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남편과 함께 무얼 할까 고민했다. 새해 첫날이고 쉬는 날인데, 그냥 집에 있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지난주에 가려고 했던 곳이 문득 떠올랐고, 움직이면 돈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기에 살짝 망설이다가 가자고 결심했다. 무슨 해외여행을 가거나 제주도로 떠나는 것도 아닌데, 뭘 그리 많은 돈이 든다고 하는 맘에 찌질한 느낌도 들어 아침 일찍 나섰다.
남편과 나는 길이 밀리고, 사람이 많아서 기다리는 것을 싫어한다. 나는 그만큼의 시간이 낭비되는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편은 그냥 기다리는 것 자체가 짜증이 나는 사람이다. 물론 나도 못지않게 짜증이 나지만.
4~50분 거리의 양평. 'Bakery Theater'라는 베이커리 카페에 들러 눈을 자극하는 그러나 몸에는 좋지 않을 빵과 커피를 먹고, 강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점심은 전부터 남편이 이야기했던 수락산역 '항아리 수제비'를 거의 30년 만에 먹으러 갔다. 항아리 수제비는 추억에 젖어 다시 찾아보았는데, 실망? 덤덤? 그 정도였다.
양평으로 커피를 마시러 가기 전, 나는 문득 재작년 12월에 시작했던 김미경 유튜브 대학의 '딱김따'를 공부하며 적었던 노트를 펼쳐보게 되었다. 2021년을 맞이하며 총 52주에 걸친 김미경 따라 하기 강의였다. 벌써 1년이 훌쩍 지나 강의는 모두 끝났고,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면, 1강부터 10강까지의 강의가 전부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좋았고, 나머지 강의는 김미경쌤의 다른 강의보다 못했다는 생각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이고, 이 강의에 대한 평을 하려는 건 아니다. 그 강의의 1강부터 10강까지의 내용을 노트에 정리하고, 숙제를 하면서 적었던 것들을 1년이 지나 다시 펼쳐보다 무릎을 '탁' 하고 치게 되었다. '아! 매해, 새롭게 한 해를 시작하며 이것을 토대로 계획하고, 결심을 다져야겠다!' 이만하면 52주의 강의는 그 값어치를 충분히 할터이다.
양평으로 출발하면서 기록해둔 노트와 새 노트를 들고 갔고, 커피를 마시며, 나의 올해 mission과 vision을 생각해보았다. 그곳에서 정리를 채 못하고, 오늘 아침까지 꽤 오랜 시간에 걸쳐 노트에 정리를 했다. 거의 하루가 걸린셈이다.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마음은 참으로 뿌듯했다. 마치 1년이 정리된 느낌이었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은 이런 정리를 하는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나의 경우는 3년 동안 살아오면서 꾸준하게 자리 잡은 삶의 방향, 태도, 실천 등을 그저 고스란히 적으며 정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지만, 처음부터 시작한다면 자신이 어떤 미션이 있는지, 어떤 비전이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 얼마나 어렵겠는가 싶었기 때문이다. 그저 정리를 하는것에 불과하다고 했지만 하루가 걸렸으니, 나도 쉽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작년(따지고보면 재작년 12월부터 작년 1월이다)엔 올해보다 더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1년이란 세월이 나의 철학을 더 단단하게 한 모양이다.
나의 비전은 크고 작은 실천 목표들이고, 그건 이 공간에 늘 썼고, 앞으로도 써나갈 내용이다. 물론 미션도 마찬가지지만, 좀 더 큰 틀의 미션을 떠올리며 나도 정리하지 못했던 나를 정리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 큰 틀은 양평 카페에서 갑자기 쏟아져나왔다. 얼마나 행복했던지. 뭔가 정리되는 느낌을 갖는다는 거, 누군가 나에게 왜 사느냐고 물었을 때 대답할 수 있을 만큼 정리가 된다는 거,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확신과 믿음을 줄 수 있다는 거, 정말 행복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사랑과 꿈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며 사는것, 내 가족을 사랑하며 사는 것, 가족에게 사랑받으며 사는 것, 내 주변의 모든 것을 사랑으로 품어 안으며 살려고 노력하는 것. 내가 사는 이유다. 나는 사랑 없이는 하루도 살지 못하는 사람이다. 사랑으로 크고, 사랑을 먹고 자라는 사랑나무다.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사랑이다.
또 하나는 꿈이다. 이 꿈은 사랑보다 할 이야기가 많다. 왜냐하면 사랑은 무조건 사랑이기 때문에 말이 필요없다. 그러나 꿈은 나의 가치면서 목표이고, 살아가는 방식이고, 내 삶의 태도이고, 방향이다. 사람들은 나에게 왜 그렇게 힘들게 사느냐고 한다. 뭘 그리 많은 것을 하며 사느냐고 힐난하기까지 한다. 그들은 암환자가 유난 떠는 거 같고, 편하게 사는 길을 놔두고 뭘 저리 고생하면서 사는가 싶은가 보다. 하지만 나에게서 꿈을 빼면 나는 살 이유가 없다. 내일 하늘이 무너져도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고 싶은 사람에게 꿈을 꾸지 말라고 하면 죽으라는 이야기다. 꿈이 있어야 오늘을 살고, 내일을 희망으로 채운다.
그런데 꿈만 꾼다면 그건 몽상가에 불과하다. 그래서 꿈과 도전은 나에게 하나의 단어로 불린다. 붕어빵과 앙꼬, 실과 바늘처럼 늘 하나로 붙어있다. 꿈만 꾼다면 그저 로망에 불과하다. 난 그 꿈들을 당겨 내것으로 만든다. 만약 그것이 내 것이 될 수 없을 때, 즉 나와 맞지 않는다거나, 너무 어려워서 할 수 없다거나, 시작해보니 아니었거나 등등으로 판단될 때는 그 꿈을 과감히 내려놓는다. 그러나 후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해봤기 때문에 내려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해보지 않으면 영원히 로망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내려놓을 수 있음은 도전했기 때문이고, 또 도전이 있었기에 성공도 있었다. 실패는 두렵지 않다. 도전하지 못하는 무기력이 두려울 뿐. 꿈을 향한 도전,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멋지지 않은가!
그래서 나의 미션은, 사랑하며 꿈꾸며 도전하는 삶을 사는것이다. 정말 아름다운 삶이지 않은가! 난 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내 외모도, 내 마음도, 내 삶도. 난 내게 주어진 삶을 소풍 나온 어린아이처럼 영원히 아름답게 살 것이다.
* 참 재미있던것은, 오늘 김미경 유튜브 대학 514챌린지에서 김미경쌤이 15분, 20분이 아니라 40분에 걸쳐 조례를 하고 있을 때, 나는 매일 하려고 했던 영어공부 도전을 뒤로 미룬 채 미션과 비전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김미경쌤이 1년 전 그 미션과 비전을 이야기해서 혼자 놀라고, 혼자 좋아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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