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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책 읽기

50부터는 인생관을 바꿔야 산다 - 사이토 다카시 -

by 짱2 2022. 1. 16.

내 나이도 이제 55세가 되었다. 만 나이로 하면 아직 53세라고 하겠지만, 이러나저러나 50대이긴 마찬가지다. 의정부역 스마트 도서관에 이어령의 마지막수업이 '대출가능'으로 뜨길래, 누가 그 책을 나보다 먼저 대출할까 두려워하며 서둘러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에 들러서 대출하고, 마음의 여유가 생긴 나는 그 옆의 작은 도서관을 둘러보다 이 책이 눈에 띄어 같이 대출해왔다. 아마도 50이라는 나이를 언급한 제목의 이끌림이 있었을 것이고, 저자가 내가 좋아하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쓴 바로 '사이토 다카시'였기에 서슴없이 대출했다. 

 

기대와는 달랐다. 저자의 가벼운 일기와 같은 느낌. 많은 시간을 내어 깊이 있게 읽고 싶은 책으로 분류되지 않을 책이었다. 그래서 덕분에 빨리 읽었다. 아니, 읽었다기 보다는 훌훌 넘겨버렸다. 그중에 마음에 와닿는 몇 구절이 있어서 그 부분을 적어두려 한다.

 

 

 

 

 

50세 이후의 삶에서 '지루함과 어울리는 방법'은 하나의 중요한 주제다. 이것은 지루함을 참는다거나 지루하지 않도록 자극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루함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다. 지루함에 익숙해지는 것 또는 지루함을 더는 지루하다고 느끼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지루함을 견딜수 없어했다. 지루함을 느낄 수 없도록 바쁘게, 열정적으로 살아왔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지면 미칠듯한 지루함이 외로움과 함께 찾아왔다. 그 해결책으로 술을 찾았고, 알코올 중독이 되어 30년을 살아왔고, 결국 암환자가 되어버렸다. 

 

그 이후의 삶은 이전과는 다른 삶으로 탈바꿈되었다. 건강을 위해서 일부러 애쓰는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혼자 있는 시간이 편안하고 좋아졌고, 무료한 듯 느껴지는 똑같은 일상이 나른한 듯 행복했다.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며 평화로움과 여유로움을 느꼈고, 그런 생활 속에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더 많은 활력을 찾았다. 작가의 말처럼 지루함에 익숙해졌고, 지루함을 더는 지루하다고 느끼지 않게 되었다. 아마도 '암'이 아니었다면, 매일을 지루해하며, 외로움에 몸서리치며, 술로 눈물을 삼키는 날을 살았을 거다. 

 

'일반적으로 위대한 사람들의 특징은 조용한 생활'이라고 한다. 조용한 생활속에서 자아를 찾고, 더 위대한 것을 찾게 되지 않았을까? 나도 위대한 사람을 좇아 갈 마음은 전혀 없지만, 조용한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은 크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사람들의 '말'이 싫다. 물론 나의 '말 많음'도 앞으로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지만, 우선 남들이 하는 말이 싫다. 내가 그들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왜 듣고 있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런 시간에 차라리 좋은 책을 읽는 것이 더 효율적일 텐데. 반대로 그들도 나의 일상의 이야기를 들을 의무가 없다. 그럼에도 나는 그들에게 나의 소소한 감정까지 전달하려고 애를 쓴다. 이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라고. 요즘은 되도록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자제하고, 내 이야기도 자제하려고 했는데, 어느새 예전의 내 모습으로 돌아간 나를 발견한다. 쉽게 고쳐지지 않는 습관이다. 

 

이 글을 쓰며, 소란스럽게 떠들어대던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반성한다. 사람들에게 나를 보여주고, 나를 알리려 애쓰지 말자. 조용한 평화로움을 추구하자. 그리고 불필요한 만남도 자제하자.

 

실수를 반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이가 쉰 정도 되었다면 실수를 만회하려고 노력하기보다 그냥 '자연재해'로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해지기도 한다. 

'자연재해'라는 말이 참 멋지게 들린다. 실수뿐만이 아니라 내게 생기는 모든 불운한 일에 화를 내거나 마음 상해할 필요 없이 그저 '자연재해'로 받아들이고, 털어버리고, 가던 길 가면 된다. 가던 길이 막혔다면 돌아가면 된다. 정말 50이 넘어서 그런지, 이런 마음은 어느새 내 안에 물들어버린듯 하다. 다만 '자연재해'라는 멋진 말을 생각해내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먹는 음식도 '매일 아침 식사는 이것!'이라고 메뉴를 정해놓았다. 금전욕도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 저금이 있으면 더 억척스럽게 살지 않아도 된다. 이제 돈보다 건강이 중요한 나이가 아닌가.

노후를 생각하면 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일을 그만둔지 벌써 7개월째로 접어들었고, 남편도 10년 안에 정년퇴직을 하게 될 거다. 나도 올해 열심히 준비해서 내년쯤에는 일을 하고 싶고, 남편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을 하려 하겠지만, 둘 다 경제적으로 능력이 없어지는 시기가 왔을 때, 과연 우리 두 사람, 혹은 홀로 남았을 때 홀로, 아들에게 신세 지지 않고, 밥값, 약값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젊어서부터 늘 이것이 걱정이었고, 지금도 그 걱정으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재작년부터 시작한 주식 덕분에 노후에 대한 걱정은 조금 덜었다. 남편이 돈을 버는 동안, 이렇게 저렇게 하면, 주식과 연금, 여차하면 주택 모기지론까지 생각해본다. 물론 주택 모기지론은 정말 최후의 수단이다. 

 

'억척스럽게' 살고 싶지 않다. 지금껏 그렇게 살지 않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형편껏 살리라 생각한다. 다행스럽게 미니멀 라이프를 알게 되었고, 아직은 멀었지만 내 머릿속엔 미니멀 라이프가 이미 자리를 잡았다. 최소한의 것들로 살아가는 연습을 한다면, 생활비는 생각보다 많이 들지 않을 것이다. 마음도 간소화될 것이다. 다시 한번 '억척스럽게' 살고 싶지 않다.

 

50이 넘어가는 중요한 시기에 '암환자'가 되었고, 갱년기, 중년 따위의 단어는 '암'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암과 함께 시작하고, 암과 함께 하는 50대. 당연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어쩌면 '암'이 아니었다면, 변하지 않았을 못난 나의 삶, 만약 변화가 있었다 해도 긍정적이지 못한 변화로 이어졌을 나의 삶.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대가가 너무 크긴 했지만, 감사하게 받아들인다. 어찌 되었든, 암으로 인해 나의 인생관은 50부터 달라졌다. 앞으로 다가올 60대, 70대의 노년의 삶을 위해 더욱 힘을 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