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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책 읽기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 - 강원국 -

by 짱2 2022. 1. 26.

말이란 뭘까?

내 마음을 밖으로 드러내는, 보여지는 내 마음일 것이다. 내 마음은 눈빛으로, 표정으로, 몸짓으로 표현되기도 하겠지만, 그건 상대방이 '아마도 그럴 것이다'라고 추측하게 되는, 어쩌면 상대방의 일방적인 결정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말은 내 마음을 상대에게 온전히 전달하는 매개체라고 볼 수 있겠다. 나의 마음이 그것이 아닐지라도, 말로 표현을 한다면, 그 표현된 말은 상대에게 80% 이상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다. 눈빛, 표정, 몸짓을 뛰어넘는 우선순위가 아닐까 싶다.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하고, 일기를 써왔고, 사람들과 말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말을 잘하는 편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과 교제를 하면 할수록, 과연 내가 말을 잘하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내 안의 말을 모두 끄집어내어 나열하는 것이 과연 말을 잘하는 것일까? 내 생각을 모두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이 말 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상대의 말을 들으려 하기보다 내 말을 우선순위로 하는 대화가 과연 옳은 대화법일까? 

 

때로는 내 말에 누군가는 상처를 받고, 나에게 위로를 받고 싶었던 누군가는 자신의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내 얘기만 듣다가 집으로 돌아가며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지는 않았을까? 또 누군가는 나를 참 수다스러운 여자라고 단정지어버리지 않았을까? 

 

한 예로, 얼마전, 내가 농담으로 조금 짜증 나는 상황을 '아이씨~~ 욕 나오려고 그래!'라고 웃으며 이야기했는데, 나중에 그 사람이 나에게 성격이 강한 것 같다고 말을 해서 정말 깜짝 놀란적이 있었다. 난 웃자고 이야기한 것에서 그 사람은 나의 강함을 느꼈었나 보다. 다른 이에게 내가 강해 보이냐고 하니,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하였지만, 어쩌면 내 안의 강함이 말로 드러났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예쁘고 고운 말을 하고, 아름답고 여유로운 모습이고 싶은데, 아직 한참 멀었다 싶다. 꾸준히 노력해야 할 부분임을 깨닫고 있던 차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강원국 저자의 강연은 이미 '세바시'에서 들은 적이 있었는데, 책 제목까지 어쩌면 내게 꼭 필요한 책이 아닌가 싶어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게 되었다. 

 

 

 

 

 

내 말은 여전히 자라고 있다

나는 쉰 살이 넘어서야 비로소 내 말에 책임을 지겠다고 마음 먹었고, 이후 꾸준히 지키고자 하는 나만의 규칙이 생겼다.

첫째, 내가 하늘 말을 곱씹어보며 말한다. 말버릇에 주의를 기울이며 말하는 것이다. 말뿐 아니라 말할 때 내가 어떤 몸동작을 취하는지도 눈여겨본다....

둘째, 남의 말을 유심히 들으면서 '나는 저렇게 말하지 말아야지' 싶은 것을 찾는다. 

셋째, 얼버무리지 않는다. 한마디 한마디를 또박또박 말하고, 하고자 하는 얘기를 분명하게 전하려고 애쓴다. 그러려면 생각나는 대로 말하지 않고 생각하면서 말해야 한다.

넷째, 같은 말이면 긍정적으로 표현한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기왕이면 긍정적인 게 좋다. 긍정적으로 말하면 긍정적인 일이 생기고, 부정적으로 말하면 부정적인 사람으로 비친다. 

다섯째, 목적에 맞게 말한다. 말하는 목적과 동떨어진 얘기는 가급적 하지 않으려고 한다. 목적은 친교일 수도 있고, 설득일 수도 있고, 재미일 수도 있다. 내가 지금 왜 이 말을 하는지 생각해보면 목적에 맞는 말을 할 수 있다. 

끝으로, 후회할 말은 하지 않는다. '그런 말은 하지 않았어야 해' 하고 뒤늦게 후회할 말은 애당초 하지 않는 것이다. 무심결에 해버린 경우에는 곧바로 사과한다. 

 

소제목에서 보듯이 말은 계속 자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저자가 말하는대로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고, 노력해야 한다. 위의 여섯 가지는 내가 어느 정도 지키려고 하는 부분이기도 해서 조금만 더 신경 쓰면 될 것인데, 이것과 더불어 한 가지 더 추가한다면, 말을 줄이는 것이다. 이건 후회할 말과는 조금 다른 차원이다. 내가 말하는 시간보다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더 가지려는 마음, 다른 사람이 말할 때 집중해서 듣고, 내 얘기로 끌어오려는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꼭 노력하자. 

 

 

 

 

어휘의 한계가 내 세상의 한계

할 말이 있다고 말을 잘하는 건 아니다. 할 말이 많은데도 그것을 표현하지 못해 버벅거리는 경우를 흔히 본다. 가장 큰 요인은 어휘력 부족이다. 어휘력이 빈약하면 말이 빈곤해진다. 가진 것과 가진 것을 보여주는 것은 별개다. 어휘력이 부족하면 가진 게 많아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니 없어 보인다. 

어떻게 하면 어휘력을 키울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독서를 권한다. 책을 많이 읽으면 어휘력이 늘어난다고 한다. 물론 도움은 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독서를 많이 하면 글을 이해하고 말귀를 알아듣는 데 필요한 어휘력은 늘 수 있다. 하지만 막상 말을 하는 데 필요한 어휘력을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말하는 데 필요한 어휘력은 자신이 닮고 싶은 사람의 말을 많이 듣는 게 더 효과적이다. 모델로 삼고 싶어 눈여겨봐둔 사람의 강의나 토론 등을 반복해서 들으면 좋다. 그러다 보면 그 사람이 자주 쓰는 어휘를 자신도 모르게 흉내 내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어사전을 수시로 찾아보는 게 중요하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단어가 참 많다. 그러면 적재적소에 가져다 쓸수 없다. 그래서 늘 쓰는 단어만 쓰게 된다.

어휘력은 나이테처럼 연륜을 드러낸다. 삶의 경험과 거기서 얻은 사유의 깊이가 담긴다. 한 해 한 해 늘어가는 나이에 걸맞게 어휘도 꾸준히 늘어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고등학교 때까지 익힌 어휘력 수준에서 평생 살다가 생을 마감할지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내 마음에 가장 깊이 새겨진 부분이다. 나름대로 말을 잘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문득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단어가 아니라 좀 더 깊이있고, 울림이 있는 언어를 사용하고 싶었다. 장황한 말이 아닌, 짧은 말속에 많은 것을 담은 그런 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삶의 경험과 사유의 깊이가 담긴 풍부한 어휘력을 늘려가고 싶다. 그런 어휘력을 갖기 위해서 독서와 사색,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뿐만이 아니라,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까지 갖춰야 하리라. 내가 깊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내 안에서 그만큼의 깊이로 울려 퍼질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어른답게 말하기 위해 어른다운 삶을 살아야 한다. 내 삶을 성숙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면, 말은 자연히 성숙한 모습으로 뒤따라 올 것이다. 아마 저자도 이 말을 하고 싶었지 않았을까? 고등학교 때까지 익힌 어휘력 수준에서 평생 살다가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은 55세 중년 여성의 생각을 써보았다.