에 가서 피를 뽑고, 돌아가며 위와 대장 내시경을 하는 번거로운 일상이 되었지만, 수술과 항암의 과정을 거쳐 이만큼이라도 건강해지고, 특별히 불편한거 없이 살아갈수 있음에 감사하다. 뭐든 잘 먹을 수 있고, 먼 곳으로의 여행도 가능하고,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으니 감사하다. 저질체력이지만 내 힘껏 살림하고, 건강한 사람도 꿈꾸지 않는 미래를 향한 강렬한 도전을 하고 있으니 나 자신이 대견하고 또 감사하다. 참으로 감사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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